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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009
해설 기억의 역사, 역사의 기억 박혜경 269
작가의 말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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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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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 인세와 출판사 수익금의 일부는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나비기금’으로 기부됩니다.

끝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
역사의 이름으로 파괴되고 훼손된 그 ‘한 명’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의 고른 호평을 받아온 작가 김숨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한 명』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여성, 노인, 입양아,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을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작가는 인간 사회의 그림자와 분열의 조짐을 그 특유의 집중력 있는 세심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천착해 매 작품마다 탄탄하고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여왔다. 이번 새 장편 『한 명』은 지난 30여 년간의 ‘위안부’ 문제를 이슈화하는 동시에 그간 한국문학이 잘 다루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인 문학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20만 명이 강제 동원되었고 그중 겨우 2만 명만이 살아 돌아온 위안부의 존재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38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공식적으로 등록이 되었으며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은 반세기 동안 감춰져 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 촉매가 되었다. 그 뒤 전국의 위안부 생존자들이 침묵을 깨고 연달아 고백을 쏟아내면서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의 청산할 쟁점으로 부상되었다.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의 증언, 기억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2016년 현재, 그분들 중 40명만이 생존해 있을 뿐이다.

‘피해를 증언할 수 있는 할머니들이 아무도 남아 계시지 않는 시기가 올 것이므로 소설을 통해 그런 점에 경각심을 가지게 하고 싶고, 그것이 문학의 도리라 생각한다’며 집필 동기를 밝힌 작가는 300여 개에 이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제 증언들을 재구성하여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한 서사를 완성시켰다.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킨 소설은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역사의 잔혹성과 내상을 고스란히 실감하게 만든다.

아울러 이 소설은 ‘일본군 위안부’라는 고통스러운 경험과 사건이 주는 충격과 함께 살아남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그 이후의 삶’까지도 조명한다. “인간으로서 기품과 위엄, 용기를 잃지 않은 피해자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고는 한다”고 말하는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역사가 지워버린 과거를 복원해내며 다시는 반복되어서도, 잊혀서도 안 될 기억의 역사로 확고히 자리 잡게 한다.

세상에 남은 한 명이 세상에 남은 또 다른 한 명을 만나러 가는 길,
“한 명이 ‘한 명들’이 될 때 기억은 역사가 된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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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 “군인 백 명을 상대할 자가 누구인가?”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군인 백 명을 상대합니까.”
작지만 야무지던 석순 언니가 따지고 들자, 중대장이 병사들을 시켜 석순 언니를 앞으로 끌어냈다.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군인들은 닭 껍질을 벗기듯 석순 언니의 몸에서 옷을 벗겼다. 석순 언니의 몸은 깡말라 사내아이의 몸 같았다. 겁에 질린 소녀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소녀들을 한 명 한 명 씹어먹을 듯 바라보는 중대장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얼른 고개를 떨어뜨렸다. 막사 뒤에서 수십 개의 못을 동시에 박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곧 끔찍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P. 38] 위안소에 있을 때 그녀는 몸뚱이가 하나인 것이 가장 원망스러웠다. 하나인 몸뚱이를 두고 스무 명이, 서른 명이 진딧물처럼 달려들었다.
하나인 그 몸뚱이도 그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의 것이 아니던 몸뚱이를 부려 그녀는 이제껏 살아왔다.
[P. 44~45] 사람들은 그녀가 어디 가서 무슨 일을 당하고 왔는지 모른다.
어쩌다 보니 남의 집 식모로만 떠돌다 혼기를 놓친 줄로만 안다. 신세를 지는 것도 아닌데, 혼자 사는 그녀를 짐스러워하고 못마땅해하는 여동생들에게조차 그녀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남자라면 몸서리가 나서 싫다고. 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펑 쏴버리고 싶도록.
그녀는 누가 시집가라는 소리만 하면 두드려 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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