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낯선 입자들 두 명의 영국인 / 낯선 입자의 발견 / 계속 발견되는 새로운 입자들 입자물리학의 탄생 / 가속기의 출현 / 혼돈의 시작
2장 가속기의 시대 어니스트 로런스 / 롤프 비데뢰 / 사이클로트론 (박스) 가속기로 무엇을 할 것인가 싱크로사이클로트론 / 선형 가속기 / 예산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 교류 기울기 싱크로트론 / 거대과학의 문을 열다
3장 머리가 다섯 달린 괴물 물리학을 시작하다 / 빅터 바이스코프 / 첫 논문 / 시카고 생활
4장 암흑 속에서 아브라함 파이스 / 이론물리학을 배운다는 것 / 나치 치하의 유대인 / 아이소스핀 대칭성 고등과학원 세미나 / 홀짝 이론과 동반 생성 / 기묘도 / 반목이 싹트다
5장 왼손잡이 신 페르미의 베타 붕괴 이론과 약력 / 타우-세타 퍼즐 / 거울 대칭성 두 명의 중국인 / 거울 대칭성을 깬다면 / 깨어진 약력의 거울 보편적 페르미 이론 / V-A 이론 / 강력과 약력의 완성을 향하여
6장 입자들의 민주주의 캘리포니아 충성 맹세 / 서쪽에서 불어 오는 자유의 바람 / 거품상자 / 루이스 앨버레즈 공명 입자 / 계속 발견되는 공명 입자 / 제프리 추/ 입자들의 민주주의 / 사카타 쇼이치 강력과 입자들의 민주주의 / 신발 끈 이론 / 초끈 이론 / 새로운 물리학을 기다리며
7장 세 개의 쿼크 대칭성 / 팔정도를 향하여 / 팔정도 / 유발 네만 / 겔만과 네만의 만남 / 분수 전하 세 개의 쿼크 / 츠바이크와 에이스 / 입자들의 성질 보고서 / 쿼크와 배타 원리
8장 조용한 물리학자 겸손한 천재 / 양자전기역학의 재규격화 / 난부의 첫 논문 / 초전도체와 강력 자발적 대칭성 깨짐과 강력 / 난부-골드스톤 입자 / 쿼크의 색깔
9장 양성자 속으로 양성자의 자기모멘트 / 행운의 물리학자 / 새로운 섬광 계수기 / 전자 선형 가속기 양성자의 구조 / 프로젝트 M / 심층 비탄성 충돌 / 제임스 비요르켄 / 비요르켄 스케일링 파인먼의 등장 / 쪽입자 모형
10장 통일로 가는 길 쥴리언 슈윙거 / 셸던 글래쇼와 중성 벡터 입자 / 파키스탄의 별 / 스티븐 와인버그 수풀 속 뱀을 해치운 여섯 사람 / 실험의 약진 / 와인버그의 렙톤 모형
11장 돌파구 양-밀스 이론 / 집요한 펠트만 / 헤라라트 엇호프트 / 재규격화된 양-밀스 이론 게이지 장의 조절과 재규격화 / 이휘소와 전자기약론 / 중성 흐름의 발견 / 쿼크와 약력
13장 11월 혁명 R의 위기 / 네 번째 쿼크 / GIM 메커니즘 / 영원한 맞수 / 혁명의 전조 11월 혁명 / 맵시쿼크의 발견 / 강력의 근본 이론, 양자색역학
14장 절반의 성공 빌리발트 옌츠케와 독일 전자 싱크로트론 연구소 / 쿼크 제트의 생성 새로운 전자 링 가속기 PETRA / 글루온 제트의 발견 / 아직은 절반의 성공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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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가 아니다 양성자도 아니고, 중성자도 아니다 진정한 아토모스는 바로 쿼크다
우주는 바로 이 ‘쿼크’라는 문자로 쓰였고, 그 문법이 바로 양자색역학이다
20세기를 지나며 물질의 기본 입자가 원자에서 쿼크로 바뀌었다 우리는 쿼크를 어떻게 알게 됐을까 그리고 쿼크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쿼크를 양성자나 중성자, 혹은 전자처럼 따로 떼어낼 수 있을까? 전자 두 개를 가까이 가져가면 서로 밀쳐 내는데, 쿼크 두 개를 가까이 가져가면 그들도 서로 밀쳐 낼까? 쿼크가 셋 모이면 양성자, 둘 모이면 중간자가 되는데, 쿼크 하나, 아니 쿼크 넷, 쿼크 다섯이 모인 입자는 없을까?
