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청와대에 들어가기까지 사상 전향? / 교회와 비디오 / 인권 변호사 K / 문재인 선배, 선거운동의 언저리에서 / 촛불을 들고 / 이기는 선거 / 청와대, 낙방하다
2장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신원조회 / 누구 ‘빽’으로 들어오셨어요? / 나도 캠코더? / 어공의 세계 / 청와대 실세, 선임행정관 / 국정과제, 행정관의 주요 업무 / 나라 걱정은 대통령 한 명이 한다 / 청와대, 대통령실, 대통령비서실
3장 벙커 이야기 지하 벙커로 들어가다 / 사이버안보비서관실의 아저씨들 / 변호사가 사이버공간에서 무슨 일을? /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사고 치다 / 에셜론의 공격과 정보공개 청구 / 일찌감치 쫓겨날 뻔하여라
4장 민정수석실 처음부터 잘해야 하는 곳 /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명 / 특별감찰반 / 정보관들의 세계 / 반부패정책협의회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 / 꼭두새벽의 언론 스크랩 / 연무관의 추억
5장 공직기강비서관실 참을 수밖에 없는 복무 점검의 좀스러움 / 말할 수 없는 감찰 사건들 / 코로나 1호를 피해라 / 해외 순방, 1호기는 신발 벗고 탄다 / 암행감찰 / 감사원에서 오셨지요? 인사 검증팀의 고양이들 / 복불복 고위직 인사 / 청와대 터주대감
6장 청와대 일상다반사 눈과 귀는 있으나, 입은 없다 / 꼰대와 맑은 눈의 광인 / 가능한 일도 없고, 불가능한 일도 없다 / 견자교를 건너 국회로 / 언론 대응, 빨대가 있나? / 아홉 명의 불만 세력과 한 명의 배신자 / 월급 천만 원은 받지요? / 이런 우연이! / 대통령님은 자주 뵙지요? / 권력의 핵심, 문고리 / 청와대 삼락 / 청와대 기념품 사기 / 청와대 특별보좌관도 사기
7장 검찰의 나라 공익의 대표자 / 털어서 안 나오면 가족을 턴다 / 타노스의 시간 / 검찰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검찰 가족’뿐
8장 청와대를 떠나오며 안 나가면 안 되나? / 고발은 당해봐야 일 좀 한 거지 / 위대한, 혹은 초라한 유산 / 어느 광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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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역사의 현장, 청와대의 일상을 기록하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했다.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만큼 ‘청와대’라는 상징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주는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 단순히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일하는 공간 이상의 역사적 상징을 지닌 곳이다. 존경의 대상인 동시에 증오의 대상이었고, 지지의 대상인 동시에 저항의 대상이기도 했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치열하게 고민하며 국민들을 섬기는 공간이기도 했고, 독재자와 그에 빌붙어 아첨하던 자들이 권력에 취해있던 곳이기도 했다. 그렇게 특별한 곳이면서도, 국가 최고 정책 결정 기구라는 특성상 외부로의 노출이 적을 수밖에 없었기에 일반 시민들로서는 청와대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변호사로 일하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가 5년 가까운 시간동안 청와대에서 행정관과 선임행정관, 비서관으로 근무한 이병군 변호사가 보고 듣고 경험한 크고 작은 일들을 기록한 책이다. 청와대에서 일한 공직자가 책을 출간하는 경우, 사람들은 으레 그 내용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비사(祕史)가 들어있거나 어떤 폭로가 있을 거라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 서문에서 “무슨 은밀한 일을 공개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세상을 소란스럽게 할 이유나 의도는 ‘1’도 없다”고 밝힌 것처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청와대 직원들의 일상적인 업무와 문재인 정부가 추구했던 가치를 공유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개인적 이야기와 소감을 풀어놓으면서도 나 역시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궁금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작은 부분까지 기록했으니, 독자들이 청와대라는 대통령 보좌 기관이 운영되는 방식을 미시적으로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청와대로 간 변호사
평범한 변호사는 어떻게 하다 공무원이 되어 청와대에서 일하게 되었을까? 저자에게서 본격적으로 청와대 이야기를 듣기 전에, 그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청와대에 들어가게 되었는지가 우선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 이야기를 1장 ‘청와대에 들어가기까지’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스스로를 대학생 시절 이념교육을 하려는 선배들과 대거리하며 논쟁하거나 철도노조 총파업으로 학교에 들어온 노동자들과 다투었을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법이라는 것이 때로는 불공정한 사회구조를 고착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는 현실을 목격하고, 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이명박 정부의 퇴행을 지켜보면서, 사회현상에 일말의 직업적 책임이 있는 변호사로서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진보’와 ‘보수’로 딱지 붙이기 좋아하는 세상 사람들은 보수적이었던 변호사가 진보주의자가 되었다고 쉽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약간의 보수적인 성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보수적이었던 대학생이 법과 역사를 공부하고 사회를 겪어가면서 진보적으로 사상을 전향했다고 고백하기에는 무언가 민망하고 어색하다. 그저 세상일과 그때그때의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이랬다저랬다 흔들리고, 무슨 이념이나 주의로 사람의 성향을 나누는 것을 어색해하는 ‘이리저리 흔들리며 생각하는 갈대’에 불과한 듯하다.” 이어서 그는 “내가 경험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누구는 보수라 하고 누구는 진보라 하지만, 그저 ‘평화와 공존’을 추구했던 정부라고 칭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평소 동경하던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에 참여하였던 저자는 마침내 2017년 겨울 행정관으로 청와대 생활을 시작한다.
