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전체메뉴

국회도서관 홈으로 정보검색 소장정보 검색

목차보기


들어가며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빛의 언어에 기대어

첫 번째 달의 말
세계를 바라보는 법 / 나무의 감정 / 슬픔의 연대 / 삶과 죽음 모두에 깃들던 날

두 번째 달의 말
정성스러운 긴장 / 세상 끝의 내 얼굴 / 앎, 움직이는 힘 / ‘나’는 오늘 어떤 내가 되어가는가 / “딸기 따러 가자”

세 번째 달의 말
사랑, 그 사랑 / 하나를 돕는 고리 / 인간이 되어가는 시간

네 번째 달의 말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 순간 / 내버려두면 / ‘벌써’라는 말의 참혹

다섯 번째 달의 말
연한 것이 약한 것일까 / 동등함에 대하여 / 내가 열리는 순간

여섯 번째 달의 말
에둘러 얻는 답 / 미약한 자의 미소 / 어떤 슬픔

일곱 번째 달의 말
치유와 기다림 / 하루치의 삶 / 아름다움과 함께, 나는 걷는다

여덟 번째 달의 말
우리는 언어를 한다 / 하늘을 보는 일 / 오늘 하루 확실한 것

아홉 번째 달의 말
바람의 두 얼굴 / 누구도 다치게 하지 마라 / 화살의 말

열 번째 달의 말
더하기보다 빼는 관계 / 보는 감각을 회복하기 / 할 수 없음을 아는 일 / 정상/비정상으로 나뉘지 않는 세계

열한 번째 달의 말
희망 다음은 침묵 / 누구나 삶의 진실 / 겨울날들에 / 바라는 일 / 지뢰처럼 죽음이 도처에

열두 번째 달의 말
관계의 최고 형태 /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 감사의 이유 / 구원이라는 낯선 이름

부록
인디언 달력 / 참고문헌

이용현황보기

이용현황 테이블로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2862573 811.8 -22-244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2862574 811.8 -22-244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2886010 811.8 -22-244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0002886011 811.8 -22-244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B000045678 811.8 -22-244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숨 쉬기 힘든 시대, 숨구멍을 찾아서
인디언의 말에 기대 희망을 노래하다


앤 섹스턴, 어맨다 고먼, 루이즈 글릭 등 여성 시인들의 목소리를 공들인 번역으로 소개해온 한국외대 영미문학ㆍ문화학과 정은귀 교수의 산문집 『딸기 따러 가자』가 출간되었다. 그는 코로나19를 통과하던 시기, 묵상하듯 인디언의 노래를 찾아 읽으며 고립과 불안을 달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1년 열두 달, 우리 삶의 주기와 맞춤한 인디언의 말과 그에 의지해 지금 여기의 삶을 돌아본 글이 함께 수록된 이 책은 “우리가 다다른 문명의 막다른 길에 새로운 빛”을 전한다. 인디언들의 사유는 생태적 관계성, 장소성, 공공성을 뿌리로 하기에 그들의 말은 현재를 상대화하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한다. 제목으로 삼은, 한 모호크 인디언 할머니의 말 ‘딸기 따러 가자’에도 그런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호크족) 할머니는 종종 뭔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낙심하고 주저앉지 않고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는 양동이 하나 챙긴다고 해요.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반, 온 식구를 깨워서 말씀하신다고 해요. “딸기 따러 가자”고.
“딸기 따러 가자.”
그 마법의 말에 모두 새로운 하루를 열고 새로운 길을 찾는 거지요. 제게 있어 그런 마법의 말이 뭘까 곰곰 생각해봅니다.
_62~63쪽

절망의 순간에도 넋 놓고 있지 말고 자연 속에서 무언가를 해나가자고 이끄는 생기, 그리고 ‘함께 하자’며 곁을 돌보는 마음……. 상대를 베는 언어가 난무하는 오염된 말의 시대에 『딸기 따러 가자』는 지혜의 말들로 우리를 위로하고 일으킨다.

우는 걸 두려워 마라.
울음은 당신 마음을 슬픈 생각에서
해방시킬 것이니,
소리 내어 진정으로 울 줄 아는 자는
진심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호피Hopi족의 속담에서)
_30쪽

생생한 계절 감각과 공존의 지혜,
다른 삶의 방식을 상상하기


『딸기 따러 가자』는 1월부터 12월까지 총 열두 달로 구성되었으며, 달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지은 달의 이름이 수록되어 있다. 가령 4월은 인디언들에게 ‘만물이 생명을 얻는 달’(동부 체로키족), ‘잎사귀가 인사하는 달’(오글라라 라코타족),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체로키족) 등으로 불렸는데, 여기에는 자연의 변화와 이에 감응하는 토착민들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인디언들의 이름 짓기를 따라, 한 시민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수강생들로 하여금 달마다 이름을 짓게 했는데, 이 또한 나란히 수록해 계절 감각과 생활 감각을 생생히 일깨운다.
달별 이름만큼이나 우리의 마비된 감각과 사유를 자극하는 것은 부족마다 구전되어 채록된 인디언의 말들이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살던 이들은 각기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지녔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이 깃들어 사는 터를 존중했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방식으로 생태적 가치를 지켜왔다.

