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표제: 一日 一麵食 표제관련정보: 국수 한 가닥에서 건져 올린 뜻밖의 인문학 인쇄자료(책자형)로도 이용가능 접근방법: World Wide Web 이용가능한 다른 형태자료:1일 1면식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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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탄수화물이 나를 위로해주지-
소설에서, 영화에서, 그림에서 그리고 식탁 위에서 후루룩 건져 올린 스무 개의 맛있는 이야기들
우울할 땐 ‘울면’, 결혼식엔 ‘잔치국수’, 여름을 여는 ‘콩국수’와 ‘중화냉면’과 새까만 밤을 이겨내는 ‘컵라면’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우리에게 일용한 한 끼가 되어준 면식. 이토록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익숙한 그 맛에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에서, 조선의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국수 누르는 모양’에서, 엘리자베스 키스의 ‘맷돌을 돌리는 여인들’에서 뽑아낸 스무 개의 면식 이야기들은 오늘 우리의 한 끼를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결국 내가 품고 있는 라면에 얽힌 추억은 맛이나 냄새가 아니라 소리였던 것 같고 라면을 끓여주던 그 아주머니에 대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결국 사람에 대한 것. 사람과의 부대낌,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밤이다. _본문 중에서 우울할 땐 울면, 짜증날 땐 짜장면 탄수화물이 우리의 두뇌에 미치는 마법
울면은 중국의 ‘원루미엔’에서 유래했다. 원루미엔이 어쩌다 울면이 되었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한국에 건너온 화교 대부분이 산둥성 출신인데, 산둥성 사투리가 반영되면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란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그 또한 정확치 않다. 게다가 실제로 먹어본 사람도 드물어 울면이 정확히 어떤 음식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제대로 만드는 중국집도 적다. 그런데 “우울할 땐 울면, 짜증날 땐 짜장면”의 울면은 어쩌다 그렇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을까? 이 궁금증은 사실 이 책《1일 1면식》의 출발점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믿는다. 우울이나 짜증은 부정적인 감정, 일종의 스트레스이고, 울면도 짜장면도 탄수화물의 힘을 빌려 스트레스 해소에 실제로 도움을 주니 이 주술 같은 주문은 ‘맛있는 걸 먹어서 기분이 풀린다’는 애매한 얘기가 아니라 탄수화물이 우리의 두뇌에 부리는 마법에 대한 것이다, 라고. 그림을 볼 때도, 소설을 읽을 때도, 영화를 볼 때도 그 어떤 장면보다 면식에 눈이 갔던 면식애호가인 저자가 국수 한 그릇에서 건져 올린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은 그렇게 우리의 ‘일일 일면식’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일용한 면식을 위한 넓고 얕은 인문학
결혼식장에서 먹는 ‘잔치국수’, 여름을 여는 ‘콩국수’와 ‘중화냉면’과 새까만 밤을 이겨내는 ‘컵라면’ 등 면식에 얽힌 이야기들은 익숙한 그 맛에 켜켜이 쌓인 개인들의 역사와 감정과 일상이 국수 면발처럼 이어져 있다. 면 요리의 숫자만큼이나 이 책에 차고 넘치는 흥미로운 면식 이야기들은 자신을 닮아 소박하지만 다채롭다. ‘소면’의 ‘소’가 ‘대-중-소’의 ‘소’가 아니라 ‘흰’ 면이라는 의미이지만 소면의 친구들 이름은 무려 ‘왕면’과 ‘세면’이라는 이야기, 마복림 여사가 떡볶이로 이미지를 바꿔낸 신당동이 사실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던 무당집(神堂) 동네였다는 이야기, 맷돌 손잡이를 ‘어이’로 만든 어이없는 썰을 보정하며 떠올리는 ‘맷돌을 돌리는 여인들’의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이야기 등, 저자가 뽑아낸 면식의 장면들은 그래서 온전히 일상적이다.
밀가루가 흔해지고 공장에서 기계로 면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요즘의 국수는 ‘저렴하고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좀 더 노골적으로 얘기하자면 ‘싸구려’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도 같다. 그럼에도 국수는 여전히 아기의 첫 돌상과 결혼식 피로연의 잔칫상에 예외 없이 올라간다. 국수의 ‘길다’는 특성을 닮아 아기가 장수하기를, 결혼으로 맺어진 부부의 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에서다._‘잔치국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 중
주머니 사정에 쫓기고 시간에 쫓겨 편의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때, 나는 대개 혼자였다. 어차피 혼자 밥 먹는 일 따위, 대수롭게 여기지도 않았지만 웬일인지 다소 갑작스레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정도를 넘어 아예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렇게 혼밥이 뜨고 혼술이 떴다._‘컵라면, 새까만 밤을 이겨내는 눈부신 고단함과 쓸쓸함’ 중
매일 밤 우리를 유혹하는 면식은 비만의 원흉이자 건강의 적인 양 맹렬히 공격받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인격이 훌륭한 사람 중에 뱃살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면식을 한다. 면식은 과학이자, 문화이자, 이야기이자,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