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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610.28-22-21

- 서명: 마스크 파노라마 : 흑사병에서 코로나19까지, 마스크의 과학과 정치

- 편/저자: 현재환, 홍성욱

- 발행처: 문학과 지성사(2022-09)

서평
 마스크 너머로 본 세상
서평자
 박기범,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행사항
 622 ( 2023-0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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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마스크, 친숙한 사물의 낯선 이면

1부 코로나 마스크의 물질문화와 정치
1장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와 물질성
2장 코로나 마스크의 다면성
3장 마스크의 시간: 마스크를 통해 다시 본 코로나 경험
4장 일본의 수제 마스크와 젠더 질서의 강화

2부 마스크 정치의 지구사: 흑사병부터 스페인 인플루엔자까지
5장 근대 초기 유럽의 흑사병과 역병 의사 마스크
6장 근대 일본의 마스크 문화
7장 1911년 만주 페스트와 중국에서의 마스크의 역사
8장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과 반-마스크 시위

3부 한국 사회에서의 마스크의 정치: 스페인 인플루엔자에서 코로나19까지
9장 식민지 조선에서의 마스크: 방역용 마스크에서 가정 위생의 도구로
10장 황사 마스크에서 코로나 마스크까지: 변화하는 공기 위협에 대응하는 일상적인 사물
11장 코로나19 시대 한국의 마스크 생태계

에필로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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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화된 삶’이 팬데믹을 의미했다면, ‘마스크 없는 삶’이 팬데믹의 종식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상징할 것이다.” -280쪽 영원히 함께해야 할 것 같던 마스크도 이제 곧 벗어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들의 말처럼 지난 3년간 마스크는 팬데믹과 동의어였고 마스크로부터의 해방은 곧 팬데믹의 종식을 상징한다. 코로나는 일상에서의 불편함뿐 아니라 사회, 경제, 그리고 문화의 많은 측면에서 우리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이들은 비대면의 일상화와 구조화된 불평등, 저성장에 대한 불안감, 커지는 위험 등을 우려하였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격차는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냈다.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나 위험에 대한 글들은 넘쳐 나지만, 이 책은 코로나가 아닌 ‘마스크’를 주인공으로 지난 3년을 돌아본다. 멀게는 중세 유럽의 페스트 유행으로부터 20세기 초반 만주 페스트와 스페인 인플루엔자를 거쳐 현재의 코로나19 사태에 이르기까지, 마스크가 우리 삶에 등장하는 양상을 16명에 이르는 저자들만큼이나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본다. 이 책은 용어조차 어려운 의학 이야기나 당장 내 삶에서 느껴지지 않는 사회적 불평등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내 코 위에 걸쳐 있는 마스크 이야기이기에 친숙하면서도 흥미롭게 독자를 이끌어간다. 이웃이 만들어준 수제 마스크(1장), 기괴한 모습의 17세기 새부리 마스크(5장), 일제강점기 경성의 마스크당(黨)(9장)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마스크에 얽힌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의학적인 깊이 있는 분석들과 함께 어우러진다. 저자들의 전공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는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과 연관되어 있다. 과학기술학은 과학과 기술에 대해 역사, 철학, 사회학 등 수많은 학제의 시각으로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다룬다. 저자들이 마스크의 역사와 이면을 살피면서 가장 주목한 대상도 마스크라는 사물의 물질성이면서 동시에 이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이 책을 ‘마스크의 사회물질적 역사(socio-material history)’(10쪽)로 명명한다. 사회물질성이란 사회적인 것들과 물질적인 것들이 분리되지 않음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마스크라는 단순하고 별다른 특징 없는 사물이 어떻게 우리 삶 전체에서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를 표현한다. 독자들은 오염된 공기를 거르기 위해 고작해야 ‘필터’가 달린 한 뼘 크기의 천 조각을 귀에 걸기 쉽게 줄로 연결한 것이 전부인 마스크라는 물질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음에 놀라게 될 것이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더 쉽게 이 물질을 받아들인 현상에 대해, 황사와 미세먼지의 경험(10장)과 식민지 조선에서의 경험(9장)을 비교하는 것이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동아시아 마스크의 역사를 일본(6장)과 중국(7장), 그리고 우리나라(9장)의 시각에서 비교하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마스크의 정치학, 유럽과 동아시아 중심의 역사, 그리고 일제강점기로부터 현재까지 한국 사회에서의 마스크 등 큰 주제에 따라 3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모두 연결되어 마스크가 우리 곁에 머무르게 된 과정을 서술한다. 지난 3년간 마치 우리 몸의 일부와도 같았던 마스크는 조만간 코로나19의 소멸과 함께 사라질 운명이지만, 마스크라는 물질은 새로운 바이러스와 함께 혹은 황사나 미세먼지와 함께 언제든 다시 일상화될 것이다. 이 책은 초기의 마스크 수급 혼란의 배경, 마스크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젠더 갈등, 국가마다 달랐던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의 역사, 그리고 사용한 마스크의 폐기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코로나19의 공포에 눌려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여러 ‘마스크의 사회물질성’을 보여주었다. 첫 장을 펼칠 때 이 책의 주인공은 ‘마스크’였지만 마지막 장을 닫을 때 주인공은 결국 ‘우리와 우리의 이웃’이었다. 저자들의 바람대로 많은 독자가 이 책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 공동체’로서의 우리와 마스크의 미래를 그려보고, 어떻게 하면 이웃과 함께, 그리고 마스크와 함께 더 잘 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