나무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다치게 해야 할 때면,
우리는 나무를 자르기 전에 언제나 담배를 바친다.
우린 나무를 절대 낭비하지 않기에,
자른 나무는 다 사용한다.
나무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나무를 자르기 전에
담배를 권하지 않는다면,
숲의 다른 모든 나무들이 슬피 울 것이고,
그러면 우리 마음도 슬퍼질 것이다.(메스콰키Mesquakie족의 말)
_26쪽

이들은 인간의 삶 또한 공동체 윤리를 바탕에 두고 관계 속에서 바라보았다. 아무리 약한 존재일지라도 공동체에는 저마다 자신의 자리가 있다고 여겼기에 “입이 없는 이들을 함께 아우르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앎이 의미가 있다면 타인과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단으로 쓰일 때이고 이를 통해 “서로가 서로의 손이 되고, 서로가 서로의 다른 머리가 되는 세상”을 이루고자 했다. 이런 사유 가운데 특히 저자가 주목한 것은 인디언들이 ‘장애’를 보는 시선으로, 이 대목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터져나온 이 시대의 독자를 멈춰 세워 공동체의 역할을 고민하게 할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장애’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해요. (...) 누가 어떤 몸으로 태어났든, 어디가 부족하고 어디가 모자라든,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다고 하네요. 공동체 안에서 채워나갈 수 있는 역할로요. 가령,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도 노래를 잘할 수 있고, 뇌성마비로 몸이 흔들리는 사람도 꽃을 돌볼 수 있으니 그 모두가 다 훌륭하다는 것이지요.
개인의 몸이나 영혼, 정신에 대해 정상/비정상, 능력/무능으로 가르지 않는 것. 손상이나 결핍, 부재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채워나갈 가능성에 역점을 두는 그 사유는 이 시절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_185~186쪽

총칼과 경쟁을 앞세운 백인 문명에 대한 질문
인디언의 노래로 새롭게 만나는 역사


말은 세계관의 반영이기에 저자는 인디언의 말과 함께 그들의 세계관을 비출 역사와 문화 또한 함께 설명한다. 아메리카 대륙이 백인들에게 점령당한 뒤 인디언들은 자원 착취와 폭력 아래 절멸에 가까운 길을 걸어왔지만, 최근 인디언의 역사는 그들의 관점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탐험가가 아닌 식민지 침탈의 상징으로 여겨져 동상이 무너진다거나, ‘인디언’이라는 표현을 정치적 올바름의 관점에서 다른 용어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그렇다.
그럼에도 팬데믹 혼란 속에 백인들이 생존을 내세워 ‘동양인은 물러가라’며 총을 들고 외치는 현실도 엄존하며 이는 문명의 이름으로 권력을 차지한 백인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혐오의 시대, 인디언들이 추구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차별 없는 공동체가 절실해지는 이유다. 잘못 번역되어 통용되던 글들을 새 번역으로 바로잡은 저자의 시도는 이러한 사유를 담은 인디언의 말에 좀 더 정확히 다가가게 할 것이다. 이제 서로를 향한 선한 말들에 귀 기울일 때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P.25] 놀라운 것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이 감각을 모두 잊어버렸다는 거예요. 사방에 감각을 일깨우는 자극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모든 감각에 눈이 멀어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찬란한 문명을 살지만 실은 후각도, 시각도, 청각도, 사고력도 마비된 우리가 아닌가요.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법은 현실 속에서 희망을 찾아나가고자 할 때 필요한 첫 감각일 것입니다.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 법. 그간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켰던 것들에서 깨어나 스스로를 회복하는 길.
[P. 31] 막막한 시간이 길어지니, 죽음을 생각하는 이들이 너무 많네요. 참 아슬아슬한 나날입니다. 우리 모두 죽어가는 존재라는 자연적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갈 날이 구만 리 같은데 죽고 싶은 이들, 삶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의 절망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현실을 호소할 데 없는 이들의 고립 말이지요.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요? 이 질문 앞에서 저는 슬픔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슬픔과 어떤 울음. 내 울음의 진폭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죽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 81] 삶은 인간이 만든 허망한 것들을 정신없이 따르는 시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아닌 것들, 인간을 에워싼 자연과 우주의 보이지 않는 흐름을 응시할 수 있는 ‘너머’의 시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은 인간이 덜 된 인간이 비로소 인간이 되어가는 시간일 것입니다. 오늘 나는 얼마만큼 더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챗봇 챗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