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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30.122-10-33

- 서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편/저자: 장하준

- 발행처: 부키(2010-11)

서평
 더 나은 자본주의를 생각한다
서평자
 최효철,대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 대전대학교 지역협력연구원장
발행사항
 12 ( 2011-0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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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Thing 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Thing 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Thing 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Thing 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Thing 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Thing 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Thing 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Thing 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Thing 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Thing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Thing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Thing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Thing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Thing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Thing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Thing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Thing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Thing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Thing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Thing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Thing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Thing 22 금융 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Thing 23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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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만능주의를 비판하는 책은 드물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동네북 처지가 되고부터는 더욱 그렇다.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그런 비판서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그 중의 하나’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탁월하며 너무도 도발적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 경제가 돌아가는 모습과 원리에 대한 주류경제학의 설명 23가지를 직설적으로 부정하고 반박한다.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라거나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는 주장처럼 자본주의체제의 기저를 이루는 기본원리들에 대한 정면 공격(그러나 그다지 새삼스럽지는 않은)이 있는가 하면 우리의 상식이나 직관에 반하는 놀랍고도 영감이 넘치지만 무모해 보이는 주장들도 있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고 이메일보다 전보가 통신 속도를 더 빠른 비율로 향상시켰다”면서 지식기반경제 혹은 탈산업화 시대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날 것을 충고하는 대목이나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이 그 예다.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 책의 비판 대상인 자유시장주의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 평자 개인으로서도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시장은 만능이 아니며,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도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고, 따라서 시장, 특히 금융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일련의 주장들이 그렇다. 또 제조업은 시대를 막론하고 선·후진국을 불문하고 여전히 중요하다는 주장도 대단히 통찰력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가주도 자본주의가 자유시장주의보다 더 나은 자본주의일 수 있다는 저자의 결론에는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진단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그 통렬함과 예리함을 처방전에서는 찾을 수 없어서 아쉽기도 하다. 이 책은 아주 쉬운 비유와 놀라운 반전이 준비된 문답법의 구사, 그리고 동서와 고금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증거와 사례의 풍부한 제시를 통해 경제학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빠르게 저자의 주장에 빨려들게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한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을 주연으로 등장시켜 이들의 경제성장이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을 통한 것이었다는 것을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시장자유화가 이루어진 1980년대 이후 오히려 급격히 추락했다는 사실도 통계자료와 함께 언급된다. 이러한 화려한 논지 전개가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큰 매력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읽는 이의 공정한 가치판단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이 책의 23가지 주장 대부분은 옳은가 그른가를 따져야 하는 실증적 주장이라기보다는 동의할 수 있는가 동의하기 힘든가가 논쟁의 기준이 되는 규범적 주장들이다. 그런데 저자는 도처에서 자신의 규범적 주장을 마치 사실(fact)인 것처럼 실증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아무리 그럴 듯한 사례일지라도 사례가 주장을 사실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이 책이 보다 학술적인 자리에서 논의된다면 충돌하는 사례들 중 유리한 사례만 자의적으로 선정했다거나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에 의존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대목이 적잖이 있다. 어쨌거나 이 책은 도대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더 나은 경제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필독서라고 할 만하다. 비록 ‘더 나은 자본주의는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모법답안이 쓰여 있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그 풀이과정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