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연둣빛 서간문살구꽃으로 피는 밤 흙담을 다독이는 민들레 그림자 그림을 그리며 식지 않는 이름으로 한가득 조팝 오월을 돌고 도는 소리 서간문에 밑줄 긋기 모닥모닥 타오르는 노을 눈동자 속에 핀 나비꽃 모시 한 필 달팽이들의 귓속말 아버지와 혼수 단칸방 처서 가을이 붓을 쥔다 2부 달빛 걸어 놓은 대문간이역에 누운 별 한 끼의 다정함으로 한 생이 따뜻해서 여덟 개의 그림자가 끌어안은 밤 눈빛 재단사 왼손 수묵화 채워도 비는 자리 내 마음의 두레박 꾹꾹 밟아야 일어나는 보리처럼 흐려진 문장이 흐르고 그들의 잔치 그가 허밍으로 달리는 길 흉터를 베고 누워 헌 옷에 인연을 싸고 지금은 이별해야 할 때 우는 자리 3부 붉게 물든 서녘에 어둠이 자박이고향 그리기 너도 발끝에 봄을 얹어 봐 다섯 개의 흔들리는 바람 세쌍둥이 해가 징검징검 건너는 다리 마중물 메기의 추억 내 안의 허기 타는 달 거울 얼굴 이제는 입추 구절초를 달이는 중입니다 구름산 도서관 1 출렁거리는 나무 구름산 도서관 2 4부 바다가 펼쳐 놓은 문장빈집 봄산통 톡 터지는 가을 해를 품은 씨앗 바람으로 닫는 오후 함지박 편지 여기 좀 보세요 불량한 신호등 우체부를 기다리는 산골 햇볕밥 팔봉산에서 기다릴래요 은하향수 새파랗게 소풍 가요 멍석에 핀 꽃 낙화 해설 _가족의 서정을 복원하는 대서사 이종섶(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