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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LM340.09-23-1

- 서명: 법, 문명의 지도 : 세계의 질서를 만든 4000년 법의 역사

- 편/저자: 퍼난다 피리

- 발행처: arte(북이십일 아르테)(2022-12)

서평
 지금 이 시대, 법이란 무엇인가
서평자
 정애령,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발행사항
 628 ( 2023-05-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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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법의 약속
1부 질서의 비전
2부 문명의 약속
3부 세계의 질서
결론 법의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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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들은 로마법의 합리성과 지적 정교함을 열망했고, 자연법론자들은 기독교 신학과 공통의 인간성에 대한 사상에 호소했으며, 영국 판사들은 자신들이 코먼로의 옛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향력 있는 이론가들은 법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개인을 보호하고 재산을 정의하며 상업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은 통제 수단인 동시에 권리의 원천이었다.” - 397쪽 세계의 질서를 만든 4000년 법의 역사를 기록한 『법, 문명의 지도』를 그린 이 책의 저자도, 그를 따라가며 읽는 자도 지속적으로 품고 있는 생각은 과연 ‘법이란 무엇인가?’였다. 내가 20여 년 전 학부 <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받은 “법이 정의인가?” 라는 질문은 지금껏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직을 수행하면서도 줄곧 안고 있는 과제이다. 법이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듯 40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계 전역의 크고 작은 공동체에서 만들어진 법의 역사를 망라하여 소개함으로써, 법질서에 대한 생각의 지평을 넓혀 주었다. 인류 문명의 역사 속에 법이라 부를 수 있는 세상의 거의 모든 관습과 사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법이 지나온 길을 살피고 앞으로 법이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법의 역사를 생각할 때 우리는 보통 로마법에 중심을 둔다. 그러나 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형식으로든 존재하였을 것이다. 이 책은 메소포타미아, 중국과 인도, 이슬람 국가는 물론 작은 사회에서의 규칙들도 법이 지배한 역사로 포섭하여 법의 본질을 해석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왕들은 그들의 법을 사회 정의와 신의 명령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포장하였다. 중국 황제들은 그들의 권위에 근거한 법이 우주의 질서를 표현한 것이라 주장하였다. 그리고 세계 종교는 삶의 지침이자 사후 세계로 가는 통로인 법을 선포하여 교회와 국가를 뒤섞고 중세 유럽에서 세속적인 법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투쟁의 장을 마련하였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왕들과 초기 중국 입법자들이 점토판에 규칙을 새기고 대나무 조각에 형벌 목록을 작성했던 것처럼 아주 평범한 진술이 일단 작성되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제시되면서, 이는 사회를 질서 있게 만들고 더 나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하였다. 일반적인 규칙을 작성하는 단순한 행위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인간사회에 질서를 부여하고, 법은 때로는 신의 길을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되었다.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익히 알고 있는 법은 실제로 오랫동안 지배계급이 사회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도구이자 수단이었으나, 4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법을 부당한 힘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자원으로 사용했다. 법은 사람들에게 불의와 억압에 반대하고 강자에게 맞서는 길을 제공하는 언어이기도 하였다. 이 책은 법이 권력과 질서를 위한 투쟁에서 칼과 방패로 모두 사용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기원전 5세기에 로마 시민들은, 아니 그 이전부터 규모와 상관없이 인간이 모여있는 공동체에는 법이 필요하다고 여겼고, 법의 지배를 추구해 왔다. 일반적인 규칙을 작성하는 간단한 기술은 개념적 질서를 만들어 내고, 이 질서는 정의의 강력한 상징이 될 수 있었다. 법은 조직 또는 공동체의 규칙이지만, 국가 공동체를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사상과 원칙이 생겨나면서 현대사회의 인권과 국제법은 누구나 호소할 수 있는 관념을 제공한다. 4000년 법의 역사를 되짚으며 저자는 법의 가능성은 현대 국가의 규율 권력과 집행 구조를 훨씬 능가한다고 말한다. 정과 부정, 처벌과 관용, 질서와 자유라는 상충하는 이익들의 조정과 함께 진실의 발견을 위한 법적 절차와 제도의 발전이 오늘에 이르렀지만, 현재까지도 완벽하지 않으며, 또 완벽할 수도 없다. 무엇이 옳은 것이며 진실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떤 법의 지배가 우리를 더 편리하고 자유롭게 만들고,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법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열망은 더 질서 있고 문명화된 세계를 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이 책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사회를 이끌어 갈 법의 지배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과연 이 시대, 진정한 법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