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역사는 소수 문학사가에 의해 특정된 작가와 작품의 역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문학이라는 현상을 만들어내고, 공유하며 향유하는 창작자-배포자-수용자로서 인간의 역사가 있다. 정신적, 관념적 존재인 동시에 생물학적,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활동은 경험적, 실증적 영역을 포함하며, 사회⋅문화현상으로서 문학의 창작-유통-수용과정은 매체적 변화가 수반하는 인간 경험세계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대중⋅통속문학 연구는 현재까지 미적⋅질적가치평가에 따라 문학의 역사기술에서 ‘타자’로 배제되었던 문학의 한 형태를 사회학적⋅매체사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사회문화적 의의를 재정립하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사회현상으로서 근대 대중소설의 유행은 창작⋅제작 면에서 인쇄물⋅서적형태의 표준화와 유통 면에서 체계적 서적 유통망을 확립했으며, 수용 면에서 대중독서의 보편화와 문식력을 증진시켰다는 의의를 지닌다. 이는 사회 공동체의 커뮤니케이션적 측면에서 대중담론의 형성, 전파⋅교환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클리셰로 비판받았던 대중소설의 도식적 서사구조와 반복적 모티브는 특정 시대를 살던 동시대인들의 집단적 무의식과 욕망을 반영하는 한편, 미시적 차원의 사회담론으로서 이들의 일상과 관심사에 대한 기록이다. ‘책의 얼굴’, 시각적 서사로서 소설 일러스트는 시각 기호화된 모티브를 통해 근대담론의 압축적 매개체로 기능하는 한편, 대중⋅통속소설 유행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