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나의 변방 모과나무달아난 못 골리앗의 도시 나의 변방 모과나무 둥근 슬픔 흔들리며 피는 집 빛의 그늘 보리 한 알, 이 푸른 존재감 씨아가 놓친 씨 모퉁이의 햇살을 기억해 소리 한 송이 기억의 먼 곳까지 가로등 괭이밥 각이 없는 슬픔 항아리 안 살얼음 2부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것들흰빛을 터뜨리는 아침 맹물의 속성 사각지대 자작나무가 쓰는 가을 끄트머리 꽃샘 빚은 달 한 끼의 바다 수평선 맥문동을 끓이는 오후 바람으로 부는 파랑 가을 숲길을 걸으며 목련 결심 용추폭포의 기억 3부 손끝에서 천천히 살아나는 시간 연꽃 등 아래 눈사람 아버지 여름 타고 흐르는 밤 깊은 배려 어제는 언제 갔나요 빈 화분 사라짐에 대하여 회전하는 직진 봄비에 젖다 경칩이라는데 처서 소묘 소엽 풍란 구석의 온기 호수, 봄 수선소 4부 머위 순 같은 언어 하나 자라났다 사과가 익어갈 때 이 비 그치고 햇살 돋으면 잠시 멈추고 어깨를 기대는 사진 그리고 사진눈물의 뿌리 그 등잔 불빛 한 점 햇살로 펼치면 유리병 그리고 벽 식물 경전 껍데기의 내력 초록으로 가는 길 기다림을 늘이는 길 상추씨 털다가 패각의 시간 해설 _ 내밀한 기억과 시의 접착력 이성혁(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