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페촐트(Christian Petzold)는 지난 20여 년 동안 꾸준히 영화를 내놓는 동시대 독일 영화를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 중 한 사람이다. 밀레니엄 전환기에 등장하여 독일영화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고 있는 베를린파의 대표 얼굴이 페촐트라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페촐트 영화에서는 현실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퍼스널한 영상 스타일이 돋보인다. 그런데 그의 여섯번째 극장용 영화인 〈바바라〉(Barbara, 2012)에서는 페촐트 특유의 영상미가 여전히 돋보이면서도, 이전 작품과 다른 영화적 태도를 보여준다. 동시대 현실에 대한 미시적 관점이 지배적이던 이전 작품과 달리, 〈바바라〉에서는 과거 역사적 소재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적 구성에서도 장르적 요소를 전면화하면서, 베를린파 영화들의 특징으로 이야기되는 반서사적 태도와는 조금 결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고는 이러한 〈바바라〉의 영화적 면모를 분석하기 위하여, 페촐트 특유의 퍼스널한 스타일과 멜로드라마적 구성으로 형상화되는 주인공의 일상과 현실을 고고학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페촐트는 〈바바라〉에서 독일(동독)의 과거를 특정 관점을 통해서 재현하고자 하는 재현주의적 태도가 아닌, 당대의 특정 개별 인간의 일상과 현실을 ‘지금 시간(Jetztzeit)’으로 펼쳐내면서 현재와 관련짓는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본고는 페촐트가 〈바바라〉에서도 여전히 퍼스널한 미니멀리즘적 스타일을 통해서 “독일 현실의 내부를 깊숙이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