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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21.8-21-28

- 서명: 민주주의 개론

- 편/저자: 에이먼 버틀러

- 발행처: 리버티(2021-09)

서평
 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가?
서평자
 박상원,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발행사항
 558 ( 2021-1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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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주주의의 이해
2. 민주주의의 역사
3. 민주주의 제도들
4. 민주주의의 원칙들
5. 오늘날의 대의 민주 국가들
6. 민주주의의 편익들
7. 민주주의의 비판들
8. 지나치게 팔리는 민주주의?
9. 민주적 결정들이 이루어지는 방법
10. 압박감을 느끼는 민주주의
11. 참여의 미래
12. 민주주의와 국경
13. 경험의 교훈들
14. 민주주의에 관한 인용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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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 개인 권리들, 관용, 자유 언론, 기타 등등과 더불어, 좋은 정부의 단지 한 요소일 뿐이다.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는 그것의 범위에서 그것의 본질적인 과업들에 국한되어야 하고, 개인들이 자기들이 선택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안전한 사적 영역을 남겨두어야 한다. (pp. 134-135) 일 년에 한번 여름휴가 가는 직장인이 휴가지 고르는 마음이라고나 할까. 독서와 거리가 먼 주제에, 읽을거리를 선택할 때마다 나는 까칠해진다. “몇 권 읽지 않으니, 한 권의 영향력이 크다. 자칫 잘못하면 중심 없는 가치관과 편협한 생각으로 인도될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책을 잘 고르는 방법 중 하나는 저자에 주목하는 것이다. 어떤 배경과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미리 안다면, 그의 생각에 더 잘 동조할 수도 혹은 더 잘 반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에이먼 버틀러는 세계적인 정책 싱크탱크 중 하나인 애덤 스미스 연구소의 소장이며, 자유메달과 영국 자유 기업상을 수상하였고, 그가 쓴 많은 저서 중 『자유 사상의 기초』는 2014년 피셔 상을 받았다. 원서는 IEA(the Institute of Economic Affairs)에서 출간했으며, 번역본은 도서출판 리버티에서 출판했다. 번역은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한 황수연 교수가 하였다. 즉 이 책은 첫 표지부터 자신의 자유주의 사상을 숨기지 않고 있기에, 무엇에 대해 배우게 될지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해하시지 마시라. 저자는 결코 한 쪽의 생각만을 강요하지 않으며, 독자에 대한 태도는 친절하면서도 정중하다. 이 책은 먼저 개론서답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민주주의를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의 직접 민주주의부터 현대 대의 민주주의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민주주의 원칙과 민주주의 정치 제도 및 구성 요소들을 설명한다. 의회, 선거, 후보, 입법자, 관료 등을 통해 민주적 결정이 이루어지는 방법을 제시하고, 권력 축적의 방지, 변화의 포용과 적응, 비판의 허용과 진보, 평화와 번영 등 민주주의가 가진 편익을 설파한다. 또한 왜 현대의 대의 정치 제도가 완벽하지 않은지, 왜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며, 정치인들에게서 소외된 대중이 민주주의에 환멸을 느끼는지, 왜 자기를 지지하는 다수가 절대 권력을 주었다고 망상하면서 권력자가 독재를 하는지, 왜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오해하고 남용하는지, 왜 100개를 넘는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사실 많은 나라에서 전체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지 등등을 설명하면서 왜곡된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풍부하면서도 적절한 인용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존 로크, 존 스튜어트 밀과 같은 철학자의 말부터, 윈스턴 처칠이나 우드로 윌슨 같은 유명 정치인의 연설 문구, 다론 아세모글루, 제임스 로빈슨 같은 경제학자들의 최근 논문에 이르기까지 적재적소에 배치된 인용들은 현학적인 체 하지 않으면서도 저자의 지식이 얼마나 방대한지 잘 보여준다. 이러한 형식 아래에는 일관되고 설득력 있는 철학이 흐른다. 즉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어떤 ‘다수적 결정’도 짓밟을 수 없는 ‘생명’, ‘자유’, ‘소유권’과 같은 개인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함을,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의 핵심은 결정권을 가진 이들을 순환시킴으로써 시민들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임을, 선출된 권력자들을 견제하고 다수의 폭주를 억제할 수 있는 규칙과 법체계의 존재야말로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디딤돌임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흥미로운 소개로 가득 찬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는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2021년 현재, 나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민주 시민’인가? 대한민국은 법, 제도, 시민의식을 통해 소수가 가진 자유와 권리가 다수가 선출한 권력으로부터 보호받는 그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의 모든 형식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몇 십 년 유지된 헌법,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 제도, 행정부․사법부․입법부로 구성된 삼권분립, 독립된 언론과 시민단체 등 최소한 겉모양은 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이 강조하고 있듯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여부는 이러한 겉모양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리라.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퇴임식 장면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 현실과 겹치면서 내 마음은 무거워진다.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이러한 깨달음은 이 책이 나에게 주는 가장 좋은 선물이자 교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