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표제: Zeit und Fest : eine Kulturgeschichte des Kalenders 표제관련정보: 인간, 문명 그리고 시간의 문화사 참고문헌: p. 31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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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달력, 달력 그리고 달력 달력은 곧 역사가 아니다│달력은 작은 변화의 역사가 아니다│달력은 문화의 역사가 아니다│달력 문화와 문화 달력│달력과 사회의 상관관계│달력의 문화사
02 로마의 달력, 태양 또는 달 멋지게 빛나는 달│태음력에서 태양력으로│시간 기호와 시간 제작자│달력이 문자화되다
03 시간의 전문가들, 농부와 선원 그리고 수도사 자연과 달력의 시간│천문학과 항해│시에스타를 정오 이후로 정한 이유
04 시간을 법으로 규정하다 플라비우스의 배신│달력의 새로운 규정│은행 휴무일 아니면 법정 휴일│법과 시간 경제학
05 인간과 신의 시간 신들이 소유한 시간│콘스탄티누스가 제정한 일요일에 관한 법│축제의 기쁨을 노래하다│축제일의 제정에 관하여│달력에는 나와 있지 않은 축제들
06 변화 속의 축제 지역에서 만들어진 축제력│초기 기독교의 축제력│도시와 농촌의 축제│결혼식과 축제 참가자들│축제를 지속시키는 요인들
07 달력을 둘러싼 역사 벽걸이 달력 속의 시詩│달력이 지닌 역사 기록의 성격│기억은 장소와 연결된다│읽을거리로서의 달력│달력 속으로 그림이 들어오다│달 이름으로 시를 짓다
08 달력으로 역사를 쓰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시인│오비드는 어떻게 파스티를 사용했을까?│달력에 주석을 다는 작업은 언제 하는가?│달력이라는 장르의 가능성과 한계│오비드의 시적인 기획│달력은 어떻게 읽는가│달력 속의 역사적인 것과 달력을 둘러싼 역사적인 것│비텐베르크의 파울 에버│달력의 여러 가지 형태│달력의 역사적 흐름
09 달력에 숨어 있는 정치 달력에 대한 정치적인 개입│달력 이름의 변화│대리석 달력들은 왜 일찍 사라졌을까?│축제 기간을 연장하는 문제에 대하여│근대 정치와 축제의 정치성│달력의 역사는 권력의 역사다
10 머릿속의 달력 요일을 알려주는 소리들│연, 월, 주, 일; 시간 의식의 구조│일요일에 관한 짧은 이야기│일주일을 며칠로 정할까
11 달력과 시간 속에 담긴 의미 행성과 별자리│달력의 시간 조합술│기원후 2000년 새천년의 시작
12 달력이 정치를 바꾸다 카이사르의 개력; 끝이 없는 해│두 개의 유럽 달력; 그레고리우스 개력│프랑스의 개력이 실패한 이유│일본에서의 그레고리력
13 시계 없이 네 번째 1000년으로
감사의 말│용어풀이│주│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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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인간은 어떻게 시간을 소유했는가
달력은 공정하지 않다, 그 안에는 종교와 정치, 사회와 문화를 움직이는 권력이 숨어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새로 인쇄되어 나온 달력들이 넘쳐난다. 벽걸이 달력에서부터 탁상용 달력, 기호에 맞게 직접 제작하는 달력까지 달력의 기본적인 형태는 그대로지만 그 겉모습은 사람들의 필요에 맞게 계속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시간을 관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처럼 달력은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다. 만약 달력이 없다면 ‘오늘은 무슨 요일일까?’ ‘오늘은 며칠일까?’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까?’와 같은 개인과 집단 기억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달력은 객관적이고 공정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달력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린다. 달력에 적어놓은 기념일이나 그날의 일정에 따라 우리는 선물을 준비하거나 약속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러한 달력이 가진 힘은 아주 오래전부터 통치자들의 권력을 향한 도구로 이용되어왔다. 다시 말해 달력을 지배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의식에 대한 지배를 의미했다. 고대의 통치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축제일을 제정하거나 이전에 만들어졌던 유명한 축제일에 국가의 중요한 행사를 여는 것으로 축제일과 행사를 동일시함으로써 지배력을 강화했다. 기원전 45년 원로원이 카이사르의 중요한 승전일을 페리아이(로마의 휴일 혹은 축제일)로 높인 것이나 카이사르의 생일이 로마에서 국가적인 희생제로 기념된 것 등이 대표적이 경우다. 그러나 권력이 바뀌면 이러한 축제일은 작은 규모로 기념되거나 달력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이처럼 고대와 중세의 정신적인 지도자와 세속적인 권력자 그리고 근대의 지배자와 현대의 독재자들은 달력을 통제의 도구로 중요하게 사용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력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일상의 삶과 생활 리듬, 사고 그리고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7일 주기의 일주일 리듬도 이러한 경우다. 7일 주기의 일주일은 헬레니즘시대에 생겼다고 추측되는 행성에 따른 일주일 리듬, 즉 일곱 행성의 신들(토성Saturnus, 목성Jupiter, 화성Mars, 태양Sol, 금성Venus, 수성Mercurius, 달Luna)에게 하루 24시간과 일주일 168시간을 부여한 것과 유대교 안식일 형식이 결합함으로써 만들어졌다. 유대교의 안식일(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은 토성의 날을 기념하는 형식으로 로마에서 수용되었는데, 이후 유대교로부터 나온 기독교도들이 안식일 다음 날, 즉 온종일 행해지는 행사가 없는 안식일로부터 첫째 날인 일요일에 공동예배를 드렸고, 콘스탄티누스가 일요일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착되었다. 즉 우리가 토요일이 아닌 일요일을 법정 공휴일로 정하고 쉬게 된 데는 이런 역사가 있는 것이다.
