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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노을과 노루 / 봄이 머물다 간다 / 반달 / 아내의 코스모스 / 별밥 / 운주사에 가고 싶다 / 마음의 거처 / 노동의 이항 / 네 지친 천 개의 강물 위에는 / 개 / 모루와 마루 / 달의 망향 / 비 / 먼동 / 슬픔에 그을린 얼굴 하나가 / 실직 / 소리의 내부 / 새의 상흔 / 굳이라는 말 / 내 어떤 어린 날은 배추흰나비처럼 / 꽃과 나비 / 혼곤한 잠 / 길의 풍속 / 추파를 던졌다 / 나무의 밀교 / 사랑의 노래 - 하나 / 사랑의 노래 - 둘 / 사랑의 노래 - 셋 / 사랑의 노래 - 넷 / 사랑의 노래 - 다섯 / 내가 먼 날은 / 고래의 생활난 / 너라는 집 안에서 생의 한 주기를 울었다 / 구름의 연대기 / 거룩한 연장 / 눈물 나는 날 / 바람의 순정 / 슬픔의 여울 / 마음이 운다 / 소 / 길 / 그리움 / 섬

추천사 / 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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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파를 던지다 : 시가 품은 조각, 조각이 품은 시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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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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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조각의 진흙 더미

조각에서 시를 발견하고, 시에서 조각의 입체감을 찾는다. 신휘 시인의 시 43편과 유건상 조각가의 조각 40여 개가 합쳐진 시집 『추파를 던지다』는 시와 조각이라는 이차원과 삼차원 두 세계를 결합시킨다. 두 예술가의 실험적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는 시집이다.

이차원과 삼차원의 결합
우주의 진흙을 주무르다


언어와 조각은 평면과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위치에 존재한다. 이러한 위치의 차이는 넘나들 수 없는 숙명처럼 느껴지지만, 언제나 사람의 상상력은 숙명을 뛰어넘으면서 행복을 주었다. 시에서 조각을 발견할 수 있고, 조각에서도 시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조각에서 시를 발견하는 순간은 의외로 많다. 자코메티의 세계는 잘 발골된 언어의 탑 같은 공간을 만들어 내고, 로댕의 미끈한 질감에서 발견되는 에로티시즘의 입체감은 사람을 생의 욕망 안으로 끌어당긴다.

그와 반대로 조각의 입체감으로 우리를 이끌고 가는 시도 있다. 김춘수의 「꽃」 같은 경우는 허공에 단어를 새겨 사람들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조형을 각인시킨다. 언어로 상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조각도를 휘둘러 사람들 마음에 존재를 구축해 낸다.

김천에서 농업이라는 공동의 직업 영역을 가지고 있는 신휘 시인과 유건상 조각가는 예술이라는 또 하나의 연결성을 통해 실험적인 도전에 나섰다. 두 세계를 연결해 새로운 공간을 열어가는 길을 만든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평면과 공간 세계를 합치자 시집은 시간까지 끌어당기게 되었다.

이따금 수면 위로 핍진한 가계의 밥 짓는 연기만 피워 올리는 고래의 구릿빛 꼬리는 하얗게 일렁이는 대리석 파도 위로 헤엄친다. 알 듯 모를 듯 난해한 문장처럼 불어오는 바람은 청동 깃털이 짙푸른 세라믹 위에 남기는 아지랑이 파문으로 형상화되었다. 시와 조각, 무엇 하나 먼저 나서는 법 없이 어우러진다.

그들의 연결을 통해 두 예술가는 감상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조각이 된 시의 입체성과 시가 된 조각의 평면성이 뒤섞여 만들어진 세계는 감상자의 개입을 통해 완성된다. 독자에게 감상자라는 지위를 부여해 시인의 언어와 조각가의 손길이 만나서 무엇을 탄생시켰는지 물으며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다.

박기영 시인은 이 콜라보가 즐거운 이유가 두 사람의 세계에 제삼자가 그 답을 만들어 행위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 만남은 감상자의 시선이 닿고 그 시선의 무수한 말들이 피어올라야 완성되는 순간을 이루어낸다.

그들은 언어와 공간의 영역에 독자의 상상력을 개입시키면서 그들의 작업 속으로 들어와 함께 세계를 해석하고 나눠 보자고 말을 건넨다. 이제 그 답을 만들어 이들의 행위를 완성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우주의 진흙을 주무르듯 이 시집을 마음껏 주물러 보라. 우주는 그렇게 당신이 함께함으로써 완성된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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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31] 꽃이라는 말이 있다

생이란,
기실 알고 보면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를 닮은 열차 같은 것

그래 맞다, 지네야
네가 꽃이다

나는 이제 부스럼 숭숭 돋은
네 징그런 가시발을 발통이라 이름하마

눈 대신 발로써 평생을 기어 다닌
네 혐오한 몸뚱어리를
피안행 차안발 꽃 열차라 명명하마
그러니,

오늘은 꽉 닫힌 목청을 열고
어디 한번 기차의 흉내라도 내 보거라

화통처럼 기막힌 세월을 불 밝히며
퇴화된 네 눈 안에 달이라도 한 점 부려 보렴

꽤액 꽥,
승객 하나 없는 빈 객차를 거느린 채
어딜 가는지

힘겹게, 저 많은 산과 강을 지나
피안의 거처를 찾아 나선 꽃 같은 갑사야

거기 달처럼 유려하고 강처럼 무장했던
세월이 간다

오늘도 네 지친 천 개의 강물 위에는
꽃처럼 빛나는 별 몇 번이고 떴다 지고

물그림자 다시 어리고

- ‘네 지친 천 개의 강물 위에는’
[P. 66~67] 시가,
그것이 고요하고 차분한 거라면
참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날은 잠자리처럼
얼마만큼 맘이 들떠있다

날씨는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서

수레국화 한 점 허공에
툭, 따 던지니

어디서 말발굽 소리 들리는 듯
귓속이 우멍하다
여기서 태양까지 가자면
베옷이 필요한데

물살에 실어 보낼 꽃신 한 점 없다

나의 잠은 한동안 깨지 않아도 좋을 만치
혼곤한 것이었으면 참 좋겠다

- ‘혼곤한 잠’
[P. 79] 무심했던 맘이여
돌아서면 남이었을 이여
돌아보면 세상천지 꽃 아닌 것 없었다
그대
캄캄한 하늘에 오늘은 달 뜨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
그 한 조각 떼어다
쪽박난 내 맘에 걸어놓나니
그리운 이여
그대 그 안에서 꽃처럼 바람처럼
오래 살다 갈 일이다

- ‘사랑의 노래-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