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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3.4833-23-1

- 서명: 플랫폼 임팩트 2023 : 플랫폼 독과점부터 데이터주권 위기까지 플랫폼 자본주의를 향한 사회과학자들의 경고

- 편/저자: 강재호

- 발행처: 21세기북스(2022-11)

서평
 디지털 미디어에서 우리는 어떻게 경합하고, 존속하며, 서로를 대체하는가?
서평자
 성민규,울산과학기술원 인문학부 교수
발행사항
 627 ( 2023-0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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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랫폼 자본주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2 미국의 반독점법: 시장의 효율성 대 민주적 정당성
3 중국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국가의 관리
4 플랫폼 노동의 (비)물질성: 우버 노동자의 사례
5 플랫폼 노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6 플랫폼 위에 선 개인: 디지털 세계의 새로운 개인성
7 팬데믹 시기 회상적 소셜 플랫폼 이용과 마음 건강 지키기
8 뉴스포털 플랫폼은 사회 갈등을 부추겼는가?
9 예술교육의 가치는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
10 플랫폼 이후 미국과 한국의 대중음악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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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이 바꾸어 놓은 세상을 우리는 플랫폼 사회라고 부르고자 한다. 각종 수식어가 붙은 ‘사회’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사회를 제시하고자 한다면 분명한 이유가 필요하다.” - 4쪽 새로운 과학기술이 도입되어 이용되면서 사회는 옛 행위와 새로운 행위 간의 경합을 경험한다. 경합은 양자를 공존하게도 하고 반드시 새것이 아닌 옛것을 존속하게도 하지만, 새로운 것에 의한 옛것의 대체를 이끈다. 주로 이 ‘대체’에 의해 사회의 격정적 반응이 표출된다. 『플랫폼 임팩트 2023』(이하 『플랫폼』)은 이러한 경합, 존속, 대체의 문제를 다룬다. 논의 대상은 ‘플랫폼’으로서 디지털 미디어다. 저자 한 명의 일관된 관점으로 쓰인 책이 아니므로 그 전체적 논의를 일괄하기는 어렵다. 서평자의 읽기에서 보면, 『플랫폼』은 각각의 개별 장에서 자본주의, 노동, 독점의 거시적 접근에서부터 인간의 행위능력(agency)과 연관되는 플랫폼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력 등을 논의한다. 우선, 자본주의 경제에서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은 심각한 논의 대상이다(1∼3장, 8장, 9장). 2022년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는 전국의 많은 관련 서비스를 중단케 했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기도 하지만, 카카오는 이제 정부의 긴급 공지를 전달하거나, 벌금이나 세금 명세를 통보하고, 여러 사적, 공적 서비스에 본인 인증의 수단으로도 쓰인다. 다른 대체재를 사용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과 같은 ‘수요독점’(monopsony)의 상황이다(58쪽). 플랫폼 서비스로써의 ‘공공화’ 요구가 있었지만, 시장자유주의에 입각한 재산권이 제기된다. 무료 서비스를 제공받기로 약정한 이용자가 공유하는 데이터는 재산권에 의하면 이용자의 소유가 아니다. 물론, 거대자본에 의한 독(과)점의 문제가 있더라도 이용자들이 획일적인 통제 아래 놓이거나 플랫폼의 서비스 내용 자체가 부패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포털에 의한 여론조작’은 뉴스 기사를 배치하는 포털의 알고리즘 문제에 앞서 언론-권력 결탁의 문제일 수 있다(8장).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가 생산과 소비 수준에서 음악의 장르적 다양성을 해체하거나 동질화시켰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10장). 하지만 사회적으로 개별 의견과 행위에 관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의미의 ‘플랫폼’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은 ‘힘의 불균형’을 표상한다. 데이터 컴퓨팅의 알고리즘이 인간 행위의 무개입일 수 없다. 데이터 산출물을 위해 투입되는 데이터 재료의 조정기준(threshold)의 설정은 고등학력을 갖춘 거대기업 내 인간 조정자의 몫이다. 또한 문화산업에서 미세하나마 다양성이 유지된다고 해서 모두가 공평한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 새로운 기술에 따른 새로운 노동의 문제가 제기된다(4∼5장). 한국 사회에서도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로 분류되는 배달 기사 등이 플랫폼 노동의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령, 우버, 타다, 배달의민족)는 이들을 독립된 자영업자로 간주하지만, 그들의 배달과 운송 노동은 플랫폼 사업자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최근 영국, 미국 등에서는 이들의 플랫폼 노동을 개인사업이 아닌 고용노동으로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특고’의 노동은 물질적 노동인 것이다. 이러한 4장의 비판 사회학 관점의 논의와 대비되는 5장은 주류 정보사회학의 관점에서 플랫폼 노동을 다룬다. 시장자유주의와 지식학습자의 역량 증진을 강조하는 ‘4차산업혁명’론에 입각하여,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와 여건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기술과 서비스가 낳는 “변화가 기존의 노동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점과 더불어, 중요하게 고려할 것으로 “소비자들이 플랫폼의 발달로 인해 무엇인가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148쪽). 새로운 기술의 사회적 이용은 인간이 추구해 온 여러 가치를 경합시키고, 존속하게 하며, 대체하기도 한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니 인간이 알아서 잘 통제할 것이라는 순진한 인간주의는 이런 논의에 큰 보탬이 되기 어렵다. MIT 교수인 데이비드 민델이 자신의 저서 『Our Robots, Ourselves: Robotics and the Myths of Autonomy』에서 제시하듯, 기술과 사회의 관계는 여러 신화에 의해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기계(기술)에 의해 인간이 대체될 것이라는 신화가 대표적이다. 그동안의 수많은 역사적 탐구가 입증하듯 기계에 의한 대체, 즉 인간의 소멸은 막연한 미래학적 꿈이다.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이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과 경제, 사회와 문화, 자아와 공동체 등의 문제에 어떠한 신화를 제공하는지, 또는 어떠한 논쟁을 제공할 수 있는지 『플랫폼』을 통해 읽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