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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5.5-22-6

- 서명: 시험능력주의 :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 편/저자: 김동춘

- 발행처: 창비(2022-05)

서평
 “능력주의”의 무능력을 비판한다
서평자
 박효민,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발행사항
 607 ( 2022-1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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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시험은 공정하고 그 결과는 능력의 증거’라는 생각
학교와 사회는 교육을 어떻게 성공의 수단으로 만들었나
시험능력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안을 찾을 것인가
1장 사회적 질병으로서의 시험능력주의
2장 시험능력주의의 지배
3장 시험능력주의의 앞면: 지배체제와 그 승리자들
4장 시험능력주의의 뒷면: 배제체제와 그 패배자들
5장 시험능력주의 극복을 위한 사회·교육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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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병, 과잉교육열, 가계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사교육, 학교교육의 파행, 각종 청소년 문제 등에 대한 고발, 해석, 처방이 셀 수 없이 많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같은 사회병리가 여전히 지속되는 이유도 시험능력주의가 학교 혹은 교육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선발체제와 지배질서의 기본 축이기 때문일 것이다.” - 33쪽 한국의 교육 문제는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과도 같다. 관료와 학자들이 모여 시시때때로 한국의 교육제도를 손질해 왔음에도 여전히 교육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입시제도들을 연구해 거의 모든 입시의 형태들을 다 적용해 보았지만, 왜 문제는 더더욱 악화만 되어가고 있는가? 이것이 과연 ‘입시제도’의 문제일까? 『시험능력주의』의 저자 김동춘은 이 문제가 더 이상 교육의 문제가 아닌 사회 시스템의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 관계자들은 보다 나은 시험을 통해 사람을 선발하면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 공교육의 붕괴, 가정의 해체 등 많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최적의 시험 방식을 도입하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저자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쯤 되면 시험을 통해 측정되는 수치가 개인의 능력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면 된다는 이데올로기를 되짚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장점은 이 점에서 두드러진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학교교육의 정상화 문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사회의 공정성 문제에 대한 담론들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평가시스템의 이데올로기를 본격적으로 비판한 분석은 많지 않았다. 저자는 시험을 통해 사람의 순위를 매기고 이에 따라 보상을 분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시스템에 비판을 가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교육현장에서 한국의 학생들이 고통받고 있는 모습을 그려본다. 학생들의 고통은 단순히 공부시간이 많아져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인성과 자아가 무너지고,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손상되고, 사회적 윤리가 붕괴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에 ‘시험성적’으로 대변되는 이른바 ‘시험능력주의’가 깔려 있다고 본다. 책은 한국의 시험능력주의의 지배현상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시험으로 사람들을 줄 세우는 일은 비단 입학, 혹은 채용 과정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입시 결과, 한 번의 채용 결과는 마치 전근대사회의 신분지위처럼 평생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한국사회에서는 이 꼬리표를 기준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평가하며 편가르기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 꼬리표는 세대에 걸쳐 전승된다. 학력신분은 사회의 불평등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사회 불평등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를 얻기 위해 개인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전면전(全面戰)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학교의 역할은 중요하다. 학교는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위해 경쟁하도록 길들이는 시스템이다. 그 결과 학력 엘리트들 그룹이 이 사회의 주요 요직을 과도하게 점령하는 과정은, 학력 엘리트 자신들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에게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학력 엘리트들이 아닌 사람들은 시험 결과에 의한 불이익을 승인하고 여기에 들지 못한 자신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학력을 통해 사회의 기득권이 된 이들은 그들의 우월적 지위를 통해 자신의 지위와 부를 세습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능력주의의 공정함’으로 포장한다. 이 과정에 토를 다는 것은 공정한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된다. 그 와중에 시험의 턱을 넘어 엘리트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실 학벌 엘리트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엘리트에 속하지 못한 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이다. 시험능력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험에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사람은 천한 노동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는 노동이 천한 것으로 전락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들은 단순히 엘리트보다 좀 덜 벌고, 좀 더 힘든 일을 하고, 좀 더 긴 시간을 일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노동은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지고, 그들은 대변할 목소리를 잃으며, 이는 학력을 성취하지 못한 사람들의 저임금 노동, 산업재해, 부당한 노동관행 등으로 이어진다. 끝으로 저자가 제시한 여러 문제 해결 방안 중 특히 능력의 검증 비용을 기업이나 대학이 스스로 부담하는 방안은 한국사회에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현실적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