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도 대법원은 의료법에 관하여 여러 중요한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글에서는 그중 특히 중요하다고 보이는 6개의 판결을 소개하고 분석하였다. 한의사 뇌파계 사용 사건에서는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하여 치매를 진단한 행위가 무면허의료행위인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2022년 선고된 한의사 초음파 사용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인용한 뒤 무면허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본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새로운 판례가 적용되어 확정된 최초의 사건이자 2022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과 함께 현실적으로 문제되는 가장 중요한 두 사안유형 중 하나에 대한 결론이다. 이 법리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향후 구체적 적용범위에 관하여는 불분명한 점이 있다. 의료와 한방의료의 경계와 관계설정이 실패한 지금, 이를 재설정하는 과제 또한, 아마도 입법과 행정에, 남아 있다. 비의료인의 의료법인 개설이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되어 제재되기 위한 요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도 중요하다. 이 판결에서는 본래 비의료인인 이사장의 주도를 허용하는 재단법인인 의료법인에서 금지된 사무장병원의 요건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치열한 논전을 벌였다. 다수의견의 법해석은 현행법상 납득할 만하나, 사무장병원 규제의 목적에 부합하는지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실손보험사가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양성병변절제술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뒤 피보험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양수하여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반환을 구한 사건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법원은 채권자대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2022년의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원용하는 한편, 이 사안의 경우에는 금지된 소송신탁이라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이는 2022년의 전원합의체 판결의 결론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지만 법리상 설득력은 높지 아니하다. 그러나 임의비급여 통제에 대한, 적어도 민간보험이 관여하는 범위에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정책적 결정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의사-환자 관계와 관련하여서는 의사능력 있는 미성년자에 대한 설명과 동의가 부모를 통하여 이루어져도 된다고 한 판결이 중요하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여러 비판이 있으나, 판례가 설시한 법리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다만, 당해 사안은 환아가 11세로 당해 처치의 위험에 비추어 환아가 단독으로 동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는바, 이 점이 법리설시에 미묘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 판례를 해석할 때 주의할 부분이다. 결론이 새로운 것은 아니나 의료과오 형사사건에서 인과관계의 증명과 민사사건에서 인과관계의 증명이 다르고, 그중 후자의 경우, 의료과오책임 특유의 법리로, 개연성만 증명되면 족하다는 판례, 대학교수와 내과 전공의 2년차 사이에서 쿨프렙 투여 관련 설명에 관한 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한 판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