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표제: 雨過天靑 : 2016-2019 有你一起走的婚姻平權攝影故事書 감수: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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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평등을 향한 끈질긴 여정 □ 류민희(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추천의 글 햇살의 따스함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 쑤전창(타이완 행정원장) 결혼 평등권의 작은 걸음, 타이완 인권 진보의 큰 걸음 □ 퉁쯔셴(페가트론 코퍼레이션 회장) 희망을 가져다준 운동 □ 알렉스 그리니치(호주결혼평등권협회 이사장) 사랑은 타이완에서 어떻게 이겼는가 □ 에번 울프슨, 탈리아 제파토스, 캐머런 톨(결혼의 자유)
들어가며 비 온 뒤 맑음 □ 뤼신제(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집행위원장)
1부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이 걸어온 길 우리와 함께한 의미 있는 숫자 우리가 디자인한 홍보 포스터 2016 2017 2018 2019 2020 & 2021
2부 이야기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 □ 유메이뉘(전 민진당 국회의원) × 쉬위런(전 국민당 국회의원) 정치 참모의 눈으로 본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 □ 리화이런(쑤전창 행정원장의 전 보좌관) 기독교인이자 성소수자라는 두 가지 정체성 □ 장마오전(참빛복음교회 목사) 성소수자의 부모는 귀인이 될 수 있어요 □ 궈 마마(성소수자부모사랑협회 설립자)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자리에 당연하게 서 있을 뿐 □ 원전링(배우) 승리를 위해 지방을 움직이다 □ 리즈천(결혼평등권빅플랫폼의 전 타이난 지부 책임자)
3부 긴급회의 여섯 장면 장면 하나 □ 결혼평등권빅플랫폼의 탄생 장면 둘 □ 법안 발의 계획 변경 장면 셋 □ 보수 단체들의 공격 장면 넷 □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자 장면 다섯 □ 국민투표 막전막후 장면 여섯 □ 새로운 역사를 쓰다
나오며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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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타이완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 법제화를 이루기까지 2016-2019 결혼평등권운동의 결정적인 순간과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
아시아에서 성소수자에게 가장 친화적인 곳으로 알려진 타이완은 일찍이 1986년 치자웨이가 계엄령하에서 게이로 커밍아웃하고 혼인 신고를 접수하며 동성 결혼의 권리를 주장한 이래로 30여 년간 성소수자운동의 역사를 이어왔다. 2000년 평소 ‘여자아이 같다’며 따돌림을 당하던 남자 중학생이 화장실에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2004년에 「양성평등교육법」이 「성평등교육법」으로, 2007년에 「양성고용평등법」이 「성별고용평등법」으로 개정되는 등 사회 전반에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었다. 그럼에도 동성 결혼 법제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2010년대 중반 무렵이다. 2015년 재차 시도한 혼인 신고를 거부당한 치자웨이가 사법원에 헌법 해석을 청원하고, 같은 시기에 혼인 신고를 거부당한 세 쌍의 레즈비언 커플에 대해 타이베이 시정부 역시 헌법 해석을 청원하면서 결혼 평등권이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때마침 2016년 1월 결혼 평등권의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운 차이잉원이 총통으로 취임하고, 2014년 해바라기운동 이후 성장해온 청년 세대 정치인들이 평등, 인권 등의 의제를 앞세우면서 성소수자의 권리를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읽은 성소수자 및 여성운동 단체들은 ‘결혼 평등권’을 핵심 의제로 삼은 ‘결혼평등권빅플랫폼(2020년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으로 명칭 변경)’을 결성하고, 여성운동가 출신의 민진당 국회의원 유메이뉘 등과 함께 동성 결혼 법안을 준비한다. 빅플랫폼은 본래 2017년에 민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었으나, 프랑스 태생으로 타이완대학교에서 강의하던 비안성 교수가 동성 반려자 쩡징차오가 사망한 이후 1년 만인 2016년 10월에 자살한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입법 시간표가 앞당겨진다. 2016년 10월 유메이뉘 의원을 대표로 하여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빅플랫폼은 12월 10일 25만 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결혼 평등권 콘서트를 개최한다. 다음 해인 2017년 5월 사법원이 현행 민법이 동성 결혼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순조롭게 동성 결혼 입법이 가능할 듯 보였다. 그러나 기독교 및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세력이 민법 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발의하면서 그에 대한 찬반 여론이 전국을 뜨겁게 달군다. 온갖 가짜뉴스가 판치는 가운데 빅플랫폼은 온오프라인 캠페인, 지역 워크숍, 전시회, 거리 집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민을 만나지만 국민투표에서 무참히 패배하고 만다. 