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라 후미코의 소설 『가타리베』(2021.3)는 나가사키의 하시마 탄광에 강제동원 되었다가 피폭 이후 귀국하지 않고 일본에서 살아간 재일조선인을 증언자로 내세운다. 그래서 이 작품은 피폭 당시 조선인이 나가사키에 있어야 했던 역사적 이유와 전후 민족 차별까지 포괄하는 원폭문학을 지향한다. 작가는 강제동원과 피폭의 증언자였던 서정우를 모델로 나가사키에서 일어난 착취와 강압의 역사를 소환하여 증언과 전승의 문제를 다룬 소설을 기획했다. 이 소설에서는 유영수의 증언을 ‘의심하고 거부하는 사람’과 ‘신뢰하고 존중하는 일본인’이 나뉘며,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역사 청산, 민족 감정과 함께 돌봄 비용에 대한 혐오 등이 확인된다. 또한 이 작품은 조선인 증언자의 ‘증언의 고통’과 ‘청자의 증언자에 대한 이해불가능성’의 문제를 가시화 한다. 증언은 증언자의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소환하고 청자는 증언자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증언자와 청자가 각각 고통과 죄책감을 감내하면서도 증언을 하고 증언을 분담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피해 책임과 반성, 반전 및 평화, 차별 없는 세상으로의 지향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증언자인 조선인 피폭자뿐만 아니라 일본인 피폭자 후손 등 나가사키의 지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역사의 증언과 축적, 계승의 중요성을 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