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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서론 - 색은 중요하다
1장 - Red 장미는 붉다
2장 - Orange 오렌지는 새로운 갈색
3장 - Yellow 노란 위험
4장 - Greens 알 수 없는 녹색
5장 - Blues 우울한 파랑
6장 - Indigo 쪽빛 염색/죽음
7장 - Violet 보랏빛 박명
8장 - Black 기본 검정
9장 - White 하얀 거짓말
10장 - Gray 회색 지대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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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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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및 연구 도서관 협회 산하
‘초이스’ 선정 우수 학술 도서
★“학문적 깊이가 있으면서도 재미있다!”《뉴욕타임스》

눈에 보이는 색이 전부는 아니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눈을 뜨고 있는 한 우리는 어디서나 색을 본다. 우리의 삶은 색으로 가득하며, 세상에 대한 경험에서 색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만약 색이 없다면 우리가 사는 물리적 공간을 구분하고 질서를 부여해 그 안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색으로 생각하고 정서적·사회적 존재를 표현하고 우리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듯 색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색을 어디서나 보고 명확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색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눈으로 색을 보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노력에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 화학자는 색을 띤 물체의 물리적 속성을 연구하고, 물리학자는 그 물체가 반사하는 전자기에너지를 연구하고, 생리학자는 그 에너지를 감지하는 눈의 광수용체를 연구한다(이마저도 뇌가 정보를 어떻게 해석해 색의 경험으로 바꾸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색을 보는가, 무엇을 보거나 본다고 생각하는가, 인지하거나 상상한 색으로 무엇을 하는가, 우리가 어떻게 색을 만들고 색은 우리를 어떻게 만드는가’로까지 생각을 확장하면, 우리는 색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하려는 이야기이다.

세상의 본질에 대한 사색으로 이끄는 색의 세계

예일 대학교의 영문학과 교수와 영국의 대표적 화가가 만나 색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가의 화실과 작가의 서재, 미술관과 박물관을 오가며 이어진 두 사람의 색에 대한 사유가 정리되어 이 책에 담겼다. 그들은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색은 우리 대화에서 끝나지 않는 주제이자 영감을 주는 소재였다. 10년 동안 대화를 이어가면서 우리 스스로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는 회화와 문학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언어와 색의 관계를 학제를 넘어 탐구하는 학자들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색의 본질 자체에 골몰하며 생각과 이미지를 나누는 작가와 화가이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그러다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질에 대한 사색도 같이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열 가지 색이 저마다 세상과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상징과 함의들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우리가 색을 사용하고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을 파고든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색에 대한 관념을 뒤흔들고 새로운 사유로 나아가게 한다.

열 가지 색으로 살펴본 우리 삶에서의 색의 의미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색이 있다. 색이 총 몇 가지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사람의 눈으로 1,700만 가지 색을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열 가지 색 정도면 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괜찮은 숫자라고 말한다. 무지개를 구성하는 일곱 색깔에 검은색, 흰색, 회색을 더하여, 각 장에서 제목이 된 색을 초점 삼아 색이 우리 삶에서 어떤 존재이고 의미인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핀다. 문학과 예술, 역사, 문화, 인류학, 철학, 정치학, 과학을 넘나들고, 호메로스에서 피카소, 모네, 인종주의, 이란 민주화운동, 노예제, 《모비 딕》, 〈오즈의 마법사〉등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고 흥미로운 소재들로 색을 이야기한다. ‘색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기도 하고, 특정 색이 상징하는 예술적 진보를 논하기도 한다. 어떤 장에서는 색의 이면에 감춰진 인종적 편견을 들춰내는가 하면, 또 다른 장에서는 색을 향한 욕망이 노예제의 폭력으로 이어진 역사를 성찰하기도 한다. 문학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색의 함의가 주제인 장도 있고, 색으로 표출되는 정치적 의지를 이야기하는 장도 있다. 어느 색을 이야기하든, 그저 눈에 보이는 색의 표면적 측면이 아닌 우리가 색에 부여한 상징과 색이 우리에게 부여한 의미를 면밀히 탐색하고 있다.

