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식민지 조선에서 활동한 일본인 여성을 발굴하여 그녀의 전전과 전후를 패전으로 인한 단절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성 속에서 파악하려는 시도이다. 귀환 후 자신이 살았던 지역에 대한 역사관이나 국가관이 전전의 그곳에서의 경험이나 인식과 무관하게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총독부 관료 출신자를 중심으로 하는 귀환단체 동화협회(1947설립)의 기관지 『월간동화』에는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미즈이 레이(코)를 필명으로 하는 수필형식의 글이 연재(1953.11.1.∼1955.6.1.)된다. 필명 미즈이 레이는 미즈이 레이코와 동일인물로, 조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일본인 영화 전문기자였다. 그녀는 조선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평을 집필하거나 조선 영화계의 상황을 식민지 조선 내의 일본어 매체뿐 아니라 만주나 식민지 본국 일본에 발신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총독부령으로서 발포한 조선측 영화관에서의 일본영화 강제상영에 적극 찬동하여 영화를 통한 내선일체의 실현에 만족을 표하기도 했다.
전후가 되어 미즈이 레이코는 한국전쟁 발발을 계기로 조선인, 지역, 조선의 생활을 상기한다. 그녀는 피식민자가 모국어의 단절이나 민족적 차별에 의한 고통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감의 형태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단지 식민지 조선을 회고하여 평화롭고 좋았던 시절로 인식할 뿐이다. 여기에 식민지 정책이나 피식민자에 대한 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땐 좋았지’, ‘그리운’ 경성 등 식민자로서 우월한 위치에서 누렸던 것을 좋았던 시절로 회고하는 귀환자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