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니츨러의 단막극 『초록 앵무새』(1898)는 프랑스 혁명 전야의 파리를 배경으로 “초록 앵무새”라는 한 술집에서 공연되는 연극과 그 전후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중극으로 제시되는 “초록 앵무새”의 연극은 귀족 관객들을 앞에 두고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귀족들에 대한 욕설과 귀족들을 상대로 한 범죄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술집의 주인이자 연출인 프로스페르는 이러한 내용을 무대와 현실이 철저하게 분리된 전통적 연극의 형식에 맞춰 무대에 올리며, 오로지 이러한 절대적 연극의 형식 속에서만 연극은 프로스페르가 의도한 대로 작동한다. 그러나 공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무대와 현실을 가르던 경계는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점차 느슨해지고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붕괴되어 버림으로써, 우리가 20세기 이후의 연극에서 흔히 관찰하게 되는 연극의 절대성 붕괴와 유사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본 논문에서는 『초록 앵무새』에서 극중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구축되고, 또 어떠한 과정을 거쳐 붕괴하게 되는지를 상세히 살펴보고, 이것이 어떠한 맥락에서 20세기 연극 발전의 중요한 경향 중 하나인 연극의 절대성 붕괴로 이해될 수 있는지 고찰해 본다.