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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153.35-24-5

- 서명: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

- 편/저자: 브라이언 키팅

- 발행처: 다산북스()

서평
 어떤 물리학자가 성공하는가?
서평자
 박찬국,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발행사항
 695 ( 2024-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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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람을 헤아리는 물리학자
1장 별을 바라보는 회의주의자
2장 납득할 수 있는 실패에 도달하라
3장 쓸모없는 과학이 가장 우아하다
4장 가르치는 것이 곧 영향력이다
5장 있는 것을 갖고 하라
6장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모른다
7장 겸손이 더 나은 물리학자가 되게 한다
8장 최고의 권위자를 의심하라
9장 과학도 사람 간의 일이다
에필로그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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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물리학자들은 연구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삶 자체를 들여다볼 때 더욱 배울 것이 있는 특별한 이들이다.” - 19쪽 이 책의 저자인 브라이언 키팅(우주론자, 미국 브라운대 물리학 박사)은 노벨상을 받은 9명의 물리학자와 인터뷰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물리학에서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는지를 추적한다. 우리는 보통 이들이 남들보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기 때문에 노벨상을 받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이 남다른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 못지않게 뛰어난 두뇌를 가진 물리학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들만이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원인을 캐묻는다. 저자는 이 원인을 탐구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과학이 무엇이고 과학의 발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탐색한다. 보통 이런 문제는 과학철학이라는 철학의 한 분야에서 다루는 문제다. 저자는 과학철학자가 아닌 우주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칼 포퍼(Karl Popper)나 토마스 쿤(Thomas Kuhn)과 같은 유명한 과학철학자들의 이름이 한 번도 거론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은 훌륭한 과학철학서라고 불릴 수 있다. 저자의 생각은 무엇보다도 『열린 사회와 그의 적들』이라는 명저로 유명한 칼 포퍼가 전개한 과학철학과 매우 가깝다. 흡사 이 책은 칼 포퍼의 과학철학이 갖는 타당성을 성공한 물리학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입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를 만나게 되면 이렇게 묻고 싶을 정도다. “혹시 칼 포퍼의 과학철학을 연구하셨습니까?”라고. 포퍼에 따르면, 과학적 주장은 우리가 ‘그 주장을 반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모든 백조(Swan)는 하얗다’라는 주장은 과학적 주장이다. 이는 ‘그 주장을 반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우리는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얗지 않은 백조를 발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신은 존재한다’라는 주장은 비과학적 주장이다. 이는 우리가 그것을 반박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반박할 수 있는 주장은 구체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대상들에 관한 주장이다. 예를 들어 ‘내 방에 소파가 있다’라는 주장을 반박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내 방에 가서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신은 지각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신이 있다’라는 주장을 반박할 방법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그 주장은 종교적인 믿음에 불과할 뿐 과학적 주장은 아니다. 포퍼는 과학적인 이론은 반박이 가능한 이론일 뿐 아니라 과학은 기존의 이론에 대한 반박을 통해서 발전해 왔다고 보았다. 따라서 과학에서 창의적인 발견을 이룬 사람들은 기존의 이론에 안주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어떠한 이론이든 완전하지 않기에, 그 이론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눈감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설들을 과감히 고안해 보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가설들은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저자가 인터뷰한 9명의 물리학자는 모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가설을 세우려고 시도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물리학자로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뛰어난 두뇌 못지않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이론들을 과감하게 모색해 보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정신이다. 또한 포퍼는 새로운 이론은 항상 과학 전통과의 대결과 학자들 사이에서의 치열한 논쟁과 협력을 통해서 생기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도 9명의 물리학자 모두가 다른 학자들, 심지어 경쟁 관계에 있는 학자들이나 연구팀들과도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협력할 줄 알았던 겸손하고 열린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9명의 물리학자 모두가 자신이 하는 연구에 큰 애착과 흥미를 느끼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연을 자신의 탐구욕을 자극하는 경이로운 것으로 보았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큰 업적을 세운 물리학자들도 인공지능처럼 두뇌만 발달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물리학에서뿐 아니라 어떠한 분야에서든, 성공하는 사람들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정신, 자기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겸손하고 열린 자세, 자기 일에 강한 애착과 흥미를 갖는 사람들이다. 성공의 조건은 뛰어난 두뇌만이 아닌 것이다. 이 책은 물리학을 모르는 사람이나 물리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