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중에서
우연히 인간의 손에 놓인 이 서사라는 문학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온갖 인물들이 등장하는 거기에는 우리를,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사건들로 넘쳐난다. 우리를 슬프게도, 기쁘게도 하면서 위로와 격려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거기에는 고통과 굴욕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처지와 같은 인물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세상은 결코 고립되어 있지도, 외롭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은 문학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이번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요한 화두는 인간의 존엄성 문제이다. (중략)
인간은 이제 인간들끼리만이 아니라, 로봇이나 인공지능들과도 갈등 혹은 공존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것이 제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다. 인간들끼리는 갈등과 공존이 길항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인간들끼리의 공존을 위한 연대성은 아스라이 멀어지고 있다. 여전히 인간이 인간을 모멸하고 그로 인해 패배와 굴욕, 소통 부재, 타인에 대한 책임 의식의 부재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여기에다가 이제 인간은 로봇이나 인공지능들과도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일을 바로 세우는 데 출발은 무엇일까. 그 과업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존엄성 문제라는 것이 이 저술의 주된 화두다. 제1부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서사와 문학교육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문제를 큰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다루었다. 제2부에서는 한국전쟁, 제2차 세계대전 특히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내러티브를 통해 서사(문학)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논의하였다. 제3부에서는 다양하게 존재하는 문학작품과 이론 가운데 그 문제 의식을 살펴보고, 문학(서사)교육이 그것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교육적인 내용과 방법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살폈다. 문학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고, 문학(서사)교육이 문어 중심에서 벗어나 구어, 복합매체, 일상 속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였다. 이 모든 것이 저자의 연구 분야로서 삶·서사(문학)·교육과 관련된 통섭의 산물 가운데 하나임은 물론이다.

[P. 82] 왜 인간의 모멸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성을 살리는 문학과 문학교육인가. 그것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것을 말살할 어떠한 명분도 권한도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문화 행위의 과정이자 결과이기도 한 문학과 문학교육은 이러한 인류의 큰 사명과 과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글에서는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과 터키의 소설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선한 삶의 목적을 위해, 문학과 문학교육이 인간의 존엄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살폈다. 이것은 지역적, 민족적, 인종적 편견을 넘어서고 고통받는 소수자를 살리는 문학교육의 존립 근거와 목적을 논의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