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파트 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맘이었다. 아침이면 아이를 등원시키고, 유모차를 끌고 동네맘과 커피타임을 가지는 전형적인 동네맘이었다. 이런 동네맘의 생활은 즐겁고 만족스러웠다. 아침마다 친한 동네맘과 언니, 동생 하면서 커피 마시고 이야기를 끝도 없이 하는 시간이 재밌었다. 모임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행복했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과 함께하며 때때로 위로를 얻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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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의 청춘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시간보다 중요한 자원은 없다. 가정 교과서에도 ‘시간’과 관련된 단원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시간이라는 자원은 중요하다.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서 나와 우리 가족의 인생은 바뀐다. 나는 임용 공부를 통해서 내 인생을 바꾸었다. 전업주부에서 신규교사가 되었고, 경력 단절 여성에서 특정직 공무원이 되었다. 만약 동네맘으로 계속 지냈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전업주부이자 경력 단절 여성으로 ‘이번 생애는 틀렸나 보다. 이렇게 살다가 죽나 보다. 다들 이렇게 살겠지.’라며 스스로 위로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난 뒤 재취업을 하고 싶어서 이리저리 궁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는 분명히 지금보다 늦다. 지금이 가장 빠른 날이다. 그러니 제발 나의 소중한 하루를 동네맘에게 쓰지 말고 자신에게 써라. 나만의 하루를 써라.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라. 자격증 공부를 해도 좋고, 취미생활을 해도 좋고, 아이들 교육에 몰입해도 좋다.
동네맘과 수다 타임만은 가지지 마라. 수다 타임을 가지더라도 독서 모임이든, 공부 모임이든 목적 있는 모임을 하길 바란다. 동네맘과 이별이 힘들면 동네맘과 의미 없는 ‘수다 타임’ 대신에 ‘스터디’를 하면 좋겠다. 영어든, 독서든, 운동이든 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목적은 친목이 아니라 공부나 자기 계발이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최소한 버려지는 시간에 대해서 나중에 후회는 없을 것이다.
동네맘으로 사는 동안에 내가 이룬 일을 말하라고 하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둘째를 낳은 것과 그나마 뜨개에 취미가 있어서, 그 기간에 ‘대바늘 인형 강사 자격증’을 딴 것이 전부다. 너무 후회스럽다. 책이라도 한 권 읽었으면 이리 후회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동네맘과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함께하면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얻는다고.
그러나 이런 것들이 나의 인생을 바꾸고 가족의 인생을 바꾸는 것보다 소중한가? 임용 공부 이후에 내 인생도 바뀌었고, 우리 아이들의 인생도 바뀌었다. 나만 바뀌는 미라클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바뀌는 미라클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경험하면 좋겠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나는 동네맘을 버리고 나를 찾았고 우리 가족의 인생을 바꾸었다.
(동네맘들과의 소속감, 벗어나니 별거 아니더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