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적인 것(lo andino)’이란 식민지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진 페루 인종주의의 인식적 기반이었다. 이러한 인식적 기반은 1990년대부터 페루 사회에서 나타난 일련의 변화로 인해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페루 정부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천연자원부터 문화자원까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안데스 지역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두 번째, 1980년대와 1990년대 내전과 권위주의 통치의 상흔을 극복하고 내부적인 국가 통합을 이루고, 대외적인 이미지 재고를 위해 다문화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된 관광 산업의 발전에서 안데스 지역의 원주민과 원주민 문화는 새로운 형태로 재현되기 시작했다. 본 연구의 목적은 페루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쿠스코 친체로 직조 센터 사례를 중심으로 페루의 인종주의적 인식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다. 관광 붐의 맥락에서 친체로 지역의 직조센터는 ‘전통적인’ 안데스 가옥 공간에서, ‘전통적인’ 복장을 한 원주민 직조 여성들이 ‘전통적인’ 재료와 직조 방식에 대해 자신들의 ‘전통적인’ 직조문화를 재현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이 공간에서는 관광객들이 보고, 경험하고자 하는 전통 문화가 재현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직조 센터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관계의 변화나 위계적 권력관계는 관광객에게는 노출되지 않는 부분이며, 실제 관광객에게 노출되는 ‘무대화된 진정성’은 상품화될 수 있는 ‘허락된’ 원주민과 원주민 문화라고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