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국회도서관 홈으로 정보검색 소장정보 검색

목차보기

들어가는 글 옥수수 두 자루와 노동조합

고요한 노동자 가슴에 돌 던지는
노동자 도시로 떠난 시골 청년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
은밀하고 수상하게, “노동조합 할래?”
회사가 강요하는 질서
노조를 하는 이유
‘단결투쟁’ 머리띠 맬 때
138 더하기 1
오랜 싸움을 준비하다
내가 하는 싸움이 역사가 될 때
덩치를 키우는 연대
살과 뼈를 태우는 27일
6년 만에 받은 협상안
진짜 사장을 찾아서
검찰 사물함에 불법 파견 증거물이 가득해도
6년이 아니라 60년도 싸워 주마
징벌 조끼 벗고 금속노조 조끼 입고
연대가 바꾸는 삶
“나는 센 자본이 좋더라고”
‘아사히지회’를 쓰다

나가는 글 한 청년 노동자가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 거대한 이야기

이용현황보기

파치 : 쓰다 버려지는 삶을 거부한 아사히비정규직지회를 쓰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246379 331.88 -25-8 서울관 의원열람실(회관) 이용불가
0003246380 331.88 -25-8 서울관 사회과학자료실(208호) 이용가능
0003249257 331.88 -25-8 서울관 사회과학자료실(208호) 이용가능
0003249258 331.88 -25-8 서울관 사회과학자료실(208호) 이용가능
B000135709 331.88 -25-8 부산관 로비(1층 로비) 북큐레이션
(관내이용)
B000135710 331.88 -25-8 부산관 주제자료실(2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공장은 우리를 경쟁하게 하지만,
노동조합은 우리를 협력하게 하죠.”

깨진 유리처럼 버려진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일터에서 쫓겨난 ‘불량 인생’
노조 할 권리와 인간답게 살 길을 찾아
끈끈한 동지애와 연대의 힘으로 당당히 공장으로 돌아간
아사히글라스지회 9년을 기록하다

“다녀오겠습니다” ― 쫓겨난 공장으로 기어코 돌아간 쓰다 버려지는 삶들

“10번의 여름, 9번의 겨울을 보내고서야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다녀오겠습니다.” 2024년 8월 1일, 구미공단 어느 공장 정문 앞에 ‘들꽃의 향기가 바람에 날려 공장 담벼락을 넘는 날’이라는 문구를 적은 커다란 플래카드가 펼쳐졌다. 2015년 5월 29일에 노조를 만든 ‘들꽃’들은 6월 30일에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고 해고자가 됐다. 끈질기게 살아서 전국 곳곳으로 번지는 희망이 되겠다는 다짐을 담아 스스로 ‘들꽃’이라 불렀다. ‘들꽃’들은 ‘파치’였다. 유리 만드는 아사히글라스 공장에서 ‘깨어지거나 흠이 나서 못 쓰게 된’ 파치를 가리고 버리던 노동자들이 파치처럼 버려졌다.
파치처럼 버려지고 마는 ‘불량 인생’을 거부한 노동자들이 9년 만에 공장으로 당당하게 돌아간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제30회 전태일문학상 르포 부문에 당선하고 아사히글라스지회 투쟁을 담은 〈우리 노조가 그렇게 대단한가요?〉로 제15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 수혜자로 선정된 기록하는 사람 소희다. 노동자가 담대해지는 순간을 만나고 싶어서 취재하고 노동자를 편들기 위해서 기록하는 소희는 2015년 8월 옥수수 파치를 싸 들고 찾아가 ‘불량 유리’처럼 버려진 들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고, 해고된 지 10년 만이고 복직한 지 1년이 흐른 지금 《파치》를 세상을 내놓는다.

3321일 ― 9년 만에 공장 담벼락을 넘은 들꽃들 이야기
2024년 8월 1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뗀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깃발을 안고 공장으로 돌아갔다. 1907년에 설립된 아사히글라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전범 기업 미쓰비시 그룹 계열사로, 텔레비전, 컴퓨터, 노트북,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아주 얇은 액정 유리를 만든다. 2015년 4월 13일, 아사히글라스는 비정규직 노동자 16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다. 5월 29일,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한다. 6월 30일, 노동자 178명이 문자 메시지로 해고된다. 9년 동안, 투쟁과 재판과 희비가 교차한다.
파치인 양 버려진 노동자들은 공장 담벼락에 핀 들꽃처럼 자그마치 9년을 끈질기게 버틴다. ‘서울에 본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사장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생산하는 공장만 있’는 센 자본에 맞서 싸우느라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일본 도쿄에 자리한 본사에도 달려가고, 투쟁팀과 생계팀으로 나눠 유연하게 투쟁을 이어가고, 전국 곳곳을 돌며 ‘투쟁 사업장 공동투쟁’과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 공동투쟁단’에 참여한다. 그런 시간이 천막 농성장 앞 눈처럼 쌓이고 쌓여 노동자들은 연대란 다른 사업장을 ‘도와주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변화’시키는 ‘교육’이라는 사실도 깨닫는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완벽한 100퍼센트 승리는 불가능합니다. 패배도 하고 승리도 하고 그렇게 투쟁하면서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원정 투쟁 때 통역을 도맡은 오키야마 요시타다도 이런 말로 국경을 넘는 끈끈한 동지애와 연대가 지닌 힘을 증언한다. 제대로 된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키는 데 필요한 그런 힘은 노조에 가입할 때, 해고될 때, 어떤 일이 닥칠 때도 해탈한 듯한 안진석이 던진 한마디에 오롯이 담겨 있다. “공장은 우리를 경쟁하게 하지만, 노동조합은 우리를 협력하게 하죠.”

“괜찮냐고 묻고 싶어요” ― 쓰다 버려지는 삶을 넘어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지회장님은 조합원들에게 한 가지만 묻는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어요?” “괜찮냐고 묻고 싶어요.” 캠코더를 든 소희가 묻자 차헌호 지회장은 담담하게 대답한다. 엄마가 쓴 르포를 읽은 첫 독자 ‘또레미’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 투쟁한다’는 《데미안》의 첫 문장을 떠올린다. 사건과 숫자와 법률 용어를 뛰어넘는 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9년 동안 노동자들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지키고 만 이야기는 쓰다 버려지는 삶들이 온갖 제약을 뚫고 한계를 지나 일하는 사람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힘을 지닌 존재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노동조합 만드는 이야기는 결코 가벼울 수 없고, 서류 몇 장과 숫자 몇 개로 짧게 끝날 수도 없고, ‘한 청년 노동자가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 거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P. 19] 이영민은 공장을 바라보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공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한 아주 짧은 시간을 들려줬다. 고작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노동자들이 공장을 나서는 활기찬 모습과 공장 앞에서 집회하는 당당한 모습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공장을 향하는 눈빛에는 고통도 슬픔도 후회도 없었다. 뿌듯하고 자신만만한 기운이 느껴졌다. 해방감이었다.
[P. 56] “길에서 콜이 찍히기를 기다리면서 ‘노동조합 만들려고 이 짓을 해야 하나’ 하고 수백 번도 더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도 결론은 노조가 중독성이 굉장히 강하다는 거였죠. 금강화섬에 있을 때 조합원들이랑 싸운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싸워서 쟁취하는 성취감을 느낄 때 짜릿함,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열정, 노동조합이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