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의 내셔널리즘 담론에서 오즈 야스지로와 전쟁의 관계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고찰하기 위해, 비평가 가타야마 모리히데의 오즈론과 그에 대한 비판으로서 작가 헨미 요의 경우를 들어 비교 분석하였다. 가타야마는 일본 파시즘과 천황제의 역사 등 우익 내셔널리즘의 입장에서 일본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어 온 작가이다. 저서 『끝을 보지 못한 일본』(2015)에서 다루어진 그의 오즈론은 오즈의 영화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인내를 통해 불만족스러운 현재를 견디는 인물을 이상적으로 재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참을성의 미덕’은 오즈의 중일전쟁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것이 드러난 예로 가타야마는 오즈의 전시기 국책영화 〈아버지가 있었다〉(1942)를 들어 논의한다. 영화에서 아버지의 죽음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아들의 태도는 가타야마가 주장하는 전쟁을 인내하는 일본(인)의 ‘현재성’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반적 국책영화와는 구별되는 제작 과정, 가족 멜로드라마적인 내러티브, 아들 역의 배우 사노슈지의 연기의 모호함, 그리고 이를 비판한 당시 비평 담론의 양상 등으로 미루어볼 때, 가타야마의 해석에는 보다 다면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 분석뿐만 아니라, 가타야마의 오즈론에는 일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본질주의적 접근, 그리고 우익 내셔널리즘이 결여한 비판적 역사의식과 같은 문제점도 지적될 수 있다. 헨미 요의 작품 『이쿠미나』(2015)는 가타야마와는 대조적인 입장에서 오즈와 일본성의 문제를 논한 비평의 예로, 일본의 현재가 과거의 역사를 회피하는 침묵과 그 안에 내재된 폭력성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현대 일본의 담론 지형분석을 통해 오즈 영화의 주요한 특징으로 알려져 온 ‘일상성’과 ‘현재성’에 대한 보다 역사적이며 정치적인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