달력, 강력한 권력을 보여주는 수단이 되다 이 책은 “율리우스가 달력 개혁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주일은 언제부터 7일이 되었을까?” “21세기의 시작은 2000년일까? 아니면 2001년일까?” “요일은 어째서 행성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을까?” “일본이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인 이유는 한 달 치 월급을 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일까?”와 같은 질문에서부터 시간을 표시해주는 달력이 얼마나 강력한 권력의 수단이었는지에 대한 문제까지 달력을 둘러싼 숨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단순하게 달력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달력에 접근하는 책이다.
권력 통제의 수단으로 달력이 이용된 경우는 수없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예는 기원전 2세기 고대 로마에서 일어났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날에 민회가 열릴 경우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권력자들은 장날과 민회가 열리는 날이 겹치지 않도록 날을 계속해서 구분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장날을 민회가 열릴 수 있는 파스(fas)가 아닌 네파스(nefas)로 규정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날에는 민회를 열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법안은 기원전 287년 제정된 호르텐시우스법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사례는 황제가 바뀔 때마다 통치에 용이하도록 수시로 발생했다.
근대에 들어서도 달력을 통치 도구로 이용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1873년 일본 천황 정부는 단 20일의 공지 기간만 두고 그레고리력 개혁을 단행해버렸다. 다음 해 달력이 이미 인쇄 중이었는데도 말이다. 천황 정부가 개혁을 이렇게 서두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태음태양력에 따르면 1873년에 윤달이 있는데, 이때는 모든 관료에게 한 달 급료가 추가로 지급되어야 했다. 따라서 태음태양력을 따르게 되면 일본은 한 달 치 급여 지급으로 1873년의 일본 국가 재정에 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개혁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줄어든 12월은 달력 교체까지 단 이틀만 들어 있었기 때문에 급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개력을 통해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권력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달력, 즉 시간을 통제해왔는데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도 교묘하게 일어나고 있다. 주 40시간 근로제에 따른 휴일 문제와 법정공휴일에 대한 대체휴무일 문제는 경제적인 부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권력자들에게는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 시간과 권력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권력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통치권 강화 수단이었던 달력에 관한, 다시 말해 시간과 권력에 관한 근본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책속에서
[P.13] 01 달력, 달력 그리고 달력 여기까지 봤을 때 고대에 만들어진 것 가운데 달력만큼 지금까지도 그 형태에 변화가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우리의 일상생활을 규정하는 것도 거의 없다. 그래서 달력의 개정과 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역사라는 재미보다는 따분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말하자면 달력의 역사는 타성과 단조로움, 실패한 개혁의 이야기다. 달력은 역사가 아니지만, 역사가 아니라는 그 사실 때문에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주목받는 다른 문화사의 경우를 보면 단추와 속옷의 형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데, 달력은 왜 고대 중부 이탈리아의 농경사회부터 현재의 세계화된 후기 산업사회에 이르기까지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P. 39-40] 02 로마의 달력, 태양 또는 달 달은 누구나 큰 비용을 들이거나 힘들이지 않고 그 모양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적인 시계다. 하지만 이 시계를 이용해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기는 어렵다(하루나 이틀 정도 어긋날 수 있다). 그래도 약속을 준비할 수는 있다. 달이 꽉 찰 때마다 열리는 월례 행사를 위해서는 그 어떤 신문도 필요 없다. 이런 행사는 철기시대의 이탈리아반도와 서아시아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다. 달과 비교했을 때 태양은 요구하는 것들이 더 많다. 즉 태양의 운행과 아침이나 저녁노을 즈음에 뜨고 지는 별들을 관찰하는 데에는 필요한 것이 더 많다는 말이다. 예컨대 제도화된 기억이나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갖춰졌다고 해서 그 결과가 그렇게 정확한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낮이 다시 길어진다는 주장은 몇 주일이 지나서야 마침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태양에 따른 역법을 사용하려면 그 결정을 관철시킬 수 있는 권력이 필요하다. 이때 자신을 단순히 시간 번역자인 것처럼 꾸미는 것이 시간 제작자의 술책이다. 곧, 천문학적인 시간 기호에 대한 지시를 통해 사회적인 시간 표준이 합법화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시간 정하기 혹은 시간 구성에 관해서가 아니라 시간 측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P. 60-61] 03 시간의 전문가들, 농부와 선원 그리고 수도사 천문학이 여러 수도원에서 장려되었지만, 시간을 알 수 있는 더 실용적인 방법을 찾으라는 압력이 커졌다. 물과 모래 외에도 이슬람 문화에서처럼 양초를 사용해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도 있었다. 13세기가 되어서야 마침내 종과 연결할 수 있는 기계적인 톱니바퀴 방식의 시계가 보급되었지만, 시간을 비교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한 시계의 타종은 도시적인 발명이었다. 이런 과정은 고도로 발전한 이탈리아 북부의 경제 중심지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것은 또한 공공장소에서만 볼 수 있고, 타종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계와 관련된다. 똑같은 길이의 시각을 나타내는 시계의 시간은 자연에 의지하는 농부나 선원 그리고 수도사를 위한 도구로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조정의 도구로서 등장했다. 문자로 된 달력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