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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0.2-21-1

- 서명: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 : 역사를 통해 배우는 성공한 국가의 조건

- 편/저자: 박지향

- 발행처: 김영사(2021-03)

서평
 잘 사는 국가의 조건은 무엇인가
서평자
 현진권,국회도서관장
발행사항
 542 ( 2021-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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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자유롭고 공정한 나라

2장 성공한 나라의 정치

3장 자유가 일으킨 번영

4장 집단주의의 도전

5장 복지국가의 명암

6장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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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나라는 자유롭고 공정한 나라라는 특성을 띤다. 물론 이는 상대적 개념이다. 역사를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성공한 나라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역사를 경험론적이고 비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상대적으로 성공한 나라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역사를 중히 여기고 배워야 하는 이유는 우리 역사가 결코 평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p. 11-12) 모든 국가는 경제적인 번영을 누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잘 사는 국가보다 못사는 국가가 훨씬 많다. 왜 그럴까? 흔히 잘 사는 국가를 성공한 나라라고 이야기 하는데, 여기서 성공은 결국 경제번영이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의 원인을 찾는 것은 경제학에서 중요한 연구과제다. 한때 전 세계 베스트셀러였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경제학자 애쓰모글루 등이 집필한 역작이다. 이 책은 국가의 성공여부는 결국 제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성공한 국가는 건설적인 제도를 도입한 반면, 실패한 국가는 계층 간 착취적 제도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국가의 경제성장에서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제도경제학’도 경제학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의 저자인 박지향 교수는 역사학자다. 한국의 역사학자가 국가의 경제적 번영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역사학자가 역사적인 고찰을 통해 어떤 나라가 성공했는지를 보여준다. 경제학자보다 독자 친화적인 방법으로 설명한다. 우선 사용하는 용어가 쉽다. 또 상식을 바탕으로 모든 논리의 결과를 유도해 낸다. 그래서 이 책은 경제학자가 쓴 책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특히 국가의 성공에 대한 대중들의 고민을 이끌어내기에도 좋다. 또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분량이 적다는 점이다. 현대인은 매우 바쁘기 때문에 책 볼 시간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옛날로 치면 문고판 정도의 분량을 통해, 국가 성공과 같은 거시적인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게 독자에겐 행운이다. 성공한 국가의 조건을 알기 위해선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를 비교해야 한다. 대표적인 성공 국가는 영국과 미국이다. 이 국가들은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자유는 개인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국가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국가의 성공 여부는 어떤 사상을 추구하고 있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실제로 영국은 ‘자유’를 체계적으로 구축한 자유주의 철학자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된 국가다. 토마스 홉스, 데이비드 흄, 존 로크, 아담 스미스 등이 대표적이다. 자유주의 사상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철학자들이 지속적으로 나왔다는 사실만 봐도, 영국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국가다. 물론 사상만으로 국가를 이끌어 나갈 수 없다. 자유주의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동안 마르크스 사상으로 무장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등장했다. 그래서 20세기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사상의 경쟁 시기였다. 사상의 경쟁은 결국 국가의 경제성공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결과는 이미 증명됐다. 자유주의가 사회주의보다 우월한 사상이다. 여기서 우월하다는 것은 사상적 논리구조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 사상으로 인해 국가가 경제적 번영을 이뤘는지의 여부다. 경제적 측면만으로 성공한 국가를 결정할 순 없다. 당연히 민주주의도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 자유주의가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면, 민주주의는 평등을 최고로 친다. 그래서 두 가치는 같이 갈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인위적인 평등이 자유의 가치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의 실패를 불러올 수도 있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민주주의 체제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이상적인 정치제도로 철인정치를 내세웠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철인정치는 왕권정치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주의를 피할 수 없는 시대다.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국가를 운영하면서, 사회주의와 유사한 정책노선을 편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회주의 체제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복지국가가 대체적인 정치형태로 제시됐지만, 국가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환상은 깨진 상태다. 국가의 성공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사상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자유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복지국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결국 한 국가의 성공여부는 그 국가 국민이 이 같은 사상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 또 어떤 사상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경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 책은 자유를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태다. 어쩌면 평등가치가 더 보편적으로 깊이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다. ‘평등을 넘어 공정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사상적 고민이 필요하다. 정책은 물론, 성공한 국가를 만든 사상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성공한 국가의 사상적 조건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짧은 시간 내 얻을 수 있다. 역사학자가 저술한 책이지만, 서술 방법에 있어서는 가장 경제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