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병에 담긴 편지 달 바보의 친구 어떤 이름들 비밀스러운 삶 나무들 밤 산책 함께 늙어가는 일 천장 영화관 우리는 고양이들처럼 한 사람의 스크루지 앵무새와 까치 용기 있는 순간들 모찌는 말이 없어서 한 손에는 책을 미노광 볼 수 없던 장면 있을 때 잘해 자전거를 탄 우리들 우리의 언어 발코니가 있는 삶 우리가 함께 먹은 카레 똑똑한 전화기를 좋아하지만 옥상에 맡겨둔 유년 눈에 보이는 슬픔 잘 먹겠습니다 다 어디로 갔을까 기다림에 대하여 작지만 확실한 행복 따뜻한 비데에 앉아 너는 크고 뚱뚱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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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여행하며 마주한 이야기를 그때그때 떠오른 이에게 편지로 써뒀습니다. 매일 아는 것은 늘어나는데, 우리는 그중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요.”
프리랜스 에디터이자 아트 디렉터 박선아가 여행지에서 보내온 서른두 통의 편지와 필름 사진. 베를린, 바르셀로나, 파리에 머물며 소중한 이들에게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가족, 친구, 옛 애인, 고양이 등에게 쓴 편지에는 그들의 실제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다. 어렴풋이 짐작할 수는 있어도 수신자의 정확한 이름은 모른다. 그렇기에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밀한 글은 곧 독자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다시, 이 책〉과 함께 선보이는 리커버판에서는 저자 박선아의 정서를 한층 더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이 책은 분명 대상이 있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것들의 기록이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기억을 고이 보관하는 사물, 즉 일기장과 같은 천 재질의 양장본에 담았다. 그 과정에서 서간집과 엽서집이 하나로 묶이며 도구로서의 책의 성질에 충실히 접근해 한 손에 들고 어디서나 읽기 좋은 형태로 완성했다. 이를 위해 너무 묵직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재질뿐 아니라 색에도 신경 쓰고 박선아의 손글씨를 인쇄한 반투명 세로 띠지를 더했다. 띠지는 저자가 리커버판 독자에게 보내는 손글씨 편지의 일부분으로 책 안에 동봉되어 있다. 출간 이래 꾸준히 읽혀온 이 책이 새 옷을 입고도 오래도록 사랑받기를 기원하며 준비한 작은 선물이기도 하다.
여행에서 마주한 순간을, 어떤 이름에게 박선아는 작고 느리고 비밀스러운 것을 아끼는 사람이다. 고양이 모찌와 ‘작은 집에서, 넓은 사람과, 깊은 마음으로’ 사는 것이 오랜 꿈이다. 여러 브랜드와 함께 일하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아름다운 것들을 모은다. 《어라운드》 매거진에서 에디터로 일했으며, 당시 매거진에 연재한 글을 모아 출간한 수필집 『20킬로그램의 삶』은 20–30대 독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책 『어떤 이름에게』에 담긴 모든 편지는 여행지에서 썼지만 여행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그저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했던 따뜻한 순간들로 이동해 그것들을 어루만진다. 그 안에서 현재와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나지막하고 비밀스러운 것들 『어떤 이름에게』에는 천천히 보고 싶은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기어가는 달팽이, 천장에 비친 불빛, 용기를 냈던 날들, 세탁소 앞 강아지의 눈웃음,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 사람의 뒷모습, 두유와 생크림을 넣어 끓인 카레, 손전등 없는 달빛산행…… 박선아는 주위의 풍경, 색깔, 향기, 감촉을 소중하게 붙든다. 이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그의 안에서 머문다.
그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틈이 편지를 쓰고 사진을 찍는다. 베를린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잠시 머무는 방에서, 크고 밝은 달을 보면서, 책을 읽다가, 그리고 이름 모를 나무 아래에서도. 커피를 주문한 뒤 잔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점원이 민망해할까 봐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기다리면서도 편지를 쓴다. 바르셀로나의 한 해변에 앉아 어떤 남성이 아이에게 바다를 보여주는 것을 바라보며, 훗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있어야만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사진과 글이라는 두 가지 언어 “무엇인가에 기뻐할 수 있다는 것―축제에, 눈에, 꽃 한 송이에……. 그 무엇에든지. 그렇지 않으면 잿빛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몹시도 가난하고 꿈이 메말라버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주 쉽사리 자기의 동심을 잃어버리고 알지 못하는 사이, 한 사람의 스크루지가 되어 버린다.”(『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중에서, 전혜린 지음) 책에 인용한 전혜린의 글처럼, 박선아는 글과 사진을 통해 우리가 스크루지가 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책에 들어간 모든 사진은 필름 카메라로 찍었다. 사진과 글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의 부속이 되지 않고 어우러진다. 영국의 미술 비평가이자 소설가 존 버거는 “언어는 언제나 경험보다 적다”라고 했다. 그렇기에 글과 그림을 함께 두어, 전달하지 못하는 방식을 줄여 보완했다. 박선아도 『어떤 이름에게』에서 사진이 글의 보충 설명이, 글이 사진의 캡션이 되지 않도록 했다. 두 언어를 어떻게 결합하여 독자에게 오롯이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것이다. 독자는 글과 사진으로 이루어진 언어를 읽으며 저자의 경험을 들여다본다.
여행에서 잡아둔 순간이 다시 먼 곳으로 여행지에서는 문득 소중한 이름들, 놓치고 있었던 무언가가 떠오르곤 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나, 이전에 경험했던 비슷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한다. 안녕이 궁금한 이들에게 바로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잠시 멈춰서 편지를 쓰고, 아껴서 천천히 부쳐보면 어떨까.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한 손에 책을 든 채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방 안에서 가볍게 읽고 쓸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각자 자신의 소중한 이름들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십년지기 친구에게, 좋아하던 동생에게, 그리운 선생님에게, 할머니에게, 반려동물과 식물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그들의 안녕을 바라볼 것이다.
책속에서
[P.19]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에게 유리병을 던졌던 게 아닐까. 물건을 사며 인사를 건넨 어느 점원의 말 한마디가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어. 가까운 사람과 진지하게 긴 대화를 나눴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고. 마주하는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한없이 병을 던지는 것 같아. 「병에 담긴 편지」에서
[P. 25] 시차는 있겠지만 지구 어디서든 같은 달을 보고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아차렸어. 당연한 일인데, 머리로만 알고 있던 일들을 새삼 알게 될 때가 있잖아. 그런 순간이었지. 「달」에서
[P. 57] 같이 지내는 친구가 베를린에서 내가 웃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대. 무표정하게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고. 그 시절에도 그랬을까? 제법 잘 웃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건 바람이 된 거 같아. 웃음이 줄어들고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가. 그래도 우리가 가끔 만나 옛 이야기를 할 땐, 그때처럼 웃는 일도 생기는 것 같아. 언젠가 마당을 갖게 된다면 감나무를 심을게. 서리하러 와줘. 땡감은 잘 숨겨둬야지. 「나무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