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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밥상 생각을 켜놓은 채 잠드는 사람
시대보다 앞서서 요리했던 남자
드디어 찍게 된 밥상 사진
‘밥걱정의 노예’가 생일에 하는 일
앓고 나서 하는 첫마디, “밥 먹었어?”
플레이팅 없는 아저씨 밥상
아들이 차려주는 밥을 대하는 태도

2장 하루를 열고 닫는 음식
1 아주 사소한 여름의 맛-가지나물
2 엄지손가락으로 완성한 이야기-문어숙회
3 야근을 대비하는 아침-콩나물불고기
4 환호와 당황 사이의 ‘더 먹어 지옥’-월남쌈
5 안 먹는다고 버텨도 몸무게는 그대로-고기덮밥
6 불가능한 완전 범죄-그라탱
7 빼빼로와 가래떡 먹는 날에 우리 집에서는-새우갈릭버터구이
8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에 더해진 그리움의 맛-무나물

3장 살아가는 일의 기본은 잘 먹는 것
9 주말 간식을 건너뛰지 못하는 이유-소떡소떡
10 출장 가기 전에 준비한 밑반찬-멸치볶음과 배추나물
11 제대로 먹지 않아서 탈 났을 때는-된장국
12 내 생의 눈물 버튼-미역국, 시금치나물, 그리고 샌드위치
13 힘들었다는 말 속에 숨은 뜻-떡볶이
14 백반집에서는 사이드, 우리 집에서는 센터-잡채
15 신경 쓰지 않은 음식 덕분에 모인 식구들-소시지야채볶음
16 함께 둘러앉아 먹지 않아도 추억-홍어삼합

4장 재난이 닥쳐도 주방에 서는 사람
17 코로나 기세에 눌린 봄의 보양식-주꾸미샤브샤브
18 자식 입에 들어가는 고기를 ‘라이브’로 감상하던 기쁨-삼겹살
19 자가격리 중에 먹은 최고의 음식-콩나물국
20 보고 자란 삶이 전해지는 방식-김치볶음김밥
21 가정불화를 잠재운 저녁 식사-제육볶음
22 겨울잠 자고 일어난 상추가 넘쳐날 때는-상추겉절이
23 ‘팬멍’, 불그스름하게 익어갈 때 평화로웠겠지-두부김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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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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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너무 힘들었어.”
식구 중에 누가 그렇게 말하면 남자는 뭐 먹고 싶냐고부터 물었다.
학교와 일터에서 풀 죽고 들어온 처자식을 북돋우기 위해 식탁에 앉혔다.
“무조건 두세 숟가락만 먹어봐. 보고, 냄새 맡고, 꼭꼭 씹어 먹는 동안 짜증 나거나 못나게 굴었던 마음이 물렁물렁해진다니까. 그러니 일단 따뜻할 때 먹어.”

▣ 『소년의 레시피』를 잇는 배지영 작가의 ‘레시피 에세이’ 2탄, 『남편의 레시피』
『소년의 레시피』로 에세이계의 샛별로 떠오른 배지영 작가. 특유의 ‘웃으면서 울게 하는’ 감동×유머를 동시다발로 구사하는 배지영 작가는 『소년의 레시피』에서 ‘고등학생 아들이 해준 밥을 먹는 엄마’였다. 그럼 『남편의 레시피』에서는? 설마? 맞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 아들 뿐 아니라 남편이 해준 밥을 먹는 부인, 아니 아들 이전부터 남편이 해준 밥을 먹는 부인이었다. 배지영 작가와 비슷한 세대 사람들의 첫마디는 “전생에 나라, 아니 지구, 아니 우주를 구했나?!”일 게 틀림없다. 이 가족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 ‘요리유전자’와 ‘가족사랑유전자’가 특별한 사연
그 집안에 사연이 있다면 그건 풍부한 요리유전자? 시아버지, 남편, 아들로 쭉쭉 이어져내려왔다. 그리고 그 요리유전자를 집밥으로 발휘하는 ‘가족사랑유전자’.
남편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 “남자가 처자식 먹이려고 밥하는 것은 열심히 산다는 증거다.”라고 말하는,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신인류였다.
1999년에 태어난 그 남자의 아들은 “선생님, 야자 빠지고 집에 가서 밥하고 싶어요.”라고 용기 내어 말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3년간 야자 빼고 식구들의 저녁밥을 차렸다. 입시 공부 바깥에서 불안해하지 않고 자기만의 레시피 노트를 썼다.

▣ ‘평범한’이라고 쓰고 ‘특별한’으로 읽는 그 남자의 레시피 이야기
『남편의 레시피』는 이 남자의 레시피이고, 레시피에 얽힌 따뜻한 가족 이야기이다. 요즘 아무리 외식·밀키트·배달의 전성시대이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삼시세끼 외식·밀키트·배달만으로는 배 속이, 마음이, 정신이, 포만감으로 꽉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 바쁘고 불안한 시대라, 시간이 없어 택한 차선책이라는 것.
집밥은 누군가의 마음이고 정성이고 시간이라서 단지 배를 채우고 영양가를 섭취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다. 에너지, 희망, 위로, 때론 살아가는 힘을 준다. 이 남자에게 밥을 준비하고 함께 밥을 먹는 것은 가족 간의 사랑이며 의리이고 존중이다. 마음을 표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투박하고 평범한 아저씨 밥상은 식구들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한다. 식상하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부부는 더욱 끈끈해지고, 아이들은 단단하고 유쾌하게 자란다.
이 집밥을 책임지는 남편의 모습을 배지영 작가가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기록하여 『남편의 레시피』를 펴냈다. 작가 특유의 ‘웃으면서 울게 하는’ 유머와 감동을 풍성하게 덧입혀 독자들에게 웃음과 감동, 따뜻함을 전할 가족 관찰 에세이이다.