색에 대한 사색이 주는 울림과 깨달음

《뉴욕타임스》가 “학문적 깊이가 있으면서도 매우 재미있는 책”이라고 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깊은 통찰을 담은 인문서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 그리고 저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각각의 색이 던지는 큰 울림과 마주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색의 전부가 아니며 색에는 우리가 미처 눈으로 보지 못하는 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3장 ‘노란 위험’을 한번 보자. 이 장은 동양인에 속하는 우리에게 특히 울림이 크다. 우리는 스스로를 ‘황인종’으로 규정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인종을 특정 피부색으로 나누는 것에도 익숙하다. 하지만 가만히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라. 나의 피부색은 정말 노란색인가? 언제부터 동양인들은 피부색이 노란 사람들로 규정된 것일까? 저자들은 동양인이 ‘황인종’으로 불리게 된 역사적 배경을 탐구한다. 그러면서 관습적으로 인종을 가리키는 부정확한 은유로 사용하는 색이름은 사실상 색과 무관하며 권력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시각적으로 통렬하게 표현한 예술작품을 보여주며 함께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또 다른 장을 하나 더 살펴보자. 7장 ‘보랏빛 박명’의 주제는 ‘인상주의’다. 인상주의라는 미술사조에 대한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인상주의가 그리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인상주의는 등장과 함께 비평가들의 조롱과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미술계가 크게 분개했던 것은 인상주의 작품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보라색 때문이었다. 보라색 숲을 그리는 인상주의 화가들을 향해 비평가들은 “그들의 망막이 병들었다”라거나 정신이상이라고까지 말했다. 정말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는 세상이 보라색으로 보였던 것일까? 그들은 무엇을 보았으며,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장을 읽고 나면, 선의 속박으로부터 색을 해방시키는 예술적 혁명을 꿈꾸었던 인상주의 화가들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히 색 자체에 머물지 않고 세상과 예술에 대한 사색으로 우리를 이끈다.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색

당연하겠지만, 이 책에서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그 색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부는 아니다. 저자들이 이 책을 작업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질에 대한 사색도 같이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듯이, 그들과 다른 문화권에 사는 우리 한국인 독자들에게 어쩌면 이 책은 색에 대한 사유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 될지 모른다. 색의 ‘감각’은 물리적이지만, 색의 ‘인식’은 문화적이기 때문이다. 즉 색을 본다는 것은 인류 보편적이지만, 각각의 색이 주는 상징과 의미는 문화마다 다르다. 한국인 독자에게는 이 책이 색에 대한 우리만의 사유를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 영감과 통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의 비극 속에서 빨간색은 한때 ‘적과 내통하거나 동조하는 자’를 상징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보수 성향의 당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노란색은 누군가에게는 비극적으로 떠난 대통령을 떠올리게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아픈 기억의 상징이 된 리본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처럼 색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때론 논란으로 때론 신비로 다가오기도 한다. 저자들은 말한다.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든 색은 눈부신 복잡함과 모순의 결합체다. 하지만 색은 피할 수도 없고 거부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 경이를 파헤치다보면 반드시 기쁨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이 그 기쁨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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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0]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든 색은 눈부신 복잡함과 모순의 결합체다. 색은 “침묵과 신비, 그리고 논란 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말은 작가 콜름 토이빈이 파란색에 대해 한 말이지만 어떤 색에 대해서도 맞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눈앞에 있는 색을 으레 당연히 여긴다. 너무나 명명백백하니까. 어디를 보든 색이 보이고 우리는 습관적으로 색의 경험을 표준화하고 길들인다. 앞으로 나오는 열장에서는 그걸 불가능하게 하려고 한다.
― ‘서론 : 색은 중요하다’ 중에서
[P. 63] 아쉬운 점은 ‘색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색이 무엇이든 간에, 이제 그것을 구체적 시각 경험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색을 비둘기는 다르게 볼 것이고, 다른 종에 속하는 동물은 또 다르게 볼 것이다. 붉은 장미는 그러니까 최소 두 가지 색이다.
― ‘1장 Red : 장미는 붉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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