이 논문은 김수영의 시와 산문 텍스트를 관통하는 ‘중(中)’ 의 사유와 ‘시중(時中)’의 윤리학을 상세하게 해명하고자 했다. 여기서 개진된 의제의 핵심은 김수영 텍스트를 적확하게 분석하고 그 담론의 전체 맥락과 가치 지향성을 충실하게 통찰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고전과 전통적 사유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필수 요건을 이룬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대대 관계(對待 關係)’와 ‘내재적 과정’, ‘신독(愼獨)’과 ‘자기성찰’, ‘시중(時中)’과 ‘역동적 균형’ 같은 중용(中庸)의 주요 의미소들을 텍스트 분석 방법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또한 이 방법을 통해, 「긍지의 날」, 「사령(死靈)」, 「바뀌어진 지평선」 같은 시편들을 기존 논의와는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담론의 근거를 수립하고자 했다. 이 논문이 제시한 동아시아 고전과 전통 사상에 입각한 김수영 텍스트 해석이 좀 더 넓은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