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한국에서, 내 옆의 여자들에게 윤이나 언젠가 사라질 것이 두렵더라도 황효진 계속 주고받아요, 편지를, 생각을, 마음을 윤이나 네 이야기를 써, 무엇에 관한 것이든황효진 칭찬을 받으려고 굶을 수는 없어윤이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을 꿈꾸는 일 황효진 삶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농담 윤이나 우리는 이미 서로를 돕고 있으니까 황효진 우리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요? 윤이나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황효진 결혼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윤이나 이 나라는 아이들을 키우는 데 실패했어 황효진 고통을 나눠준 그들은 여전히 내 곁에 윤이나 하하하 웃으며 오랫동안 살아남아야 해요 황효진 우연히, 하지만 우리는 매일매일 윤이나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를황효진 여자를 미워하지 않는 세계로, 같이 윤이나 밤 12시의 산책 황효진 지구에서 만나요 윤이나 수요일의 마지막 편지를 보내며 황효진
에필로그 우리는 수요일마다 편지를 보냈고, 나는 매일 이야기를 썼다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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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우리가 사랑한 모든 여자들에게 묻는 사려 깊은 안부 “돈은 별로 못 모았지만 좋은 친구를 사귀어서 다행이야.”
걸어서 7분 거리에 살면서 원할 땐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며, 매일같이 모바일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고, 일주일에 한 번씩 업로드되는 팟캐스트 <시스터후드>를 함께 진행하는, ‘헤이메이트’의 황효진, 윤이나 작가가 이번에는 스무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첫 편지는 2020년 4월에 시작해서, 마지막 편지는 같은 해 8월에 끝이 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 세계로 번지기 시작해 WHO에서는 팬데믹이 선언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확진자 수가 매일 경신을 기록하던 ‘1차 대유행’ 시기, 바로 그때. 콘텐츠 기획자이자 ‘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황효진,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꾸준히 써온 작가 윤이나. 이 두 사람이 오랜 친구에서 또 동료가 되어 하루하루의 시시콜콜한 일상부터 여성이 쓰고 여성이 출연하는 다양한 콘텐츠는 물론 여러 사회 이슈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화를 나눠왔습니다. 그런 그들에게도 말로는 미처 못 다한, 반드시 글로 또박또박 적어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존재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전보다는 자주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을 겁니다. 조심스럽게 만났다 하더라도 마스크로 가려진 반쪽 얼굴만 내놓은 채였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한 자 한 자 눌러쓰는 마음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모인 스무 통의 편지는 ‘수요일에 만나요’라는 이름의 뉴스레터가 되어 구독자들의 편지함에 각기 가닿았습니다. 그렇게 따로 또 함께 같은 편지를 받고, 같고 또 다른 생각을 했을 우리들.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긴 2021년 가을, 우리는 이제 ‘위드 코로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종식되기를 기다리며 규제만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생활 속에서 함께 지내는 새로운 방역 체계를 준비한다는 것이지요. 이 시점에 두 작가는 그 편지들을 다시 꺼내 한 문장 한 문장 다듬고 또 수정을 거듭하며 보완해나갔습니다. 여기에 2021년에 새롭게 보내는 편지를 각각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한 통씩 보태어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한 권의 책 분량이 된 편지들을 세상에 내놓으면서도 또 이렇게 이야기하죠.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 그것은 우리가 친구들과 전화기가 뜨거워질 때까지 통화를 하다가 혹은 메신저로 수다를 떨다가 대화를 끝맺을 때 종종 하곤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만큼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도 ‘자세한 것’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지경이지요. 그렇게 뜨겁게 나눈 우리들의 대화처럼 이 책은 이제 새로운 형태로 더욱 멀리 오래 읽히게 될 것이고, 이 편지를 수신한 모든 독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또한 꺼내놓을 준비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그렇게 여성들의 이야기가 어디서든 많이 들리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이 책의 책무이자 보람일 것입니다.