‘어공’이 경험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청와대 실무진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관과 행정 요원은 정부 기관에서 파견된 직업 공무원들과 외부에서 채용된 별정직 공무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속칭으로는 직업 공무원을 늘상 공무원인 ‘늘공’이라고, 별정직 공무원을 어쩌다가 공무원이 된 ‘어공’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공’으로 행정관이 된 저자의 청와대 생활을 따라가다보면, 일반 시민들이 궁금해 하던 청와대의 구체적인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청와대에서도 은밀한 공간인 사이버안보비서관실 지하벙커의 모습, 민정수석실에서의 특별감찰이나 반부패정책협의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에 얽힌 에피소드, 그리고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경험한 감찰 사건이나 인사 검증에 대한 일화 등 저자가 행정관과 선임행정관, 비서관의 세 가지 직위를 거치며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리고 저자가 들려주는 청와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재인 정부의 면면을 유추해볼 수 있다. 어느 정부에든 공과가 있듯, 문재인 정부 역시 과오가 있고 비판의 대상이 될 만한 일도 있다. 하지만 절차와 시스템을 지키며 일하는 정부였고, 권력을 함부로 남용하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일하기 위해 노력한 정부였다는 것을 저자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한 일화들도 나온다. 그 중 한 가지 일화로, 행정관 시절 저자는 대통령 업무 보고 자리에 배석했다가 벌떡 일어나 대통령에게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고 한다. 비서관들의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행정관이 일어나 발언하는 것은 상식과 절차에 맞지 않았지만, “어공의 사명감에 불타던 나는 비서관의 보고에 이어 추가 설명을 하기 위해 벌떡 일어섰”고 옷 벗을 각오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질책이 돌아올 거란 짐작과는 달리 대통령은 일개 행정관의 돌발 발언을 끝까지 차분히 듣고는 “아 그래요? 그렇다면 그런 부분들을 다시 한번 검토해서 보고해주세요”라고 지시했을 뿐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이런 일화들을 이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청와대도 그저 사람 사는 곳
청와대 이야기라고 해서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보통 시민이 청와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특별하다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우리네 일반인들과는 달리 뭔가 특별한 사람들이고 특별한 일들만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청와대도 결국 일반 시민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고 여느 직장과 같이 직장인으로의 애환도 있는 곳이었다. 청와대에서 일하는 행정관들도 “비슷한 연령대의 사춘기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동병상련의 고민들을 하는 아빠들”이었고 “월요일 아침 회의 전 차담 시간이면 주말 동안에 있었던 자녀들의 만행을 서로 고발하고 신세 한탄을 하는 중년 가장들”이었다. 대통령 1호기를 탈 때는 신발을 벗고 타야한다는 거짓말로 동료 직원을 놀려 먹으며 재미를 찾기도 하고, MZ세대 직원과 세대 차이로 갈등을 겪기도 하며, 맛있는 구내 식당과 저렴한 구내 이발소에 기뻐하는 직장인들의 인간미 넘치는 재밌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꿈꾸며
저자는 다시 변호사 생활로 돌아갔다. ‘어쩌다 청와대 공무원’ 생활을 마치며 그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거대 담론과 정책은 나의 소관이 아니었지만, 청와대 공무원으로 일한 4년 반의 긴 시간 동안 나는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 것일까? 하루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맡은 소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일했지만, 유능했는가? 잘했는가? 법을 처음 공부하던 젊은 시절에 꿈꾸었던, ‘공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했는가? 다 적지 못해 부유물처럼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제는 마음 깊은 곳으로 가라앉히고, 침잠해야 하는 시간이다.
정권은 바뀌었고, 현재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청와대를 떠나 용산에 자리를 잡았다. 장소가 어디든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관으로서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임무는 동일하다. 한때나마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관에 몸담았던 저자로서는 현 정부의 운영 방식과 제반 정치 상황을 바라보는 소회가 없을 수 없다. 현 정부는 모든 사안마다 전 정부의 잘못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하고, 그때마다 여야는 격돌한다. 여야로 갈라진 정치권은 서로 칼날을 겨누고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을 뿐,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저자는 묻는다. “언제쯤 우리는 상대를 옭아매 죽여야만 하는 야만의 정치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건전한 경쟁적 관계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까?” 지금 벌어지는 정치 상황을 보면 난망한 일이다. 이 엄혹한 시기에, 좋은 지도자와 그 참모들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나아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희망하며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책속에서
[P. 12] 청와대는 상업용 잡지 모델이 누워 패션 사진을 찍는 그런 공간이 아니라고,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이끌어낸 대통령들과 그 참모들이 치열하게 고민하며 국민들을 섬기던 피, 땀, 눈물의 공간이고 숭고한 역사의 현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 ‘시작하는 글’ 중에서
[P. 33] 문재인 ‘선배’는 대학 동문들 사이에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았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잘나갈 때 동문들을 도와주고 특히 검찰을 비롯해 공직에 있는 동문들을 요직으로 끌어줄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떤 사람은 고등학교 후배라면서 문재인 민정수석을 찾아갔다가 학연을 내세워 찾아왔다는 이유로 공적인 자리에서 냉대를 받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내가 얼굴도 본 적 없는 까마득한 선배를 동경하게 된 것은 오히려 동문들로부터 그러한 평판을 들었을 때부터였다. ― ‘1장 청와대에 들어가기까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