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이며 민감정보인 의료정보는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기반한 적절한 응급의료서비스를 응급환자에게 적시에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자료원이다. 따라서 응급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의 생명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보다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응급상황에서 개인의 의료정보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의료정보는 「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대상이다. 또한 수집된 의료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주체의동의가 전제되거나 법률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응급상황에서는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는 응급상황에서 기존에 수집된 의료정보를 응급환자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최소한 응급상황에서는 해당 응급환자의 의료정보를 응급의료기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사후적으로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즉 사후거부권(opt out)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규범적으로 사후거부권(opt out)이 도입되어 응급환자의 의료정보를 법률에 근거하여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정보가 실질적으로 응급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의료정보는 개인별로 구별할 수 있고 또한 구체적인 의료서비스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내용은 시계열적으로 연속성을 갖춰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전체적인 의료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셋째, 이를 위해서는 여러 의료기관에 분산되어 있는 정보주체의 의료정보가 연계성을 갖고 유기적으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정보가 체계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설치된 국가응급진료전산망을 통해 응급환자의 의료정보가 연속성과 연계성 있게 제공되고 응급의료기관의 의료인들이 이 정보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 또한 응급상황에서 제공되는 의료정보가 연계성을 갖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운영하는 의료정보 시스템이 의료기관의 규모에 관계없이 상호 연계될 수 있도록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개선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의료정보를 통해 제공되는 진단, 처치, 수술, 검사 등의 정보가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의료용어와 시스템의 표준화는 응급환자의 의료정보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국가는 국민의 신체나 생명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응급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국가는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도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것이 정보주체의 생명보호라는 중요한 법익을 지키는 행위가 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응급의료정보 활용을 위한 법률체계와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