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제목
건강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생활권단위의 보행친화도 평가지표 활용에 관한 연구
II. 연구의 목전 및 필요성
건강증진을 위한 보행환경 조성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건강한 도시환경 구현에 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건강 및 환경평가분야의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 정책의 이론적 기반이 되는 환경평가지표개발에 관한 연구들이, 최근 평가항목의 분류 및 나열의 단계를 넘어 추진체계와 프로세스까지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나, 세부 평가항목에서 제시하고 있는 보행환경 관련내용은 여전히 추상적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많다. 건강영향평가 및 건강도시인증제 도입을 위한 연구들에서 물리적 환경개선에 대한 평가항목은 "보행시설 정비실적", "노약자를 위한 교통시설 정비실적"등으로 단순화되어 있어 실제 커뮤니티 단위에서 보행환경의 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며 거주자의 관점에서 작성된 도구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학술적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건강증진을 위한 보행환경 조성 전략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들이 시작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구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 근린환경요소-보행량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하는 유형의 연구가 국내에서도 시작되고 있으나, 아직은 구미에서 사용되고 있는 분석 틀 및 도시형태요소가 한국의 도시에 적용할 수 있는 모형으로 변환 되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연구를 통해 밝혀진 요소들이 실제 건강 증진을 위한 근린환경조성 사업추진에 있어 도시설계적 기법으로 연결되기에는 아직까지 해당 요소들이 매우 추상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 연구는 현재까지 이루어진 있는 보행환경관련연구가 갖는 활용력 부족과, 학술적인 데이터 및 근거자료가 미비한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는 많은 사업들 사이의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에 대한 요구로부터 출발하였다.
건강한 근린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근린환경 내에서 어떤 요소들이 변화했을 때 보행의 동기가 유발되는지, 어떤 목적을 가진 보행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어떤 항목을 어떤 기업을 통해 개선해야 하는지, 어떤 항목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 하는지 등 보행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근린환경요소들에 대한 연구기반이 우선해야 하지만, 여기에 연구기반은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본 연구는 건강도시사업이 실질적으로 보행증진을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개선안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거주민들의 인지적 관점에서 상대적 중요도가 결정된 보행친화도 평가지표를 도출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예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거주민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근린단위에서 적용될 수 있는 보행친화도 평가지표를 심화하여 제안한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보행친화도 평가지표의 접근은 실제 거주민에게 인지되는 환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근린환경요소들의 보행량에 미치는 영향관계 규명, 영향력 있는 환경요소간의 상대적 중요도 도출이라는 과정을 거쳐 검토, 제안된다.
둘째, 제안된 평가지표를 실제로 일반인들 또는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간소화된 자가진단도구(tool-kit)로 예시한다. 평가지표에 나타나게 되는 항목들은 한국형 도시형태특성을 매우 상세하게 반영하고 있으나, 일반인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근린환경을 간편하게 진단해보거나 지자체에서 주민참여 등을 통한 환경개선 추진을 위해 이용하기에는 다소 전문적이고 복잡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도출된 지표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접근방식으로 이를 간소화하여 예시한다. 본 연구는 현재까지 이루어진 보행관련 연구와 개발된 평가지표의 실용성 부재라는 지적을 극복하고, 진단된 물리적 환경의 상태에 대해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거지 환경개선에 있어 항목 및 사업의 우선순위 결정, 장기적 마스터플랜의 기획 등에 적극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닐 것이다.
III. 연구의 내용 및 범위
본 연구가 수행한 주요 내용은, 물리적 형태가 상이한 4개의 대상지에서 주민설문을 통해 물리적 보행환경요소에 대한 평가결과와 보행량을 조사하여, 실제 보행량을 증감시키는 각 보행환경 세부요소의 영향력을 도출함으로써 한국적 도시환경의 현실에 기반한 보행친화도 평가지표를 작성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먼저 국내외 문헌연구를 통해 보행친화도 평가지표 작성을 위한 연구가설을 세우고 지표개발 체계를 도입하였다. 객관적인 보행환경에 비해 더 직접적으로 실제 보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진 "인지된 보행환경평가"와 "보행량" 의 상관관계분석을 통해 보행량에 영향을 미치는 보행환경요소의 상대적 중요도를 알아보는 것을 연구의 주된 틀로 삼고, 보행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보행환경 외적 요소로 알려진 "개인의 보행선호도" 와 "동네 보행환경에 대한 인지성향" 을 통제함으로써 연구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했다.
대상지 선정에 있어 보다 다양한 도시형태특성을 고루 포함할 수 있도록 개발시기, 지형, 계획개념 등을 고려하였으며, 최종적으로 가회동, 성산1동, 상계7동, 행당2동이 선정되었다. 각 대상지별로 180명, 총 720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면담형 설문을 진행하였으며, 설문지 내용은 개인별 보행선호 성향, 동네보행환경인지, 보행환경평가, 보행량, 기타 인구사회경제학적 특성을 묻는 문항들로 구성되었다.
개인별 "보행선호성향" 과 "동네보행환경인지" 는 요인분석을 거쳐 "보행량" 과의 상관관계가 도출되었고, 이 결과는 "보행환경평가" 와 "동네보행 환경인지" 간의 상관분석 결과와 연계하여, 최종적으로 보행량에 영향을 주는 물리적 보행환경요소들의 상대적 중요도가 산출되었다.
