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협정의 안보예외조항은 회원국이 필수적 안보이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동 협정 상 의무로부터 면제하는 조항이다. 수십 년간 GATT 당사국 및 WTO 회원국은 해당조항의 남용이 다자무역체제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의식을 갖고 분쟁 시 안보예외조항을 원용하는 것을 자제하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회원국이WTO 분쟁에서 안보예외조항을 자주 원용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안보예외조항 관련 WTO 패널 보고서를 분석하고 현재 진행 중인 미중반도체 수출규제 분쟁 및 WTO 체제 전반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본다. 지금까지 패널 보고서에서 다루어진 GATT 제XXI조 제(b)호 (iii)목 등의 주요 쟁점은 (1) 안보예외조항이 자기판단적(self-judging)인지 여부 및 WTO 패널 관할권 보유 여부, (2) ‘필수적 안보이익보호에 필요한 조치’ 요건의 심리기준 및 (3) ‘국제관계상 비상상황’ 요건의 심리기준이다. WTO 패널은 지금까지 총 네 사건에서 안보예외조항의 전적인 자기판단성을 부인하고 패널의 관할권을 인정하였으며, 이 중 세 건에서 문제된 조치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안보예외조항 요건 충족을 부인하였다.
패널 판정례 상 미국이 중국과의 반도체 분쟁에서 GATT 제XXI조 (b)호 (iii)목의 객관적요건 충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으며, 지금까지 패널 보고서에 다루어지지 않은 GATT 제XXI조 (b)호 (ii)목의 경우 미국 측 주장의 인용 여부가 불확실하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수출규제의 경제안보정책 상 핵심적 위치를 고려할 때, 미국이 반도체 분쟁에서 부정적인결정을 받을 경우 미국의 WTO 체제에 대한 불만이 심화되는 한편 WTO 협정 상 안보예외조항의 개정 요구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