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데뷔작인‘남방 우편기’는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수필적인 면모가 많은 것이 사실이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관조적 시각을 바탕으로 인간 및 인간 사회에 대한 성찰을 주로 다룬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이 작품에서는 유독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다뤄지고 있다. 하여 저자의 작품가운데 ‘소설’의 맛이 가장 많이 나는 작품이다. 길을 떠난 주느비에브와 베르니스가 빗속에서 하룻밤 묵어갈 호텔을 찾아 헤매는 대목에서는 얄궂은 운명이 느껴지면서 애틋함마저 배어나며, 두 사람 사이에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느다란 인연의 고리가 느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 해 준다.
하지만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중심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만물의 본질과 의미’, 무언가를 내게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그 무엇, 이 세상 어딘가에 묻혀 있어 그 존재만으로도 내가 보는 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나만의 보물, 사막 한가운데 내버려진 인간의 고독, 속이 비어 있지 않은 진실 됨, 고독한 인간을 또 다른 고독한 인간에게 이어주는 관계의 끈이다. 그의 작품전체를 관통하는 이 주제들은‘남방 우편기’내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아이가 죽고 난 뒤 주느비에브의 감정 상태는 사실 슬픔보다도 상실감이 더 컸다. 그녀는 타인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슬픔을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의 처지를 위로받고 싶은 생각보다는 자신과 아이 사이에 이어져 있던 끈을 잃어버림으로 인한 허전함이 더 컸던 것이다. 하여 겉보기에 그녀는 아이를 잃은 사람치고는 꽤나 무덤덤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 상실감과 허전함은 슬픔의 눈물이 끌어들이는 타인의 동정심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인‘관계의 끈’이 등장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든, 사람과 사물 사이든, 나와 대상을 이어주는 끈이 있기에 그 사람의 죽음도, 사물의 존재도 내 안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무언가가 내게 의미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함께 공유한 시간이든 추억이든, 사물이든, 둘만의 밀어든 둘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 되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상공에서 그 무엇에도 매이지 않은 완전한 자유로운 몸이 되었을 때에 조종사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낀다. 인간을 인간이게 만들어주는 것은 인간을 세상과, 그리고 사람과 엮어주는 구속의 끈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빈 껍데기를 벗어던진 실체이기 때문이다. 주느비에브와 베르니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수천 미터상공에서 세상과 이어진 끈이라고는 오직 무선사밖에 없는 조종사의 고독함과 더불어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이상의 두 가지, 바로‘관계의 끈’과‘사물의 본질’이라는 개념이다. 이는‘어린 왕자’를 비롯한 그의 다음 작품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