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유언자가 수유자에게 “의사”자격을 가진 배우자와의 혼인을 조건으로 포괄유증을 한다면, 이 포괄유증은 유효할까? 유효라고 한다면 민법 제1073조 제2항이 근거가 될 것이고 무효라고 한다면 민법 제103조 위반이 근거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문제는 왜 유효인가가아니라 왜 무효인가에 관한 것이다. 왜냐하면 민법 제1073조 제2항은 사인처분에 조건을 붙일수 있음을 드러내고 있지만 민법 제103조는 조건들 가운데 어떤 내용이 무효가 되는지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유언자가 내세운 ‘혼인조건’이 무효라고 추론하기 위해서 민법 제103조에서말하는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것을 일일이 망라하는 것은 도저히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왜 무효인가란 물음에 대해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다.
독일의 경우 21세기에 들어 귀족가문의 재산과 관련하여 두 건의 상속분쟁이 일어났고, 이사건들의 쟁점은 앞서 말한 조건으로서 혼인과 관련한 것이다. 프로이센과 라이닝겐 가문의피상속인들은 상속인 될 자들과 상속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그 내용에 이른바 ‘동등가문혼인(Ebenbürtigkeit)’ 조항을 두었다. 이 조항은 피상속인이 속한 가문과 동등한 가문의 출신의여성과 혼인하지 않으면 상속인이 될 자의 상속권을 상실시키는 내용을 가진 조건에 해당한다. 독일 연방대법원과 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법상의 권리로서 유언의 자유와 독일 민법 제138조 ‘양속위반’에 대한 다양한 법리들을 밝혀오다, 끝내 피상속인이 갖는 유언의 자유와 상속인이 갖는 혼인의 자유의 충돌에 따른 기본권 대사인적 간접적 효력설을 바탕을 두고 이 분쟁을 해결하였다. 이 논문의 목적은 독일에서 발생된 두 건의 상속분쟁을 통해 사인처분의 부관과 우리나라 민법 제103조와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해 이론적 기초로 삼을 수있는 역사적ㆍ비교법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