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밥을 짓는다 017 두부와 콩나물 022 몇 가지 집밥 036 누구나 자기 엄마 밥이 최고지 044 꽃다발보다 더 예쁜 열무 052 나라고 별수 있겠나 058 모카포트와 라면의 과학 064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끼니의 소중한 무게 070 캠핑의 맛 079 오늘 저녁은 뭐예요? 085 찬밥 091 밤을 치던 밤 099 할아버지의 음식들 105 우리 집 개를 먹일 카스텔라 112 여섯 개의 도시락 119 나의 롯데리아
128 도시락 싸 주는 언니, 도시락 싸 주는 동생 136 끝내 모르고 말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들 144 삼식이와 돌밥돌밥, 그놈의 밥 151 끼니의 관상 159 햇반과 밀키트는 정말 요리가 아니야? 168 하나도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177 차 한 잔이라는 시간 182 신림동 순대타운과 광장시장
190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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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내 안에 깊이 박혀 수시로 꺼내 보는 어느 날의 밥 한 그릇, 빵 한 쪽, 차 한 잔이 있다
어려서 감기로 병원에 다녀온 날이면 엄마는 입맛을 잃은 나를 위해 통조림 속 깐포도 몇 알과 작은 술떡을 내오셨다. 너무 달다는 이유로 정작 당신은 드시지 않는 깐포도를 어떻게 생각해 내셨는지 알 수 없지만, 나에게 저 두 개 조합이 최고였던 것은 확실하다. 입에 달고 몸에 좋은 약이었다. 재미있는 건 마흔이 넘은 지금도 몸이 아플 때면 그 옛날 깐포도와 술떡을 종종 떠올린다는 거다. 작은 쟁반에 올려진 음식과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전혀 다른 느낌의 음식도 있다. 삼각김밥을 먹고 죽을 만큼 아프고 난 후로 꽤 오랫동안 삼각김밥을 먹지 못했다.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그날 내 컨디션의 문제였음을 알면서도 삼각김밥은 내게 조금 무서운 음식이 되었다. 가까운 누군가가 삼각김밥으로 요기를 한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한마디 하고 만다. “조심해.”
살며 먹는 음식은 때로 음식 자체로 의미를 가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다른 요소들이 더해져 특별한 의미가 된다. 함께 먹는 사람, 장소, 그날의 일정과 내 기분 등은 입에 들어가는 음식만큼이나 식사를 이루는 중요한 재료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사랑하는 이와 먹는 라면’이라는, 다소 간지러운 표현에 동의하게 되는 것이나 저자가 ‘끼니’를 주제로 한 글을 소개하며 몸과 생각, 감정을 이야기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내 키와 생각을 자라게 한 양식의 이야기이자 끼니를 함께 나눈 좋거나 싫은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며, 가장 즐거운 어느 식탁의 저장 혹은 서럽고 아팠던 마음에 대한 푸념이기도 하다.” (프롤로그)
저자의 끼니 이야기는 다채롭다. 마치 사계절 풍경이 담긴 그림책을 본 듯한 기분이다. 가스레인지에 올려진 압력솥에 처음으로 불을 켜 본 어린 시절의 경험부터 가족의 끼니를 책임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소개되는 음식이 여럿이어서도 그렇지만, 그보단 음식을 두른 각각의 사연 때문이다. 계절마다 입은 색이 다르듯 글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은 한 번도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추억하는 커피와 구운 가래떡에선 눈물이 핑 돌았고, 도시락 속 꼬마 돈가스 두 알에는 가슴이 아리고도 따뜻해졌다. 멋쟁이 대학 선배의 ‘어푸루푸푸’를 마주하고는 비명을 지르며 웃었고, 남편의 반찬 투정에는 저자의 속도 모른 채 싱글거렸다. 24개의 에피소드는 음식 이야기인 동시에 설렘, 쓸쓸함, 즐거움, 아픔, 뿌듯함이 서린 순간들의 기록이다. 만들고 먹어 온 음식이 다르고 음식을 대하는 태도도 아주 같을 리 없지만 그 안에는 낯설지 않은 마음들이 있다. 그래서 글을 읽다 보면 군침이 도는 것은 물론, 자꾸 내 지난날을 추억하게 된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행복한 장면이 불쑥 떠올라 어색한 채로 관계가 멀어진 이에게 하마터면 연락할 뻔했다. 주의할 점이다.
이 책이 누군가의 잃어버린 식욕을 찾아주는 행복한 상상을 해 본다. 소개된 요리 중 하나를 직접 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사는 게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조금 지쳐 있다면 또 그런 채로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는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깐포도와 술떡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고, 삼각김밥의 두려움에서는 한 발짝 멀어질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책속에서
[P.15] 일이 바빠 시간에 쫓긴 날이나 마음이 고달픈 날에는 밥을 짓기 전에 잠깐 침대에 누워 고요히 쉰다. 나쁜 마음을 묻힌 채로 식구들 먹일 밥을 짓고 싶지 않아서다.
[P. 20~21] 세상에는 혀에서 구르는 듯 맛 좋은 음식들이 정말 많다. 그렇지만 어느 진미를 가져와도 내가 어릴 적부터 먹어 온 집밥이 가지고 있는 힘을 이길 수는 없다. 맛으로 새겨진 기억 그대로가 바로 집밥이라는 장르다. 몸이 많이 고되고 아픈 날, 마음을 심하게 다친 날의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끼니는 엄마가 일일이 손으로 다듬어 만든 콩나물과 두부 반찬. 그 안에 담긴 다정한 위로를 떠올리는 것이었다.
[P. 43] 한집에서 한 가지 음식을 지어 나누다 보면 절로 마음과 생각의 박자가 비슷해진다. 식탁을 차리며 음식을 담을 때마다 식구의 얼굴들을 떠올린다. 남편의 밥공기에는 밥을 한 번 더. 큰아이의 국그릇에는 국물을 더 많이. 작은아이는 뜨거운 것을 잘 못 먹어 한 김 식힐 수 있도록 작은 앞 접시를 꺼내 밥공기 곁에 둔다. 다 같은 그릇이지만 담기고 놓인 모양새를 보고 그게 누구의 것인지 누구의 자리인지 우리 집 식구라면 다 알아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