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직후 한국 영화계의 중요한 화두는 일본 영화에 관한 것이었다. 배일정책의 변화가 예상된 영화업자들은 수익이 예상되는 일본 영화를 수입하기 위해 혹은 국산 영화에 일본색을 입히기 위해 고심했다. 당연히 영화 내 일본색의 등장을 허용하지 않았던 당국은 이를 단속하고자 했지만 그 사이에도 왜색 논란은 지속적으로 일었다. 본고는 허가를 받아야만 상영될 수 있는 영화에 강력한 금지 항목이었던 일본색이 포함될 수 있었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이익에 대한 열망을 지닌 피검열자와 명분을 중시하는 검열자의 대결로 봄으로써 왜색 검열 양상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했다. 일본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국산 영화제작자들은 일본으로의 로케이션을 꾀하고 허가를 받기도 전 선전을 하거나 일본의 인서트를 삽입하면서 위반을 일으키지만 검열자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함부로 영화의 제작과 상영을 불허하지 못했다. 피검열자는 영화를 불허할 만큼의 위반이 되지 않도록 움직였고, 영화산업을 고려해야 하는 당국은 이를 함부로 저지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또한 검열 당국이 저지할 수 없는 선전과 관련한 문제나 이미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는 불허의 근거를 찾지 못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산 왜색영화의 검열은 쉽사리 대응할 수 없을만큼 피검열자들의 교묘한 위반이 검열에 개입된다는 점, 이로 인해 선제적으로 명시된 규정을 바탕으로 완전하게 검열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인식이 허상이라는 점 등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