유카와 히데키가 강한 핵력을 도입하고 엔리코 페르미가 약한 핵력을 정립하자, 느닷없이 설명할 수 없는 낯선 입자가 나타났다. 입자는 계속 발견되었다. 물질의 기본 입자가 원자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 말고도 수백 개의 갖가지 입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조개 껍질을 줍는 아이처럼, 입자들을 하나씩 나눠 보았다. 분명 있을 것만 같은 규칙이 잘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물리에는 새로운 수학이 필요했다. 대칭의 원리로 입자들을 배열하자 어렴풋하던 규칙이 선명해졌다. 머리 겔만은 쿼크라는 입자를 이 세상에 등장시켰다. 게이지 이론으로 입자의 성질과 행동을 하나둘 설명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쿼크는 수학적 존재일뿐이었다. 더 큰 가속기가 나오고, 새로운 검출기가 만들어졌다. 양자역학과 전자기학이 한데 묶이고, 약력과 전자기력이 하나로 합쳐졌다. 이제 강력의 차례였다. 양성자에 아주 빠른 전자를 충돌시켜 양성자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보았다. 쿼크의 존재가 사실로 입증되었다. 가속기와 충돌기에서 쿼크 제트와 글루온 제트를 관찰했다. 결정적 실험은 결과도 직관적이고 아름다웠다. 쿼크와 글루온은 결국 물질의 근본 입자로 인정받았다. 강력의 본질은 양자색역학이었다. 세 개의 쿼크로 밝혀낸 우주의 근본 힘과 기본 입자 머리가 다섯인 천재와 빛의 속도로 입자를 충돌시키는 가속기 이들이 빚어내는 박진감 넘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가 아니었다. 양성자와 중성자마저 기본 입자가 아니었다. 양성자 안에는 전하를 띤 ‘무언가’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그 무언가에 ‘쿼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쿼크의 성질과 본성을 밝히는 여정이다. 물리학은 퀴즈가 아니었다. 물리학은 질문과 답을 동시에 찾는 과정이었다. 우리가 항상 물었던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었다. 기본 입자는 여럿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원소를 한 장의 주기율표에 넣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기본 입자를 표준 모형이라는 하나의 표에 담았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네 개의 근본 힘으로 설명했다. 마치 체스의 규칙은 A4 반 장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체스가 펼칠 수 있는 게임의 수는 무궁무진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세 개의 쿼크”로, 우주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쿼크는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노벨상을 안겼다. 쿼크라는 입자를 상정해 수없이 발견되던 낯선 입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머리 겔만은 쿼크의 아버지라고 부를 만하다. 쿼크가 양성자와 중성자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밝혀낸 데이비드 그로스와 프랭크 윌첵, 데이비드 폴리처는 ‘점근적 자유성(asymptotic freedom)’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쿼크와 힘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양성자는 쿼크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는 쿼크를 볼 수 없다. 쿼크 가둠 혹은 색가둠(color confinement)에 의해 쿼크는 양성자 바깥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쿼크는 색전하에 의해 힘을 받는다. 전기력에 플러스와 마이너스라는 두 개의 전하가 있다면, 양자색역학에는 빨강, 초록, 파랑이라는 세 개의 전하가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비롯한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가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진 이유다. 이렇게 양성자가 다른 근본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가속기 실험으로 밝혀낸 제롬 프리드먼과 헨리 켄들, 리처드 테일러도 당연히 노벨상을 받았다. 가속기로 무엇을 할 것인가 ‘빅 사이언스’에는 언제나 ‘빅 아이디어’가 있었다 원자 안에 핵과 전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어니스트 러더퍼드는 '탁자 위'의 과학자였다. 그는 실험실 벤치 위에 알파선을 내놓는 방사성 물질을 갖다 놓고 실험했다. 그가 수행한 알파 입자 산란 실험 기기는 책상 위에 올려놓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그도 알았다. 이런 작은 에너지로는 알아낼 수 있는 자연의 원리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돌파구는 20세기 초반 당시 물리학의 변방이던 미국에서 나왔다. 어니스트 로런스가 전하를 띤 입자를 가속해 속도가 빠르고 에너지가 큰 입자 빔을 뽑아낼 수 있는 사이클로트론을 만든 것이다. 