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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91.4130952-22-1

- 서명: 문화와 폭력 : 전족의 은밀한 역사

- 편/저자: 도러시 고

- 발행처: 글항아리(2022-10)

서평
 천년에 걸친 전족의 역사: 여성 주체적 시각에서 본 욕망 그리고 굴욕
서평자
 이인택,울산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 교수
발행사항
 620 ( 2023-0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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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노출된 신체
1장 전 세계 민족의 거대 역사: ‘천족’의 레토릭, 1880∼1910년대
2장 공개된 신체: 방족 운동의 전개, 1900∼1930년대
3장 골동품이 된 전족: 전족 거부의 시대와 전족 애호가, 1930∼1941년

2부 은폐된 신체
4장 고전 문헌에서 탄생한 전족
5장 장소의 성적 환상: 남성 욕망과 서북 지역의 상상 지리
6장 신데렐라의 꿈: 여성 신체가 짊어진 부담과 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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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족 담론에서는 보편적으로 여성 신체의 물질성이 삭제되었다. 그 결과 전족의 고통을 현실적으로 묘사할 수 없게 되었다.” -59쪽 “금련 세계에 빠진 남성 감상가들은 민족사에 저항했다기보다는 그것을 못 본 척했다. 하지만 그들은 전족을 희롱하며 유희를 즐기는 동시에 시간을 갖고 놀았다.” -156쪽 이 책의 저자는 “어떤 강력한 힘이 전족이라는 전통 관습을 만들어냈는가?”라는 문제에 관하여 ‘전족’이라는 담론을 주도해 왔던 근대 계몽 지식인, 페미니스트, 민족주의자의 논점과는 별도로 ‘전족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작은 발을 탐하는 남성의 성적 욕망에서 발을 동여매는 관습이 비롯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논의에서 제외되었던 전족 띠를 맨 여성들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주고 있다. 작은 발을 성공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여성들의 욕망이 숨어 있었음도 밝히고 있다. 대중문화 속 전족의 사회적 의미를 탐색하면서, 단순히 성적 환상의 도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교제 수단인 패션으로서의 전족을 살핀 것이다. 아울러 20세기 초에 반(反)전족, 방족(放族) 운동이 펼쳐질 때, 오랜 시간 전족을 한 채 지내온 나이 든 여성들이 발 검사원에게 맨발을 드러내야만 했던 수치심과 굴욕, 그리고 당시 사람들이 그녀들을 향해 혐오감을 드러냈던 현상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사회적 관습으로서의 전족이 종말을 맞는 근대 시기(1880∼1930)부터 시작한 뒤, 전통 시대로 회귀했다가, 전족의 문화적 명성과 성적 욕망 추구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16세기∼19세기 초)에서 마치는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도치 서술을 한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족 관련 지식이 대부분 반전족 운동의 관점과 문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도치 구조는 이 책을 완독할 무렵에는 반전족 운동의 관점을 허물고 전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배치로 보인다. 1부 「노출된 신체」에서는 19세기 말 ‘자연 그대로의 발’인 천족(天足) 개념의 탄생이 중국 민족 개념의 상상에 도움을 주었으며, 1900년대에 시작된 방족 운동 기간 중 천족 이념의 전파가 완고한 저항에 부딪혔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어서 1930년대의 『채비록』이 만들어낸 새로운 지식과 욕망에 대해 살펴보며, 근대 중국에서 전족의 아우라가 사라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2부 「은폐된 신체」에서는 12세기에서 19세기 초까지 전족의 아우라와 신비로움을 구성하고 유지했던 은폐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17세기 이후 고증학자들의 전족 기원 논쟁을 다루면서 전족에 대해 얇은 막을 씌운 채 공격하는 모습과 함께 그들이 전파한 텍스트 속 전족 일화가 전족 문화의 아우라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찰한다. 고전문학 작품들이 외설적인 포르노그래피의 양상을 보여주고, 이것이 전족 관습을 강화해 왔던 점도 주시한다. 작은 발에 대한 남성 욕망의 지형도는 서북 지역에 대한 상상의 지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어서 남성의 욕망과 당시 사회에서 자신의 처지나 신체를 개선하고 싶어 한 여성의 뼈를 깎는 노력과 욕망은 교직 되어 있으며, 남성의 욕망이 투영되어 여성은 자신의 발을 가꾸려는 충동을 계속 지녔고, 이는 15세기 이후 전족의 유행을 가져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여성 세계에 일상생활과 노동, 패션과 사고, 신분 상승까지 포함하는 욕망, 즉 신데렐라의 꿈이 꿈틀거리는 세계가 있었음을 밝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 발이 꺾여 묶여버린다면, 그리고 평생 뒤뚱거리며 생활하다가 임종을 맞는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 해 본다면, 그 평생의 고통과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 다가올 것이다. 담론 당사자인 전족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했던 저자의 견해는 탁월하였다. 난해한 문장이 간혹 보이기는 하지만, 전편에 걸쳐 논리의 전개가 순리적이고 행간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지식은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전체적으로 전족 담론 속에서 역사를 퍼즐처럼 맞추기 위한 저자의 노력과 열정이 엿보인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