▣ 된장찌개 같은 구수한 레시피는 가슴에 오래오래 뭉근하게 남는다
예로부터 어느 시대이든, 어느 문화에서든 귀한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고, 인생의 큰 기로에서 밥을 함께 먹고, 관혼상제에서도 먹는 게 빠지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은 인류의 본능 같은 것. 중요한 건 ‘먹는다’가 아니라 ‘함께 먹는다’이다. 『남편의 레시피』는 요리 뒤에 더욱 크게 자리한 가족사랑유전자를 통해 조금은 특이한, 굉장히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사랑과 따뜻함, 유머와 웃음, 웃음 뒤의 눈물을 함께 느껴보는 의미 있고 재미있는 가을을 선물할 것이다.

▣ ‘자진납세’ 실천을 이끌어내는 현실 밀착형 에세이
『남편의 레시피』를 읽다보면, 집에 가서 이 음식을 해봐야겠다거나, 가족을, 특히 아이들을 이렇게 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집에 있는 재료로 할 수 있는 요리는 저녁 메뉴 선정의 어려움을 다소 해소시켜 준다. 사랑과 배려를 기본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극강의 관대함은 은근한 압박이 된다. 부모의 욕심을 내려놓고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되새기게 한다. 무얼 하라고 계몽하지 않고, 명령하고 교훈을 대놓고 주진 않지만 그래서 더욱 ‘집에 가서 몰래’ 무엇을 만들고, 가족을 대하는 방법을 바꿔보게 하는 ‘자진납세 유도 글’이다.

▣ 모든 세대의 공감을 이끄는 넓은 세대 스펙트럼
『남편의 레시피』는 공감을 이끄는 세대 스펙트럼이 넓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시아버지에게 식사는 못 챙겨드려도 시아버지의 ‘라떼’ 이야기는 좋아했던 며느리 배지영 작가의 ‘옛날 감성’은 6~70대의 공감을 얻기 충분하다. 식구들의 식사를 전적으로 책임지며 철마다 육해공의 재료로 그토록 정성스럽게 밥을 하면서도 밥을 한 사람의 노고를 내세우지 않고 편식을 허용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3~50대 부모들은 자녀를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게 된다. 남들 따라서가 아닌 분명한 자기 길을 가는 MZ세대 큰아들에게서는 자기 삶을 스스로 일구어나가는 청년의 모습을 보며 희망을 품고, 막 사춘기에 접어든 막내아들의 일상을 보면서는 청소년을 현명하게 대하는 자세를 배운다. 그래서 배지영 작가의 글은 ‘남의 집 가정사’가 아니고 폭 넓은 세대가 각자 자기 상황에 맞게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고,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이다.

▣ 트렌디하고 귀여운 화풍의 류은지 작가의 그림으로 더욱 사랑스러워진 책
따뜻하고 독특한 화풍의 소유자, 류은지 작가의 그림은 무척 트렌디하고 사랑스럽다. 그녀의 따뜻한 그림이 내용의 따뜻함에 따뜻함을 한 겹 더 덧대었다. 사랑스러운 음식 그림으로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할 뿐 아니라 독자들이 쭉 훑어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갖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책으로 탄생시켰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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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 ▪
[P. 47] “밥 먹었어?” 일요일 밤 10시, 잠에서 깬 강성옥 씨는 물었다. 함민복 시인은 「그대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라는 시를 썼다. 강성옥 씨는 식구들 밥걱정을 켜 놓은 채 잠이 드는 걸까. 산뜻하고 섬세했던 청년은 두통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처자식의 끼니를 걱정하는 아저씨로 변신한 지 오래였다.
[P. 127] ▪
때로는 수련하듯 강성옥 씨가 너무나 고독하게 차린 밥상이 먹고 나면 흔적 없이 사라져버리는 게 아깝다. 그의 시선을 따라다니며 밥상을 기록하려는 이유다.
강성옥 씨는 별거 아니라고, 평범한 아저씨 밥상일 뿐이라고 했다. 플레이팅이 근사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것도 아니라며 사진 찍고 글로 쓰는 걸 반대했다. 하지만 밥 덕분에 식구들은 마주 앉아 접속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클릭했다. 아이들이 단단하고 유쾌하게 자라는 힘도 강성옥 씨가 차린 밥상에서 비롯되었다.

때로는 신세 한탄을 했다. 앓는 소리를 하는 사람치고 끼니 챙기는 일에 지나치게 성실했다. 바빠도 장을 봐 와 서 잽싸게 식사 준비를 해놓고 나갔다. 주말에는 안 먹어도 되는 간식을 챙겼다. 농번기에 새참을 먹는 농경사회의 일원으로 자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처자식과 시간을 보내기 위한 강성옥 씨만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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