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민속학을 근대인의 정서구조인 노스탤지어와 결부시켜 고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민속학의 학문적 위기가 운위된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민속학이 근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여전히 적잖은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며 학문의 명맥을 유지해 온 까닭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그 배경과 이유를 민속학의 이념적 토대인 민족주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근대인의 파토스, 즉 노스탤지어와의 연관성 속에서 찾아보았다. 양자의 밀접한 관계맺음이 밝혀진다면, 민속학이야말로 최근의 복고 붐이나 회고 지향의 세태를 비롯한 현대사회의 심층적 이해를 위해 새롭게 정위되어야 할 긴요한 학문 영역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민속학은 지난 100년의 역사 속에서 집단적 노스탤지어를 ‘민속’과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글에서는 민속이 유산으로 거듭나던 역사의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 민속학이 그 역사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당대의 노스탤지어는 어떤 시대인식을 반영하며 집단적 정서구조를 형성했는지, 민속학은 그 노스탤지어를 어떻게 규범화하면서 그것을 ‘민속’과 ‘유산’으로 제도화하는 데 관여했는지 고찰했다. 특별히 주목한 대상은 그 과정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민속학자 이두현의 연구 실천이다.
결과적으로 이 글은 민속학과 노스탤지어의 역사적 관계성을 포착하고, 제도화한 노스탤지어가 당절의 정치적 맥락에서 수행했던 역할을 비판적으로 재고했다. 그리고 민속학이 노스탤지어라는 감정 구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학문이라고 한다면, 민속학이 구현해야 할 노스탤지어는 어떤 유형의 것이어야 하는지 고찰했다. 즉 민속학 본연의 학문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그로부터 근대적 조건에 대한 비판적 잠재력을 길어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입각점을 바로 그 감정 구조, 특히 성찰적 노스탤지어에 세울 방도를 모색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