보행량에 대한 보행환경요소의 영향력은 종속변수를 통근/통학, 생활편의 시설이용을 위한 목적보행, 여가보행이 모두 포함된 "일상생활보행" 로 설정했을 때와, 운동과 산책만을 포함하는 "여가보행" 으로 설정했을 때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으며, 따라서 본 연구의 최종결과물인 보행친화도 평가지표 역시 "일상생활형" 과 "여가형" 의 두 가지로 나누어 제안함으로써 지역계획의 목표에 맞는 지표를 선택,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본 연구의 내용적 범위는, 한국형 보행친화도 평가지표의 심화, 완성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론적 측면 즉, "객관적 환경요소의 계량화" 와 "인지된 환경측정" 중 후자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인지적 측면에서 접근된 본 연구가 이룬 가장 큰 성과는, 사용자의 인지를 통해 평가된 근린환경요소들을 통계적 검증을 통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평가툴로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본 연구를 통해 일부 검증된 평가지표는, 지표의 완성단계에서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인, "인지된 환경평가" 와 "계량화된 물리적 환경" 사이의 비교·분석을 통한 오류수정작업을 남겨둔 상태이다.
IV. 연구결과
요인분석 및 상관관계분석, 회귀분석을 통해 최종적으로 보행량에 영향을 주는 물리적 보행환경요소들의 상대적 중요도가 산출됨으로써, 본 연구에서는 최종적인 결과로서 보행량에 영향을 미치는 보행환경요소들과 그 가중치로 구성된 보행친화도 평가지표를 보행의 성격에 따라 두 가지로 제안하였다. 또한 보행친화도 평가항목 중 상대적 중요도가 높은 항목만을 선별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툴로 변환함으로써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예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수행된 보행친화도 평가지표 개발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분석과정에서 개인의 "보행선호성향" 이 보행량에 미치는 영향력이 "보행환경에 대한 인지" 의 영향력보다 최대 3배까지 크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해외선행연구를 통해 일부 밝혀진 바 있으나,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연구 또는 지표개발에 있어 아직 보편적으로 수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므로, 후속 연구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보행친화도 평가지표에서 항목별 상대적 중요도의 도출을 통해 한국의 보행환경특성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었다. 본 연구를 통해 보도의 재질, 틈새, 장애물 등 보도의 질에 관한 요소들과, 건물의 노후 및 관리, 조경의 질, 벤치의 유무 등이 한국에서의 보행활동 유발에 있어 매우 강력한 인자임이 밝혀졌으며, 이는 측정기준 및 방법의 모호성, 효과대비 지나친 시간과 노력의 소요 등으로 계량적 측정이 보류되어 왔던 요소들로 향후 그 중요성에 대해 재인식하게 되는 계기를 본 연구를 통해 제공하였다. 또한 보도의 질이 중요한 요소로 밝혀진 반면 보행목적시설로의 접근성에 대한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산출된 결과는 서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보행환경관련 연구애서 밝혀진 내용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보행환경지표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통근/통학, 근린생활시설이용, 여가보행을 모두 포함하는 일상생활보행에 비해, 운동과 산책만을 포함하는 여가보행에 대해서는 심미적이고 도시설계적 요소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가보행의 특성상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보행환경개선사업에 있어서는 이들 요소에 대한 개선에 보다 비중을 실어야 한다는 예상이 가능하게 한다.
이 밖에도, 본 연구에서 사용한 평가지표개발방식은 실제 보행량에 근거하여 평가항목별 가중치를 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대부분의 평가지표들이 사용해온 전문가 설문방식과는 차별화되며, 보다 현실적인 결과를 통해 지표의 활용근거를 높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V. 연구결과의 활용계획
본 연구에서 도출된 보행친화도 평가지표는 건강증진을 위한 보행활동을 유도해낼 수 있는 근린환경 조성에 일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보다 간편하면서도 거주민들이 실제로 중요하다고 느끼는 환경개선에 대한 요구를 읽어낼 수 있는 도구로서 응용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제안된 평가지표는 학술적인 의미에서 한국의 보행활동 및 근린환경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론적 틀을 제공할 수 있으나, 지자체나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의 현장에서 사용되기에는 지표의 요소들을 계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각 지표항목별 절대적 또는 상대적 평가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는 후속과제가 남아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도출된 평가지표에서 그 상대적 중요도가 높게 나온 항목을 선별하여, 주민이나 지자체가 비교적 간단하게 "자가판단" 을 할 수 있는 "보행친화도 자가측정 도구(tool-kit)" 를 예시하였다. 32개 보행환경구성요소 중 상대적 중요도가 높은 항목만으로 구성되어 일반인에게 친숙한 어휘로 재정비된 이 자가평가도구는,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이 사는 동네 보행환경의 질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이를 근거로 하여 주민조직이나 관련 지자체에서 개선사업을 벌일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가결과를 통해 지자체에서는 개선사업의 우선순위 및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지역의 발전전략에 따라 일상생활형과 여가형 중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여 실용적인 전략으로 대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