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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30.122-21-12

- 서명: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 편/저자: 나오미 클라인

- 발행처: MOBIDICBOOKS(2021-05)

서평
 재난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경제사
서평자
 민병원,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발행사항
 556 ( 2021-1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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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두 명의 쇼크요법 전문가: 연구개발자들
제2부 첫 번째 테스트: 출산의 진통
제3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민주주의: 법으로 만든 폭탄들
제4부 전환 과정에서 길을 잃다: 흐느끼고 전율하고 몸부림친 순간
제5부 충격의 시기: 재난 자본주의 복합체의 부상
제6부 돌고 도는 악순환, 이라크: 과잉 쇼크
제7부 이동 가능한 그린존: 완충지대와 높다란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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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크 독트린의 신봉자들이 보기에, 마음껏 그릴 수 있는 백지를 만들어내는 위험한 구원의 순간은 홍수, 전쟁, 테러 공격이 일어날 때다. (p. 34)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논리가 낳은 부작용은 마르크스 이래로 많은 학자와 비평가들의 단골 메뉴였다. 2008년 『쇼크 독트린』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가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재출간된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에 걸쳐 자행되는 신자유주의 질서와 그 뿌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첫 번째 제목이 오늘날 자본주의의 모습에 대한 ‘답’을 먼저 던졌다면, 두 번째 제목은 ‘질문’을 통해 핵심을 찌른다. 나오미 클라인은 20세기 초반에 탄생한 극단적인 시장우선주의의 계보를 거슬러 오른다. 클라인이 지목하는 ‘재난자본주의’의 원흉은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학파이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잘못된 확신과 과도한 집착이 오늘날 세계경제를 비극으로 이끌어 왔다는 것이다. 민영화와 탈규제를 내세우던 재난자본주의는 만연한 위기와 전쟁, 재앙을 돈벌이의 기회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탐욕스러운 기업 간에 과두재벌이 탄생하고 이들은 위기를 치료하기 위한 ‘쇼크요법’을 통해 조합주의 국가를 만들어낸다. 책은 모두 7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 시카고학파를 필두로 한 경제독트린의 배경을 설명하고 나서 제2부~제6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걸친 재난자본주의의 역사적 궤적을 추적한다. 출발점은 1970년대 초반 미국의 지원 하에 시도된 칠레 피노체트 정권의 개방경제의 실험이었다. 여타 남미 국가로 확산된 이러한 재난자본주의 처방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지만, 시카고학파는 고문과 공포로 점철된 이 지역의 정치사회적 곤경에조차 눈을 감고 있었다. 재난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탐욕을 드러낸 시기는 1980∼90년대였다. 대처와 레이건 행정부의 신자유주의 기조와 더불어 곧이어 사회주의 진영의 체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재난자본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폴란드,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은 물론이고,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역시 재난자본주의의 만만한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재난자본주의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클라인은 9․11 테러 이후 부시행정부의 공세적인 정책 역시 노골적인 재난자본주의의 한 형태로 해석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재난을 먹고 사는 ‘재난자본주의 복합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라크전쟁을 통해 중동에 거점을 만들려 했고, 동남아시아의 쓰나미조차 쇼크요법의 희생물로 전락시켰다. 2005년 미국 남부에서 일어난 카트리나 재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클라인이 보기에 단지 선택받은 자들의 ‘그린존’과 버림받은 자들의 ‘레드존’을 구분하는 데 그쳤다. 프리드먼이 2006년 사망한 이후에도 그의 후예들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클라인의 진단에 따르면 재난자본주의의 종말이 머지않았다. 각종 부패와 추문에 이어 그들의 쇼크요법의 약효가 떨어지고 있으며, 도처에서 반세계화운동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클라인의 전망은 낙관론일까? 결론에서 곳곳의 자발적 협력이 일어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미래의 세계에 대한 클라인의 최종적인 평가는 여전히 진행형이면서 불투명하다. 기후변화를 소재로 한 그녀의 저술이 발간되기도 했지만, 코로나 사태라는 또 다른 위기가 재난자본주의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30여년 이상 진행되어온 자본주의의 극단적 변화에 대한 클라인의 진단은 ‘재난’, ‘위기’, ‘쇼크’, ‘조합주의’라는 키워드로 남는다. 각각의 나라에 불어닥친 위기와 사건들은 세월이 흐르면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지만, 이들을 묶어 거시적으로 재해석해내는 클라인의 노력은 비판경제학의 역할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엿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클라인의 진단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난자본주의의 만행을 진단하고 비판하고 있지만, 과연 적실성 있는 그녀의 대안은 무엇일까? 볼테르가 『캉디드』 말미에서 온갖 재난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가꾸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지만, 클라인이 짚어낸 재난자본주의의 위험성은 운명에 순종적인 자세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여전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