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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616.029-24-1

- 서명: 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 : 있는 힘껏 산다는 것, 최선을 다해 죽는다는 것

- 편/저자: 진 마모레오, 조해나 슈넬러

- 발행처: 위즈덤하우스()

서평
 의료 조력 사망을 시행하고 있는 캐나다 의사의 경험을 통해서 생각해 본 ‘인간다운 죽음’의 의미
서평자
 문재완,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행사항
 688 ( 2024-0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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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욜란다, 파트 1
1장 시작_이건 옳은 일이야, 내가 적임자야!
2장 조_내가 어떤 느낌으로 사는지 이해해주면 좋겠어요.
3장 아이린_이상적인 조력 사망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
4장 애슐리_자신을 더 이상 제어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5장 배움의 완성?_배움은 후회할 것이라는 염려 없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6장 실라_내가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게 된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잖아.
7장 소어_그저 ‘탈출’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을 뿐이다.
8장 톰_통증을 더 완화할 수 있다 해도 죽음을 선택하시겠어요?
9장 욜란다, 파트 2_이제 더 이상 내가 나 같지 않아요.
10장 벼랑 끝_내 영혼이 위안을 필요로 하면 어디로 가야 할까?
11장 욜란다, 파트 3_지금보다 나의 선택에 더 강한 확신이 들었던 적은 없다.
12장 배운 것들_나는 그들을 내 마음에 들여야만 한다.
13장 좋은 죽음_좋은 죽음은 그냥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에필로그_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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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다졸람을 주사했고, 그의 눈이 감겼다. 내가 잠시 기다렸다. “나 아직 깨어 있어요.” 조가 낮게 읖조렸다. 다시 한번 웃음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조가 들은 마지막 소리가 이 웃음소리라는 사실이 나는 기뻤다.” - 63쪽 “그녀는 확신했다. 의료 조력 사망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위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신이 있다면 자애로운 신일 것이라 믿어요. 신도 제가 한 선택을 이해할 것이라 믿어요.”” - 285쪽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조심스럽다. 특히 자연사가 아닌 죽음을 정당화하는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될 때도 그랬다. 캐나다 대법원이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진료행위, 즉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때가 2009년 5월, 이 판결의 취지를 수용해서 국회가 법을 제정하고 시행된 때가 2017년 8월이다. 판결 후 법 시행까지 8년이 넘게 걸렸다.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주장과 생명은 소중하다는 전통적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에서 우리 사회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소극적인 연명치료 중단이 아닌 적극적인 존엄사를 허용하는 일부 국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은 의사 도움으로 환자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도록 허용하는 캐나다에서 조력 사망을 시행하고 있는 한 의사의 경험담이다. 45년을 가정의로 활동하던 저자는 2015년 2월 캐나다 대법원이 의사가 환자의 사망을 돕는 것을 금지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하자 자기 삶을 마감하고자 하는 환자를 돕는 일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의료 조력 사망을 시행한다. 캐나다는 판결 후 1년여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6월 의료 조력 사망법을 시행하였다. 저자는 1장에서 조력 사망을 시행하는 의사로 활동하게 된 동기와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 통증 완화의료 등을 새로 배우는 과정을 서술하고, 2장부터 11장까지는 자신이 조력 사망을 시행한 환자들이 보였던 다양한 반응과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점을 소개하고, 12장에서 그동안 경험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한다. 의료 조력 사망(Medical Assistance in Dying) 또는 의사 조력 자살(Physician Assisted Suicide)이 최근 큰 논쟁거리다. 의학 발전과 소득 증대 등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변하고 있다. 신의 섭리로 받아들이던 죽음을 인간의 결정 영역으로 포섭하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스위스,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 호주(6개 주), 미국(11개 주)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반대론은 여전히 거세다. 종교적으로는 신의 뜻에 반한다는 이유로, 의학적으로는 통증 완화의료라는 대안이 있음을 이유로, 사회적으로는 생명 경시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캐나다에서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자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의료 조력 사망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심지어 희망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168쪽). 조력 사망은 누군가의 삶을 앗아가는 일이지만, 그 전에 먼저 그들에게 삶을 돌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또 통증 완화의료와 조력 사망은 양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에게 양질의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 함께 작동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39쪽). 저자는 의료 조력 사망을 시행하면서 배운 것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사람들은 조력 사망이라는 선택지를 원한다는 것(교훈 1), 의사들은 노인과 병약자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한다는 것(교훈 2), 의료 조력 사망을 시행할 수 있다고 해서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교훈 3), 의료 조력 사망은 예측 불가능한 자연사를 기다리는 과정에서는 불가능했을 방식으로 가족들을 한데 뭉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교훈 4), 의료계 종사자들은 의료 조력 사망에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교훈 5), 의사들에게 의료 조력 사망을 어떻게 시행하는지 가르치는 데서 끝내면 안 되고, 그들이 그 일을 하면서 살아남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교훈 6)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료 조력 사망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1대 국회에서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고,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지 않고 자살방조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공론화가 필요한 시기에 우리보다 먼저 실시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 특히 조력 사망을 직접 시행한 의사의 경험을 기록한 이 책을 통해서 의료 조력 사망의 실제에 관한 많은 의문이 해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