결국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는 2019년 5월 특별법의 형태로 실현된다. ‘결혼’이라는 두 글자를 명시한 특별법이 통과되던 순간,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에는 기적처럼 무지개가 떠올랐다. 이 책은 3년 남짓 긴박하게 진행된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을 활동가들의 연대 단체인 빅플랫폼의 입장에서 기록한 결과물이다. 1부의 ‘타임라인’을 통해서는 하나의 의제가 입법에 도달하기까지 거치기 마련인 격렬한 충돌과 점진적 합의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고, 2부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개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3부의 ‘긴급회의 여섯 장면’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결정적인 순간을 엿볼 수 있다. “진실한 삶의 이야기로 다가가자” 새로운 세대가 이끈 2016년 이후의 결혼평등권운동
30년 넘게 이어진 성소수자운동의 흐름 속에서 ‘결혼 평등권’이라는 의제를 중심으로 뭉친 2016년 이후의 결혼평등권운동에는 어떤 차별성이 있었을까? 무엇을 동력으로 이들은 타이완 전 지역의 전 세대에게 성소수자 관련 의제를 전할 수 있었을까? 빅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대의 활동가들은 소송 등 법적 투쟁에 초점을 맞추던 앞 세대 활동가들과 달리 성소수자들의 진실한 삶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하고자 했다. 이 책 1부의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대규모 거리 콘서트, 성소수자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한 전국 순회 전시회, 마조 여신을 맞이하는 전통 신앙 행사 참여, 어린이날 및 어버이날 행사, 플래시몹 이벤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초대한 잔디밭 소풍, 고향 기차역에서 귀성객을 맞으며 국민투표 독려하기,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상점들에 깃발 꽂기 등 수많은 이벤트가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빅플랫폼은 동성 연인의 사랑 이야기, 성소수자가 가족과 오랜 갈등 끝에 화해한 사연 등을 부지런히 수집해 공유했다. 이를 통해 동성 결혼이 나와 무관한 일부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족이나 친구, 이웃의 이야기이자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임을 알렸다. 반대 진영과 격렬하게 충돌하기보다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또한 이들에게는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장이 있었다. 빅플랫폼 활동가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비상 동원령’을 내려 짧은 시간 안에 수천, 수만 명의 시민을 입법원 앞으로 집결시켰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광고비, 행사비를 충당했고, 입법원이나 국회의원의 소셜 미디어에 댓글 남기기 등 온라인 캠페인도 수차례 진행했다. 국제 교류에도 적극적이었다. 결혼 평등 법안을 먼저 발의한 네덜란드, 프랑스, 호주의 국회의원, 동성 결혼 국민투표를 경험한 미국과 호주의 활동가를 타이완에 초청해 조언을 얻었고, 유엔의 인권 행사나 미국 국무부, 태국 외신기자협회 등을 방문해 강연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마디로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국내와 해외, 전통과 현대,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넘나들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고, 만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만났다. 이에 더해 ‘국민투표’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전 국민이 성소수자 의제를 학습할 기회를 얻은 덕분에 동성 결혼 법제화라는 구체적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자기 목소리를 내면 정말로 역사를 바꿀 수 있어요” 타이완 민주주의의 성취가 한국 사회에 전하는 말
타이완의 동성 결혼 법제화는 이름 난 활동가나 관록의 국회의원 같은 어느 한 사람의 성취가 아니다. 더 평등한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한 끝에 얻은 결과다. 이 책의 2부와 3부에는 여야의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인의 보좌관으로서, 성소수자 당사자이자 목회자로서, 성소수자의 부모로서,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으로서, 지역 활동가로서,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을 한곳에 모으는 빅플랫폼 활동가로서 자기 역할에 충실했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여성운동에 참여한 뒤로 자신감이 생겼고 더는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게 되었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자신의 행동이 옳은가 그른가이고, 또한 그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 유메이뉘, 전 민진당 국회의원(180쪽)
국민당 같은 보수 정당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어쩌면 균열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는 현행 민법을 수정하는 개정안을 내놓았어요. 그것도 가장 진보적인 버전으로요. 돌격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할 수 있지요. - 쉬위런, 전 국민당 국회의원(183~185쪽)