편지를, 생각을, 마음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넘어 ‘연대’하는 글쓰기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수요일마다 편지가 오고 가는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만 우리를 괴롭힌 것은 아닙니다. 2020년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그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고소장을 접수한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만든 손정우를 송환하라는 미국의 요청에 우리 법무부는 불허로 응답했습니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의 장례식을 5일장, 그것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50만이나 모였음에도 서울시장(葬)으로 진행했고, 김지은 씨의 성폭력 고발로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형량을 받고 복역 중이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에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여권 정치인들이 보낸 조화와 조기가 가득한 빈소의 모습이 뉴스 화면을 타고 보도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두 작가가 편지를 주고받던 고작 4개월 동안 일어난 일이라니, 믿어지나요? 이런 일들을 예상하고 편지를 쓰기로 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두 사람은 물론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자주 그리고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홀로 산책에 나선 한적한 밤 거리는 들고 나간 우산을 언제라도 휘두를 수 있도록 손에 꼭 쥐고 떠난 모험이 되어버리는 현실에 대해서도요. 그 밖에도, 재난지원금을 받아 평소라면 사지 않았을 것들을 고르며 ‘작은 사치’를 누려보거나, 각자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거나, “고모, 코로나는 언제 끝나요?”라고 묻는 조카의 질문에 잠시 할 말을 잃는 대신 신나게 함께 뛰어 노는 일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텔레비전 속 뉴스에 좌절하고 절망하기보다는, 주위의 많은 친구들과 가족을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쥘 수밖에 없습니다. 두 작가의 편지처럼 다정하고 사려 깊으면서도 분명하게 말이죠. 필요할 땐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나요?” 기꺼이 도움을 요청하면서요. 그러면서도 도서, 잡지, 영화, 드라마, 넷플릭스 시리즈, 뮤지컬, 코미디 쇼, 웹툰, 가요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콘텐츠 속의 ‘여성’을 포착하고 우리가 처한 현 시점의 상황과 맞물려 작품을 깊이 보고 듣습니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 ‘분석’을 하기도 하고 때론 날카로운 ‘비평’의 목소리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작품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작품을 향유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황효진 작가와 윤이나 작가가 우리에게 소개하는 그 작품들은 모두 국경과 세대를 막론하고 시사하는 바가 몹시 큽니다. 두 사람이 어느 대목에 밑줄을 긋고 어느 장면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을지, 우리는 보지 않고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내일을 알 수 없어서 우리에겐 우리가 필요해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놀다가 한구석에 쪼그려 앉아 느닷없이 네잎클로버를 찾겠다고 손톱 밑이 까매지도록 풀잎 속을 헤집던 기억 있으신가요? 그렇게 눈이 빠져라 찾아낸 네잎클로버를 책 속에 끼워 소중히 보관하기도 했지만 가장 친한 친구에게 선물하며 서로의 행운과 안녕을 기원하던 소녀들. 이제는 어엿한 사회구성원이 된 그 여성들이 서로를 오해하거나 미워하기보다는 응원하고 지지하며 함께 먼저 미래로 가자고 이야기합니다. 팬데믹이라는 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절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잘 지내보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더욱 두 작가가 살뜰히 서로의 안부를 묻고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의미 있었을 거예요. 그건 어떻게든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확인받는 과정이었을 거예요. ‘우정’을 너머 ‘연대’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두 작가의 귀한 편지를 우리가 모두 함께 읽을 수 있음에 기쁩니다. 그들이 주고받은 것은 비단 편지만이 아님을, 생각을, 마음을, 함께 양껏 눌러 담았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자양분 삼아 우리는 또 한 뼘 더 성장할 거고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에게, 이 책이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의 반가운 연락처럼 ‘근사한 사건’으로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언제라도 “도와줄 수 있나요?”라고 물을 수 있기를.
2021년 10월 세미콜론 드림
책속에서
[P. 12] 편지를 써보기로 다시 결심한 건 코로나19의 한복판을 지나는 동안의 일이었습니다. 이전보다 서로 자주 만나지 못했고, 그 어느 때보다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며,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니까요. 물론 모바일 메신저로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지만 어떤 말은 시간을 두고 긴 글로 옮겨야만 할 수 있다는 걸 아시잖아요. 그리고 또 하나, 그건 우리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였지만 반드시 서로에게만 보내는 편지는 아니었어요. 생전 처음 맞이하는 시절을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 외롭고 힘들게, 또는 불안해하며 보내고 있을 다른 여성들에게 띄우는 편지이기도 했습니다. 황효진, ‘우리는 내일을 알 수 없어서’ 중에서
[P. 72~73] 제가 평생 바라왔고 지금도 바라는 건 이런 것입니다. 돈을 쓸 때 너무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는 것. 사고 싶은 물건을 한참 들었다 놨다 하지 않는 것. 무인양품에서 사고 싶은 물건과 비슷한 게 없는지 다이소에서 찾아보지 않고 그냥 무인양품에서 사는 것. (이건 요즘 그럭저럭 잘하고 있네요.) 온라인 쇼핑을 할 때면 최저가 순으로 정렬하지 않는 것.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황효진,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을 꿈꾸는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