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표지이미지

- 청구기호: 320.473-24-1

- 서명: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 편/저자: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 발행처: 어크로스출판그룹()

서평
 소수 극단주의로부터 민주주의 구하기
서평자
 박찬표,목포대학교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
발행사항
 698 ( 2024-10-08 )

목차보기더보기

1장 패배에 대한 두려움
2장 독재의 평범성
3장 이 땅에서 벌어진 일
4장 왜 공화당은 민주주의를 저버렸나
5장 족쇄를 찬 다수
6장 소수의 독재
7장 표준 이하의 민주주의, 미국
8장 민주주의를 민주화하다

서평보기더보기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반민주적인 극단주의자를 고립시키거나 물리치기 위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경쟁 정당과 손을 잡는다’. …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폭넓은 연합을 형성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정책적 목표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자신과 이념적으로 가까운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이념 스펙트럼에서 정반대 편에 있는 정치인과 협력한다.” - 67~68쪽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두 기둥은 ‘다수의 지배’와 ‘소수 권리의 보호’이다. 이는 다수의 지지에 기반한 민주 권력에도 제한이 필요함을 의미(제한정부론)한다. 이를 강조해 온 토크빌이나 J. S. 밀과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민주주의가 ‘다수의 독재(tyranny of the majority)’로 변질될 수 있음을 경고해 왔다. 따라서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로 부르는 정체는 다수 의사의 일방적 관철을 제어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제도화해 왔다. 1787년 제정된 미국 연방헌법은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미국 헌법이 소수 보호 원리에 치중한 나머지 다수 지배를 사실상 어렵게 만들고 민주 정부에 족쇄를 채웠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미국 정체의 이런 문제점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비판을 제기한다. 저자들은 미국 헌법에서 소수 보호를 위한 제도가 소수의 지배를 위한 도구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하고, 이를 소수의 독재(tyranny of the minority)라고 비판한다. 저자들은 전작인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원제 『How Democracies Die』)에서 트럼프로 야기된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의 원인을 미국 헌정을 뒷받침해 온 불문율의 붕괴에서 찾았었는데, 이 책에서는 더 나아가 미국 헌정 체제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미국 헌법에 내재되어 있던 그런 요소들이 왜 최근에 와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는가? 그 배경에는 1960년대 중반 이후 다인종 사회로의 변화라는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저자들에 의하면, 다인종 사회의 민주주의(다인종 민주주의)는 유지되기 힘든 체제이다. 사회적 다양성을 거부하는 극단주의 우파 정당들의 등장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만 극단주의 우파 정당이 집권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원인은 소수 지배를 가능케 하는 미국의 반다수결주의 체제에 있다. 다수 지배의 원리가 작동하게 되면 정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사회와 여론의 흐름에 맞추어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반다수결주의 체제는 이러한 선거 시장의 자율 교정 기능을 마비시키게 된다. 그 결과 소수정당을 경쟁 압박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전제적인 극단주의를 유지·강화하게 된다. 미국 공화당이 다인종 정당으로의 변화를 거부하고 백인 기독교에 기반한 트럼프 중심의 극단주의를 고수하게 된 결정적 요인이 반다수결체제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미국 민주주의를 구원하기 위해 반다수결체제를 혁파하는 대대적인 헌정 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요점은 민주주의란 집단적 의사결정과 이를 둘러싼 정치경쟁의 한 양식이라는 것이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란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들은 민주적 정당이 따라야 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민주적 정당이라면 승패를 떠나 선거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고, 권력 장악·유지를 위한 폭력 동원을 거부해야 하며, 반민주적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를 구분한다. 후자는 원칙이나 이념을 관철하기 위해 반민주적 극단주의를 서슴지 않는다. 반면 전자는 이들에 맞서기 위해 이념이나 원칙을 떠나 정치적 경쟁자와도 기꺼이 협력한다. 반민주적 극단주의와 함께 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중대 위협은 법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는 헌법적 강경 태도이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헌정 규범을 파괴하는 것, 과도하거나 부당한 법의 사용(사면권, 탄핵 등), 정적 처벌을 위한 법의 선택적 집행, 공정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정적을 겨냥해 법을 만드는 법률전쟁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민주주의가 소수의 극단적 목소리에 취약해질 때 나타나는 폐해와 함께 이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여러 국가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맥락과 배경은 다르지만, 극단적 소수에 휘둘려 양극적 정치 갈등에 빠져있는 한국 정치의 현실에 이 책보다 적실한 해독제는 없을 듯하다.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에 절망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