그는 사이클로트론의 규모를 키우고 정밀도를 높였다. 다른 여러 물리학자와 함께 일하며 점점 규모가 큰 가속기를 만들었다. 사이클로트론 과학은 책상 위에 올려놓는 정도를 넘어 별도의 건물을 지어야 할 정도로 거대한 과학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가속기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 부족했다. 가속기라는 희대의 발명품을 만들고, 규모를 키우고 관리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만도 한 사람의 역량을 넘어갈 정도니,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작은 실패도 있었지만, 로런스가 만든 가속기는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앞선 물리학 연구의 터전으로 만들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모여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CERN)을 만들고, 그곳에서 운영할 거대한 가속기를 만들었다. 규모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가속기의 목적도 분명했고 뒷받침할 이론도 탄탄했다. 2010년대 초반 과학계를 뒤흔들었던 CERN의 힉스 입자 발견은 바로 이런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나치의 반유대 정책과 2차 대전이라는 참화로 전후 독일에는 남은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경제 발전과 함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폭격으로 폐허가 된 함부르크 외곽에 빌리발트 옌츠케의 주도로 ‘독일 전자 싱크로트론 연구소(Deutsches Elektronen-Synchrotron, DESY)룰 지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쿼크와 글루온 제트가 처음으로 관측되었다. 독일의 물리학은 20세기 초반의 찬란한 영광을 빠르게 회복했다. CERN의 이론물리학자 존 엘리스가 글루온의 존재를 입증할 실험 방법을 제시했고, DESY에서 그 실험을 성공시키며 쿼크와 글루온의 존재를 실증했다. 가속기 연구소에는 거대한 기계만큼이나 이 가속기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울 사람이 꼭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실험은 바로 이들의 이론과 방법을 구현한 것이다. 존 엘리스가 제안하고 DESY가 수행한 쿼크와 글루온 제트 실험이 그러했고, 스티븐 와인버그가 그렇게 열렬히 주장하고 CERN의 가가멜 검출기가 수행한 중성 흐름 실험도 그랬고, 셸던 글래쇼가 소리 높이고 새뮤얼 팅과 버턴 릭터가 수행한 11월 혁명이 그랬다. 현재 물리학자들의 가속기는 의료와 제약을 비롯한 여러 과학 연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암을 치료하고, 신약을 만들고, 생명과학과 재료공학에서 구조를 밝히는 데 널리 사용된다. 자연의 근본 원리를 찾는 데 쓰였던 물리학의 기본 도구가 경계를 자연스레 넘어 기술과 산업의 기반을 다지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1940년대 말부터 개발되어 사용된 다양한 가속기와 검출기가 나온다. 탁자 위의 가속기까지 생각하면 거의 백 년의 역사다. 당연히 떠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현재 3개의 가속기가 가동 중이다. 포항에 있는 방사광 가속기 2대와 경주에 있는 1억 전자볼트의 양성자 가속기 1대다. 대전에 건설 중인 중이온 가속기는 곧 실험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도 덧붙여 보면, 이 책에 나온 미국의 코스모트론이 33억 전자볼트의 양성자 빔을 내놓은 때가 1953년이다. 입자들의 민주주의 vs. 양자장 이론 시대와 호응하는 이론, 아니면 사람과 돈을 모으는 만트라 1960년대 중반이 되자 미국의 버클리에 반항과 자유, 민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우연이었을까? 이즈음 물리학에는 ‘핵 민주주의(Nuclear Democracy)’라는 이론이 전면에 등장했다. 다른 말로 ‘입자들의 민주주의’ 이론이었다. 당시까지 밝혀진 입자는 백여 개가 넘었다. 이들 중에 근본 입자가 있을까? 아니면 근본 입자는 없을까? 아니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근본 입자가 따로 있는 것일까? 머리 겔만이 입자들 사이의 패턴을 찾는 동안, 버클리의 제프리 추는 근본 입자란 존재하지 않고, 모든 동등한 입자들이 서로 얽혀 다른 입자를 만들어 낸다는 이론을 만들었다. 입자들의 민주주의 이론의 시작이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처럼, 이 이론에서는 ‘모든 강입자는 평등하다’고 주장했다. 어떤 강입자도 다른 강입자보다 더 특별하지 않았다. 하나의 입자는 다른 강입자에 의해 설명되고, 다른 강입자는 또 다른 강입자로 그 구조를 밝힐 수 있었다. 추의 이론은 하이젠베르트의 산란 행렬 이론의 연장이었고, 다른 말로는 신발 끈 이론이라고 불렸다. 정치와 과학이 얼마나 영향을 주고받는지 알 수 없다. 아마 크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우연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들 마음 속에 사람이 아닌 입자들 사이에도 평등, 자유, 민주라는 말을 투사하고 싶은 욕망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과학에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매개로 사람과 돈을 모으는 일종의 ‘휘슬’은 아니었을까? 