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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며 4

0 프롤로그 내 커피의 역사 9
0.1 내가 마신 커피가 바로 나 | 0.2 커피를 위해 견뎌야 하는 것들 | 0.3 커피 한 잔의 값어치

1 커피 덕후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27
1.1 커피와 함께하는 하루 | 1.2 오만과 편견 | 1.3 극한상황에서 커피 마시기 | 1.4 지속가능한 덕질을 위하여 | 1.5 커피미학

2 맛있는 커피를 찾는 모험 53
2.1 좋은 카페를 고르는 기준 | 2.2 늦여름의 커피가 맛있는 이유 | 2.3 어떤 커피를 주문할까 | 2.4 커피 맛을 기억하려는 까닭 | 2.5 당신은 어떤 손님입니까

3 커피 직접 만들기 87
3.1 커피를 직접 만든다는 것 | 3.2 내 입맛에 맞는 원두 고르기: 원산지가 아니라 테루아 | 3.3 맛있는 커피 내리기의 6원칙 | 3.4 커피 한 ‘잔’ | 3.5 실전! 어떤 상황에서도 커피 마시기 | 3.6 상급 커피 덕후의 사교생활

4 커피 덕후의 탐구생활 133
4.1 고종이 마신 커피를 생각하다 | 4.2 한국인이 사랑한 커피의 역사 | 4.3 오늘의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커피 | 4.4 서울 커피 덕후의 서울 다방 투어

5 덕업일치를 이루었느냐 161
5.1 전문가의 일, 덕후의 길 | 5.2 어쩌다 취직 | 5.3 바리스타의 하루 | 5.4 커피가 글이 될 때

6 커피로 여행하기 191
6.1 커피를 위한 여행의 원칙 | 6.2 아메리카노가 궁금해 미국에 갔어 | 6.3 오래된 상점가를 닮은 교토의 커피 | 6.4 노르딕 커피에선 풀냄새가 나더라 | 6.5 에스프레소의 고향에서 만난 참된 커피의 맛

7 에필로그 덕후의 자격 219

참고문헌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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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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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른이지만,
반평생 커피를 마셨습니다!


열다섯에 처음 커피를 마시고 사랑에 빠졌다.
대학 합격증을 가져오면 커피 내리는 법을 알려준다는 말에 입시공부에 매진했다.
캠퍼스 노천카페를 열어 직접 볶은 원두와 커피를 팔았다.
커피 없는 하루를 상상할 수 없어 장기복무를 무릅쓰고 학사장교를 택했다.
커피 덕분에 직장을 얻어 바리스타의 꿈도 이뤄봤다.
여유가 될 땐 커피 여행을 떠나 하루에 다섯 곳씩 카페를 돌아다닌다.
커피를 평생 마시기 위해 매일 아침 양배추즙을 마신다.

모름지기, 무엇인가를 사랑해 취미로 가진다는 것은 약간의 희생과 커다란 절제를 통해 엄청난 기쁨을 얻는 일이다.

15년차 커피 덕후가 말하는 ‘커피 덕질의 바른 예’

제목이 ‘실용 커피 서적’이지만, 커피를 실용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없다.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에 대한 안내가 있지만 해보면 안다는 얘기가 주이고, 커피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결국 자기 입에 맞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실용’일까? 중학생 시절부터 커피를 마신 15년차 커피 덕후는, 커피 덕분에 주어진 인생의 시간들을 잘 사용했으므로 ‘실용 커피’라고 말한다.
전작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에서 한국 커피 문화의 최전선에 선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을 소개했던 커피 칼럼니스트 조원진이, 이번에는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 자신의 경험을 담은 신간 《실용 커피 서적 ― 커피생활자의 탐구일기》를 냈다.

“대체로 나는 용기와 결단력이 부족한 삶을 살아왔지만,
지속가능한 커피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용기를 냈으며
나폴레옹이 울고 갈 만큼 결단력 있게 행동했다.”


저자는 “진정한 덕후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인생을 살았고, 좋아하는 것을 돈벌이로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224쪽)낸다고 말하는데, 커피를 마시느라 지갑은 가벼워지고, 커피를 더 오랫동안 마시기 위해 건강관리를 하고, 여행을 가서조차 카페를 돌아다니느라 관광을 포기하는 저자는 진정 커피 덕후다.
저자는 커피 덕후로 사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한탄한다. 매일 좋아하는 카페로 가 커피를 마셔야 하는 건 기본,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겠다고 그라인더며 드립주전자며 온갖 커피 기구를 사들여 어머니에게 등짝을 맞기도 했다. 원래 덕후는 한 단계 높은 덕질을 추구하게 마련이라, 프라이팬으로 시작한 홈 로스팅은 통돌이 로스터기 구입으로, 을지로를 드나들며 구입한 과학실험용품으로 직접 로스터기를 개량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이러느라 들인 돈이 족히 자동차 한 대 값은 되리라고, 그리하여 나이 서른에 텅 빈 통장과 쓰린 속만 갖게 되었다고 저자는 짐짓 투덜댄다.
물론 이 투덜거림 속에는 커피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데, 저자는 커피를 사랑함으로써 얻는 많은 것들에 대한 자랑도 숨기지 않는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아름다운 커피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꼽는 첫 번째 커피의 매력은 당연히 맛이다. 그는 선배 커피 칼럼니스트 심재범의 예를 들어 커피의 맛과 향이 주는 감동을 소개한다. 직장생활의 슬럼프를 떨쳐낼 정도로 아름다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소리 내 엉엉 울었다고 한다. 저자 자신도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해 커피 맛을 기억하고, 늦여름의 커피가 맛있는 이유를 탐구하고, 산미나 쓴맛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은 밸런스를 갖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심지어 ‘극한상황에서 커피 마시기’조차 실험하면서.

