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로서 한국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연구자의 경험을 자문화기술지를 활용하여 탐색하였다. 바흐친의 대화주의에 따르면, 언어 학습은 타자와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정체성 작업’이자 ‘이데올로기 되어가기’의 과정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이론적 토대 위에서 연구자의 한국어 학습 여정을 회상하고 재구성하였으며, 여태까지의 개별적인 경험들을 대화적 맥락에서 재평가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연구 결과, 중국과 한국이라는 상이한 공간에서 한국어 학습은 단순한 언어 지식 습득 이상의 복잡한 정체성 경험으로 나타났다. 한국어 학습 경험은 본질적으로 타자와의 상호작용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적 과정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정체성 재구성은 역동적이자 지속되는 미완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험은 학습자를 둘러싼 주류 사회의 ‘권위적 담화’와 대항하며, ‘내적 설득 담화’를 생성해가는 총체적인 삶의 ‘이데올로기적 되어가기’가 이루어졌다. 본 연구는 정체성 작업으로서 언어 학습이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과정임을 강조하며, 언어 학습자에 대한 인식과 언어 교육의 접근 방식에 대한 깊은 재고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