입자들의 민주주의는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양자장론에게 물리학의 영토를 내주었다. 이휘소와 헤라르트 엇호프트, 한무영과 난부 요이치로 낯익은 한국 이름, 그들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 '소문의 물리학자' 이휘소는 우라늄이 아닌, 펜과 종이로 연구한 이론물리학자였다. 우리에게는 국가적 자존심을 되찾아줄 과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휘소(영어 이름, Benjamin W. Lee)는 프랑스 출신의 물리학자 장 진쥐스탱과 함께 엇호프트의 연구를 세상에 알렸다. 게이지 이론이 현대 이론물리학의 기둥이 되었다는 공표와도 같은 논문이었다. 1960년대 말 이휘소와 진쥐스탱이 내놓은 일련의 논문을 통해 물리학자들은 그제야 전자기약이론이 재규격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70년대 초 많은 물리학자들이 전자기약이론 연구에 뛰어든 데에는 이런 맥락이 있었다. 저자는 이휘소가 1977년 마흔두 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전자기약이론을 재규격화한 엇호프트, 펠트만과 함께 199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측한다. 이휘소의 실제 업적을 알고 있고 그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면 안타까움은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휘소보다 덜 알려진 한무영은 일제강점기에 경성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머리 겔만이 쿼크 모형을 발표하자, 이 이론이 놀라운 제안이기는 하지만,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위반한다는 커다란 약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쿼크 모형이 배타 원리와 공존하려면 새로운 양자수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놓는다. 때마침 난부 요이치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들은 의기를 투합해 함께 논문을 발표했다. 바로 양자색역학의 기본이 되는 색전하의 원형이었다. 아마도 한국인으로 노벨상에 가장 가까이 간 과학자를 꼽는다면 이 두 사람은 결코 빠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요즘 축구에서 차범근이나 박지성, 손흥민의 이름을 접할 때의 느낌이 아닐까 싶다. 우젠슝과 우사우란 여성 과학자의 이름은 왜 한 번 더 말해져야 할까 리정다오와 양전닝은 1950년대에 약력에서는 거울 대칭성이 깨져 있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기존의 이론으로는 당시 숱하게 뱔견되는 낯선 입자와 새로운 현상을 설명할 수도 없었고, 현재 진행 중인 연구와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았다. 30대의 젊은 그들은 벽을 넘었다. ‘대칭이 깨질 수 있다’라는 허들을 넘자 길이 보였다. 생각만으로는 부족했다. 중국에서 건너와 어니스트 로런스 밑에서 학위를 받은 ‘드래곤 레이디’ 우젠슝(Chien-Shiung Wu, 吳健雄)이 그 생각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약력의 거울’이 깨진 것이다. 리정다오와 양전닝은 일 년 후에 노벨상을 받았다. 우젠슝은 받지 못했다.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그 이름을 다시 한번 말해야 할 이유는 분명한 듯하다. 우사우란(Sau Ran Wu, 吳秀蘭)은 글루온 제트를 발견한 DESY의 실험에서, 그리고 힉스 입자를 발견한 CERN의 LHC 실험에서 큰 역할을 했다. 물론 이들 실험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팀원들과 함께 한 것이다. 제이-프시 입자를 찾아낸 ‘11월 혁명’이 새뮤얼 팅과 버턴 릭터의 경쟁이라고 곧잘 말하지만, 그 과정에는 거대한 가속기 연구소와 수많은 팀원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여성 과학자의 이름은 두 번 언급하지 않아도 될까? 그리고 연구 책임자와 팀원의 이름은 어디까지 언급되어야 할까? CERN과 같은 빅사이언스에도, 그리고 20세기 후반 21세기 초반인 현재까지도 여성 과학자의 이름은 두 번 언급되는 게 맞지 않을까?
책속에서
[P. 21] 전자, 양성자, 중성자면 충분했다. 그 세 개의 입자면, 원자를 만들 수 있었고, 원자는 다시 분자를 이루고, 분자로 물질을 창조할 수 있었다. 이 셋 말고 다른 입자들이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
[P. 44] 우주선과 가속기에서 새로운 입자가 연이어 발견되면서 사람들은 혼돈에 빠졌다. 낯선 입자는 왜 존재하는가? 왜 낯선 입자의 수가 이렇게 많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었다. 도대체 발견된 입자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근본적인 입자란 말인가? 입자 하나하나가 퍼즐 조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