“생각해보니 진정한 커피 덕후에게는 하나의 법칙이 있었다.
이유가 있어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맹목적인 사랑으로 삶에 커피를 두는 일. 진정한 커피 덕후가 가져야 할 자세이지 않을까.”


저자는 이렇게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깊어진 사람과의 인연 또한 커피의 맛으로 꼽는다. 어떤 이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커피를 기다리는 중학생에게 연거푸 커피를 내려주었고, 대학 합격증을 가져오면 커피 내리는 법을 알려준다던 어떤 이는 진짜로 합격증을 가져가자 최선을 다해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알려주었다. 또 어떤 이는 실업의 위기 앞에 움츠려든 저자에게 무엇보다 따뜻한 커피를 내밀었다. 저자는 그렇게 인연을 쌓아온 커피인들과 지금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하고 있다.
뿐인가. 커피는 타인에게 말을 건네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가 홈 로스팅에 도전하며 볶은 수많은 원두를 대학에서 판매할 때 단골이 돼준 대학원생과 지도교수가 있었고, 커피 없는 하루를 생각할 수 없어 학사장교로 복무할 때면 그가 아침마다 집에서 내려 간 커피를 나눠 마신 부사관들이 있었다. 커피 덕분에 얻은 직장에도 온갖 커피 기구를 쟁여놓고 꾸준히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어느새 커피 한 잔을 스스럼없이 청하며 직장생활의 고달픔을 나눌 동료들이 곁에 있었다. 여행을 갔을 때도 카페에서 커피 이야기를 나누던 외국 커피 덕후들과 어울리게 되어 좋은 카페를 소개받거나 현지인만 아는 맛집을 안내받은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커피 한 잔의 위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한 모금 넘기면 온몸에 천천히 퍼져 나가는 카페인의 기운에
사람과 사람 사이, 커피가 퍼져 나갔으리라.”


이러고 보니 이 책에는 실용적인 내용도 꽤 많은 편이다. 좋아하는 커피를 평생 마시기 위해 하루 두 잔으로 절제하며 커피를 마셔 위장을 보호하는 방법이나 비싼 빈티지 커피 잔을 수집하느라 패가망신하지 않으려 텀블러로 대신해 마음을 달래는 요령, 무엇보다 커피는 그다지 비싼 덕질이 아니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가짐 등은 모름지기 덕후라면 가슴에 새겨야 할 지침이다. 좋은 카페를 고르는 기준이나 바리스타 등 카페에서 일하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일침 등은, 덕후가 아니라 해도 일주일에 몇 번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커피가 당긴다. 지친 하루를 버티기 위해 습관적으로 마시는 카페인이 아닌, 이토록 매력적이라는 커피의 맛과 향을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저자 입장에서는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 ‘실용 커피 서적’이 완성되는 셈이리라.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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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 프라이팬으로 시작한 로스팅이 결국 작은 수동 로스터를 구입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을지로를 돌아다니며 사 모은 부품으로 수제 쿨러(로스팅한 커피를 식히는 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직장에 다니면서는 커피를 위해 여행을 떠났는데,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를 다니며 커피에 쏟아 부은 돈이 어림잡아 자동차 한 대 가격이다. 그리하여 나는 나이 서른에 쓰린 속과 텅 빈 통장만 갖게 되었다.
[P. 42~43]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의지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사병으로 군 입대를 할 경우 환경의 제약이 이루 말할 수 없기에, 비교적 자유로운 커피생활을 위해 복무 기간이 두 배나 긴 학사장교의 길을 택했다. 단체 숙소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새벽부터 그라인더를 갈아대다 동기들의 눈총을 받았고, 결국 화장실에 들어가 원두를 갈았던 적도 있었다. 긴급하게 작전실로 출근해야 할 것에 대비해 언제든 레디-투-고 커피를 만들어놓기도 했다. 냉침 커피를 만들어 늘 냉장고에 보관해둔 것인데, 유용하게 썼던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 타 부대로 훈련을 나갈 일이 있을 때면 드립백을 챙겼고, 군용품을 활용해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P. 71~72] 마찬가지로, 메뉴를 주문하는 일에 있어서도 정답은 없다. 한 가지 지켜야 할 법칙이 있다면, 메뉴판에 없는 메뉴는 시키지 않는 것이다. 가령 메뉴에 아이스 음료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표시되어 있다면, 굳이 시원하게 마실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주방에 휘핑크림이 보인다고 해서 메뉴판에 있지도 않은 아인슈페너를 시켜서도 안 된다. 메뉴판에 없는 메뉴는 준비가 되지 않은 메뉴이며, 시켜도 맛없을 확률이 높다. 무얼 마실지 고민이 된다면 바리스타에 추천을 요청하자. 역시나 오늘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메뉴를 추천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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