사법원은 동성 결혼의 권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결했고, 민의는 민법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했죠. 그 결과로 특별법을 마련하게 된 것이고요. 이는 타이완 사회가 법과 행정, 나아가 민의에 이르기까지 모든 역량을 결집해 만들어낸 집단 지성의 산물이에요. - 리화이런, 쑤전창 행정원장의 전 보좌관(202~203쪽)
우리 교회에 트랜스젠더 교우가 있어요. 아이들은 처음에 그 사람을 이모라고 불러야 할지, 삼촌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하겠지만 부르다 보면 이내 익숙해지죠. 그 밖에도 학부모 중에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 그럴 때 우리 교회의 학부모들이 들어가면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잖아요. - 장마오전, 성소수자이자 참빛복음교회 목사(213쪽)
성소수자의 아버지,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귀인이 될 수 있어요. 자기 아이를 이해한다면 거리에 나가 아무하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겠죠. - 궈 마마, 성소수자부모사랑협회 설립자(228쪽)
저는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지 않아요. 제가 결혼 평등을 지지하는 것은 제 자신의 권리, 미래의 아이의 권리를 지지하는 것과 같아요. 어쩌면 지금 당장은 모를지라도 당신 곁의 누군가의 권리일지도 몰라요. - 원전링, 배우(238쪽)
이들은 담담하면서도 유쾌한 어조로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신념, 갈등과 타협의 순간, 가치관의 변화, 행동의 동력, 기대하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들 뒤에는 책에 이름이 실리지는 않았지만 집회 때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십만의 시민, 무지개 깃발을 꽂아 동성 결혼 지지를 드러낸 작은 상점의 주인들, 자녀의 설득에 마음을 움직인 부모들, 광고와 행사에 필요한 비용을 기꺼이 기부한 사람들, 수없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이들 각자는 자신이 믿는 바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지만, 그 행동이 모여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고 역사에 길이 남을 결정이 이루어졌다. 빅플랫폼 활동가들은 이 책의 3부에서 주요 회의 장면을 재연하면서 대립하는 상대와도 소통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민주주의의 힘이란 얼마나 강력한지를 직접 경험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결코 작지 않으며, 그 힘을 지혜롭게 모아낸다면 사회를 움직이고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책속에서
[P.27~28] 뭇사람의 힘을 모으면 변화는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활동가로서 의지와 체력의 한계에 도전했고, 사람 간 혹은 단체 간 협력의 한계에 도전했으며,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더불어 나아가는 법을 배웠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모색했다. 이 모든 과정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 할지라도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P. 52] 25만 명이 모인 결혼 평등권 콘서트 2016년 세계 인권의 날, 우리는 카이다거란대로로 뛰쳐나와 자신과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 바로 그 전주에 동성애 반대 단체가 같은 장소에 결집해 시위를 벌이며 “결혼과 가정은 전 국민이 결정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차별적인 구호로 성소수자들의 마음을 칼로 도려냈다. 그다음 주에 25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같은 장소에 모여 “더는 목숨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결혼 평등권을 위해 떨쳐 일어나자” 콘서트에 호응하면서, 낮부터 밤까지 “SEE MY RIGHTS NOW!”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며 평등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 따뜻한 노랫소리가 카이다거란대로를 감싸고, 그 아래에 무수한 무지개 깃발이 너울거린다. 웃고 울던 이날 밤, 우리는 서로 함께 있어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P. 87~91] 동성 결혼 불허는 위헌이라는 헌법 해석이 나온 날 2017년 5월 24일 사법원이 헌법 해석을 내놓은 날, 우리는 2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한 번 더 입법원 앞에 집결하여 정부가 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하기를 희망하면서 압력을 가했다. (…) 그날 오후 4시에 사법원이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여 기자 회견을 여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이내 심상치 않은 순간임을 눈치챘다. 「사법원 석자 제748호 해석」이 발표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타이완의 무지개를 밝히자’였다. 우리는 여섯 가지 색깔을 넣은 투명 카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다 같이 휴대전화의 빛으로 무지개를 밝히는 집단 예술 공연을 펼쳤다. (…) 그 작은 투명 무지개 카드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곁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