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향한 열렬한 사랑, 우리 마음속에 핀 지지 않는 꽃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Alexandre Dumas fils)의 『라 트라비아타』는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사랑의 위대함으로 모든 것을 극복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위대함으로 모든 것을 희생한 이야기다. 사랑의 힘으로 현실적인 온갖 장애를 뛰어넘은 이야기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그래서 『라 트라비아타』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라 트라비아타』는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저자인 뒤마 피스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이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롭게 만든다. 그렇다면 뒤마 피스의 마음을 뒤흔든 그 여인은 누구일까. 그녀는 바로 당시 파리의 화류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던 마리 뒤플레시스다. 뒤마 피스는 마리 뒤플레시스에게 한눈에 반하여 구애를 하고, 곧이어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1년이라는 짧은 만남을 끝으로 헤어지게 되고, 뒤마 피스가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아버지와 여행을 가 있는 동안 뒤플레시스는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마 피스는 동백꽃을 유독 좋아하던 뒤플레시스를 떠올리며 『라 트라비아타』를 한 달 만에 완성한다. 그의 실제 경험이 잘 녹여져 있기 때문일까. 이 작품은 발표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저자 역시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로부터 3년 뒤 뒤마 피스는 이 소설을 희곡으로 각색,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 소설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며 사실주의적인 새로운 근대극의 태동을 알렸다. 당시 파리에 와 있던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이 연극을 보고 감동받아 연극을 바탕으로 한 근대 오페라의 걸작 <라 트라비아타>를 만들었고, 원작과 함께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저자는 사회의 부조리와 비합리적인 현실을 비판하는 많은 작품을 쓰고 호평을 얻기도 했지만, 그의 대표작으로는 오직 『라 트라비아타』만을 꼽을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 어쩌면 이 소설은 뒤마 피스가 열렬히 사랑했던 뒤플레시스에게 바치는 노래 같은 것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어 죽음을 앞두고 옛 애인의 곁에 묻히길 원했던 그의 마음이 온전히 담긴 애절한 사랑 노래 말이다. 저자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하고 애절한 사랑을 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은 간절한 꿈이 있다. 그런 사랑을 향한 사람들의 꿈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책은 언제까지나 사랑받을 것이며, 읽는 이를 그 애절한 사랑의 세계에 함께 뛰어들게 만들 것이다.
•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 컬렉션 시리즈 소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로서 제2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교수가 평생 축적해온 현장 경험과 후세대를 위한 애정을 쏟아부은 끝에 내놓는, 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과물이다. 『일리아스』와 『열국지』에서 『1984』와 『이방인』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문학 고전을 총망라할 계획으로 이미 41권을 선보여 많은 독자의 호응을 얻었고 계속해서 후속 권들이 출간되고 있다.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진정한 독서의 길을 제시하려는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작업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반드시 ‘완역본’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작 그 작품들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죽은’ 고전이다. 진형준 교수는 바로 그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꼭 맞춰서 누구나 읽기 좋은, 믿을 만한 ‘축역본(remaster edition)의 정본(正本)’으로 재탄생시켜냈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으로 만나는 새로운 세계문학 읽기의 세계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축약본의 정본’을 지향한다. 이 목표에 걸맞은 알차고 풍성한 내용 및 구성은 책 읽는 즐거움, 앎의 기쁨을 배가해주고, 사고력과 창의성과 상상력을 한껏 키워줄 것이다.
• 쉽고 재미나는 고전 작품 읽기 고전이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작품이 아니라 친구 같은 존재가 된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높이, 마음 깊이에 딱 맞춘 문장과 표현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 작가와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판과 설명 각 작품마다 시작 부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시각 자료와 내용을 소개해놓았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음미할 수 있게 한다. •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해주는 흥미진진한 자료와 읽을거리 본문 중간중간에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주제, 맥락, 배경지식 등에 대한 다양하고 친절한 자료와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을 바탕 삼아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 오늘을 살아가는 데 힘과 지혜를 주는 작품 해설 각 작품별 해설은 해당 작품의 주제와 시대배경, 작가의 세계관과 문제의식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일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를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자기 인생과 세상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기르도록 이끌어준다.
책속에서
[P.13] 나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자주 보았던 마르그리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언제나 멋진 말이 끄는 2인승 사륜마차를 타고 그곳에 왔었다. 내가 그녀를 특별히 기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녀에게는 그녀와 같은 부류의 여자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기품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우아했다.
[P. 15] 마르그리트는 극장에서 새로운 작품 공연이 있으면 첫 공연을 반드시 관람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세 가지 물건을 1층 특별석, 자기 자리 앞에 놓아두었다. 오페라글라스와 봉봉사탕 봉지, 그리고 동백꽃 다발이었다. 그런데 그 동백꽃 색깔이 한 가지가 아니었다. 한 달 중 25일은 하얀 동백, 나머지 5일은 붉은 동백이었다. 그녀가 왜 그렇게 일정하게 동백꽃 색깔을 바꾸는지 그 이유를 아무도 몰랐으며 나도 모른다. 다만 그녀가 동백꽃 외에 다른 꽃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았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동백꽃 여인’이라고 불렀으며 그것은 그대로 그녀의 별명이 되었다.
[P. 78] “나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오로지 나만을 사랑해주는, 그러면서 보답도 바라지 않는 그런 젊은 애인을 오래전부터 찾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나와의 사랑, 오로지 그것만 원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남자란 사랑하는 연인의 모든 것을 알아내려 해요.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까지 설명을 요구해요. 연인과 가까워질수록 상대를 지배하고 싶어하고, 많은 것을 받을수록 더 많이 받고 싶어해요. 그 모든 것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사랑 자체를 죽여버리는 짓인 줄도 모르고. 당신이 내 연인이 되려면 세 가지를 지켜줘야 해요. 나를 믿고, 내 말에 순순히 따르고, 내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는 약속. 당신이 그 약속만 해준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해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