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협약 제14조는 차별의 금지를 규정하면서 성,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소수민족에의 소속,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을 차별 금지 근거로 제시한다. 또한 유럽인권협약 제12의정서 (2005))는 차별 금지의 범위를 확대하여 협약 내 권리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 차원에서 보장되는 모든 권리를 포함하는 일반 규정을 마련하였다. 특히 여러 근거가 조합되어 차별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체감하는 차별의 정도는 더욱 심각해진다. 교차 차별로 발생하는 문제는 하나의 사유에 근거하여 발생하는 일차원적인 것만으로 파악하기보다는 다양한 차별 금지 사유들이 유기적으로 결합, 혹은 중첩하여 강하게 발생하는 다차원적인 것으로 파악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사유가 결합 또는 교차하여 차별이 발생하였을 때, 이에 대한 법적 해결방안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본 논문은 교차 차별의 개념을 정립하고 교차 차별에 대한 법적 해결 방안을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례 분석을 통하여 도출하고자 한다. 특히, 2012년 유럽인권재판소에서 판결한 “N.B. v. Slovakia”와 2017년 판결인 “Carvalho Pinto vs. Portugal" 사건을 비교하여 국제인권법적 관점에서 교차 차별의 문제를 분석한다. 이 판결들은 국제 및 국내 법원이 교차성으로 인하여 겪을 수 있는 차별 문제에 관하여 실제적인 시사점을 주고 있다. 교차 차별의 개념을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유럽인권재판소의 사례에서의 구체적인 상황과 판결이 바탕을 두고 있는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차별은 더 이상 단순히 특정인을 다른 사람에 비해 덜 우호적으로 대우하는 것의 일차원적인 방식으로만 발생하지 않는다. 다차원적인 차별의 구조와 교차성을 인식하는 것은 위계적인 사회 구조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교차 차별은 위계적인 사회 구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교차성은 특정 취약 집단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데서 비롯되며 이들이 대상이 되는 차별적 문제를 파악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사회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은 이러한 문제를 올바르게 처리하고 선례를 확립함으로써 모범을 보여야 한다. 유럽인권재판소는 교차적 사안의 복잡성과 심각한 결과를 진지하게 반영하지 않고 '교차 차별'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아직 교차 차별의 복잡성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았고,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회원국들과 맞서기에는 자신감이 부족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교차성에 관한 법리를 발전시킴에 있어서 여전히 열려있는 질문은 사회 구조에 고착화된 차별의 문제를 인식하고 판결에 반영하여 선례를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